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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산성의 첫번째 관문, 외남문인 보국문의 위용
금성산성의 첫번째 관문, 외남문인 보국문의 위용 ⓒ 문일식
담양호를 나와 담양리조트를 끼고 금성산성 입구에 도착해 바로 산성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입구에는 금성산성 산신제 및 위령제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많은 것 같았습니다.

차량통행이 금지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멀리 금성산성의 정문 격인 외남문과 좌우로 어우러진 성벽의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30여 분이 채 안 되게 오른 후에야 가파른 외남문 앞에 이르렀습니다. 그 옛날 적군이 금성산성을 치기 위해 왔다면 아마도 숨가빠서 먼저 죽었을 것 같습니다.

외남문인 보국문에서 내남문인 충용문으로 가는 길.
외남문인 보국문에서 내남문인 충용문으로 가는 길. ⓒ 문일식
금성산성은 해발 603m에 있는 산성으로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내부를 적이 들여다 볼 수 없으며, 또한 출입하는 문을 빼고는 높은 성벽이거나 절벽이어서 최적의 입지를 자랑하는 산성입니다.

흔히 포곡식이라고 불리는 산성인데, 산의 능선과 골짜기를 따라 축조된 산성이기 때문에 산정상 부분을 테로 두른 듯 쌓은 테뫼식에 비하면 그 규모는 엄청 큽니다. 금성산성의 규모는 내성이 860여m, 외성이 6000m에 달해 둘레만도 7km에 이릅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금성산성은 임진왜란 때 호남의병들의 거점으로 활용되기도 했고, 동학농민운동 때는 모든 시설이 불타는 불운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금성산성은 무주의 적성산성, 장성의 입압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으로 1991년에 사적 353호로 지정되어 있고, 앞으로도 꾸준한 복원이 계획되어 있다고 합니다.

충용문 앞에서 바라본 보국문과 멀리 담양호가 보입니다.
충용문 앞에서 바라본 보국문과 멀리 담양호가 보입니다. ⓒ 문일식
외남문인 보국문에 올라 내려다보니 방금 전 다녀왔던 담양호의 전경이 마치 작은 웅덩이처럼 보였습니다. 보국문 뒤로는 동서로 길고 가파르게 성곽이 둘러져 있고, 동쪽으로 오르면 내남문인 충용문에 이를 수 있습니다.

충용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서니 금성산성 산신제와 위령제가 모두 끝난 모양이었습니다. 제사 음식을 나눠 먹는 중이었고, 아침을 사발면으로 때운 터라 몹시도 배가 고팠는데 이참에 먹을 것을 얻어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금성산성 산신제와 위령제를 지내고 난 직후
금성산성 산신제와 위령제를 지내고 난 직후 ⓒ 문일식
제를 올리는 분들뿐 아니라 금성산성을 찾은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있어서 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 나물, 떡 등을 은박접시에 담아 아무 데나 주저앉아 바쁜 젓가락질을 했습니다. 어찌나 배부르게 먹었던지 금성산성을 둘러볼 때 오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금성산성 산신제 및 위령제는 금성산성을 축성했거나 지키다 순국한 선현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제향의식입니다. 그래서인지 충용문 안쪽에는 세 기의 돌탑이 나란히 서 있는데, 이 역시 금성산성을 쌓고 지켰던 선현들을 위해 쌓은 탑입니다.

TV 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청산스님 일가와 함께 한 일행
TV 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청산스님 일가와 함께 한 일행 ⓒ 문일식
이곳에서 얼마 전 모 TV방송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5명의 스님 가족들도 보았습니다. 청산, 보리스님과 그 자제분들인 청룡, 황룡, 구봉스님 가족이 그들입니다. 3년 전 금성산성에 들어와 동자암을 짓고 살게 되었다는데 얼마 전 TV를 통해 방송을 타면서 대략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우리 이외에도 기념촬영을 제의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충용문에서 서문으로 가는 도중 바라본 풍경
충용문에서 서문으로 가는 도중 바라본 풍경 ⓒ 문일식
서문으로 향해 오르다가 보국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보국문이 한참 아래 까마득하게 보이고 저 아래 담양호와 주변의 모습이 시원스레 펼쳐졌습니다. 더불어 금성산성이 한눈에 조망되는 곳으로 멀리 동북쪽 문대봉과 연대봉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개미처럼 보인다는 말을 이럴 때 쓰나 봅니다.

