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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춘
이제 앙코르 톰(angkor thom)을 잠깐 들여다보자.

캄보디아의 밀림 속에서 400여 년간 숨어 숨을 쉬던 앙코르 톰은 앙코르와트에 비해 100여년 후에 지어진 것이어서 그런지 그 규모가 훨씬 거대하고 장엄하다. 앙코르 톰은 9~15세기의 크메르제국의 수도로써 앙코르 왕조에서 가장 번창했던 13세기 초 자야바르만 7세가 지은 사원으로 바이욘양식의 건물이다.

자야바르만 7세는 군사력과 정치력이 탁월했을 뿐더러 자신을 관세음보살과 일치시킬 정도로 능력 있는 왕이었으며 앙코르왕국을 번영시킨 위대한 지도자였다. 그만큼 백성들이 따랐으며 그것을 이용하여 거대한 사원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웅장한 사원들도 1960년, 1970년, 1980년대초에 일어난 캄보디아의 정치적 군사적 소용돌이에 피해를 입고 도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손실은 이 거대한 인류의 유물들이 방치되었다는 점이다. 적절한 관리부족으로 사원은 무성한 식물들과 침식을 유발하는 물, 기타 자연 현상으로 황폐해졌다. 유네스코에서도 관리를 포기할 정도였으니, 실상이 어떤지는 지금 보는 사진 몇 장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거대한 나무 한그루가 건축물을 타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 강인춘
엄청나게 큰 벵골보리수나무 뿌리가 사원의 조각품들을 휘감고 있는가 하면 무너진 돌무더기가 통로를 막고 있다. 또 거대한 열대 무화가 나무뿌리는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을 완강히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이런 거대한 식물들이 사원을 이렇게 침식할 동안 왜 놔두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크메르제국이 멸망하면서 그대로 400여 년간 밀림 속에 잠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석조물들은 허물어져 통로를 막고있고 겨우 세워져 있는 건축물도 곧 쓰러질 것 같아 보이지만 이미 허물어져 있다
ⓒ 강인춘
▲ 엄청 큰 문어발처럼 생긴 나무의 밑동이 건축물들을 휘어감아 내리고 있다. 보기에도 충격적이다
ⓒ 강인춘
사원이 발견되었을 즈음해서는 이미 식물에게 이와 같이 침식을 당했다. 건축물을 살리자니 나무를 베어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나무를 자르기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나무의 위용도 어마어마한 자태이지 않는가? 보고 있는 나 역시도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

▲ 침식된 나무사이에 있는 석조물들을 관광객들이 짓밟고 있다.
ⓒ 강인춘
▲ 관광객들은 대 자연의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 강인춘
▲ 나무가 하도 웅장하고 커서 위에서부터 밑동까지 카메라로 세번에 걸쳐 내려 찍었다. 그래서 색감이 달라져 보인다.
ⓒ 강인춘
자연 상태로 그대로 놔둔다면 몇 백 년이 더 흐른 뒤엔 결국 모든 건축물이 나무에 의해 완전히 허물어질 것이다.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엄청나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느꼈다.

▲ 관광객들이 기념석조물들을 밟고, 나무에 기대어 사진을 찍는다는 자체가 바로 나무와 석조물들을 해치고 있는것이다.
ⓒ 강인춘
▲ 필자
ⓒ 강인춘
더구나 이렇게 많은 관광객들이 내는 차량 소음과 진동 때문에 그 수명이 더 빨리 단축된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론 계획을 세워 통제하려고 한다고.

아까운 유적이 사라지기전에 미리미리 손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송구할 뿐이다.(계속)

덧붙이는 글 | 4월25일부터 30일까지의 여행기이며 5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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