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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가림막으로 가려지게 될 서장대. 2층 누각 지붕 왼쪽의 끊어진 용마루는 소방용수 물살에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화재 진압 방식도 문화재 2차 손상의 원인이 된다.
곧 가림막으로 가려지게 될 서장대. 2층 누각 지붕 왼쪽의 끊어진 용마루는 소방용수 물살에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화재 진압 방식도 문화재 2차 손상의 원인이 된다. ⓒ 곽교신
시커멓게 타버린 서장대의 서까래와 기둥 사이로 보이는 밝은 수원시내. 불에 탄 서장대가 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커멓게 타버린 서장대의 서까래와 기둥 사이로 보이는 밝은 수원시내. 불에 탄 서장대가 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곽교신
방화로 불탄 경기도 화성의 서장대를 3일 오후 찾았다.

서장대는 사적 3호로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특히 서장대는 화성에서 가장 높은 팔달산 정상에 있어 조망이 뛰어나 화성을 찾는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화재 이후 찾은 서장대의 1층은 바닥 마루에 숯덩이가 떨어져있을 뿐 그런대로 온전했다. 그러나 2층 누각은 완전히 소실돼 기둥과 누대 등은 숯덩이로 변한 채 형체만 남았다.

촬영을 위해 올라간 2층 누마루 바닥도 불에 많이 타버린 상태였다. 곧 무너질 것 같아 발을 딛기가 조심스러워 촬영 중에도 연신 바닥을 살펴야했다.

서장대는 목조건물이다. 방화범 안아무개씨는 지난 1일 새벽 자신의 속옷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마루 바닥에 던져 불을 냈다. 이같은 단순 방화로 순식간에 2층 누각 전체가 타버린 것이다.

서장대에는 간이 소화기 외에는 실질적인 소화 장비가 없었다. 소화전이라도 있었으면 2층도 이렇게 심하게 타버리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누마루로 올라가는 목재 계단은 2층 바닥과 연결되는 부분만 간신히 남아있었다. 이날 가림막 설치를 위한 철골 비계 작업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인부들이 이곳을 통해 누마루로 드나들어 대체 계단 마련이 시급해 보였다.

2층 누각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누마루의 연결 부분이 간신히 남았다.
2층 누각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누마루의 연결 부분이 간신히 남았다. ⓒ 곽교신

계단 중간에서 본 2층 누각의 천장.
계단 중간에서 본 2층 누각의 천장. ⓒ 곽교신
게다가 작업인부들이 현장에서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워 무는 등 안전불감증도 감지됐다. 인부들에게 최소한의 사전 교육이라도 시켰다면 담배를 물고 작업을 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문화재청과 수원시가 이번 사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서장대 방화사건이 일어나자 문화재청이 내놓은 대책은 "기획예산처,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 후 첨단감시장비 설치, 전담인력 확보 등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이다.

문화재청의 실무 담당부서에서는 이번 화재의 책임을 수원시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도 느껴진다.

문화재청의 문화재정책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화재를 두고 "관리 책임이 수원시에 있다"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다. 사적과 측은 '화재 현장 감식 등 필요한 절차를 마쳤느냐'는 질문에 "지금 진행되는 작업은 가림막을 치기 위한 철골 비계 설치가 전부"라며 "감식 등의 일은 경찰이나 수원시에서 먼저 할 일"이라고 답했다.

한 홍보담당관실 직원은 "일차적인 관리 책임이 있는 수원시는 놔두고 문화재청에만 책임을 넘기는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편, 유홍준 청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화성(에 있는 문화재)은 화성사업소에 일차 관리 책임이 있어 문화재청이 적극적인 세부 관리를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 청장은 "문화재 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마루 천장. 불탄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처량하다.
누마루 천장. 불탄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처량하다. ⓒ 곽교신
불탄 천장 반자.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릴 듯 위험해 보인다.
불탄 천장 반자.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릴 듯 위험해 보인다. ⓒ 곽교신
지난해 4월 식목일에 터진 강원도 양양 낙산사 전소 사건은 물론 지난 달 26일 창경궁 문정전 방화 사건에 이어 목조 문화재 관리 대책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문화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국민들의 문화 의식도 필요하지만, 목조건축물이 많은 우리 문화재 관리 정책과 관련한 관계당국의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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