보국사 터를 향해 가는 오붓한 오솔길. 봄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보국사 터를 향해 가는 오붓한 오솔길. 봄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 문일식
충용문 뒤편으로 넘어가면 보국사터, 민가터와 동자암, 그리고 관아터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푸릇푸릇한 길을 따라 보국사터를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보국사터 가는 길은 호젓한 오솔길이었습니다. 막 새순이 나기 시작한 나무에는 옅은 연두색의 부드러운 느낌이 한껏 피어오르고 있었고, 어느 방향인지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새들의 지저귐이 있었습니다.

마을 앞에 있었을 법한 장승 한 기가 얼굴이 반쯤 훼손된 채 서 있는데 괜스레 을씨년스럽고 슬쩍 무서움도 일었습니다. 마치 근처에 있는 그 옛날 폐허가 되었던 민가터의 단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봄이 찾아온 휴당산방의 전경.
봄이 찾아온 휴당산방의 전경. ⓒ 문일식
보국사터에는 휴당산방이라는 현판이 걸린 작은 집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9년여 전에 이곳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분이 계셨습니다. 홍성주라는 속명을 쓰는 이분은 예전에 공무원 생활도 하셨고 그저 산이 좋아 들어왔다고 합니다. 나처럼 나라에서 큰 담장을 둘러주고 가장 큰 정원을 가진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며 호방함을 연신 드러내셨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7km에 달하는 산성을, 그것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지었으니 그럴 법도 했습니다. 이분이 지은 집은 휴당산방이라 하여 쉬어가는 집, 일명 쉼터가 아닌가 합니다. 서문이나 북문 쪽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잠시 목을 축이며 잠시 쉬어가는 곳이니 그 보다 좋은 이름은 없을 겁니다. 집주변으로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어났고, 산방 앞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이 있어서 더욱 운치가 있었습니다.

지천에 널린 재료로 만든 차를 맛보여 주신 홍성주님(왼쪽)
지천에 널린 재료로 만든 차를 맛보여 주신 홍성주님(왼쪽) ⓒ 문일식
홍성주님은 이곳에 기거하면서 자신이 출간한 시집도 판매하시는데, 특이하게 책상달력처럼 넘겨가며 볼 수 있는 시집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직접 채취하셨다는 재료로 차도 한 잔 마시고, 금성산성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도 들었습니다.

기인은 기인이지만 호방하고 여유롭게 사시는 모습이 못내 부러웠습니다. 또한 이곳에는 가마골에서 온 할아버지 한 분이 토종 벌꿀을 팔고 계십니다. 금성산성을 일터 삼은 꿀벌들이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천연벌꿀이었습니다. 맛보라며 잠깐 내준 벌꿀통에 손을 넣어 한웅큼을 맛봤는데 그 달고 신선한 맛은 지금까지 먹어본 꿀 중 최고였습니다.

휴당산방앞에 피어난 수선화의 자태
휴당산방앞에 피어난 수선화의 자태 ⓒ 문일식
휴당산방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보국사터가 나오는데, 금성사터라고도 하고 동학농민운동 때 불타 없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석축과 계단의 흔적만이 남아 있고, 잡목과 덤불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시 휴당산방으로 내려와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몸이 노곤한 탓도 있지만 왜 이리 발걸음을 떼기가 싫었던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담장을 두르고, 가장 넓은 정원을 가지고 산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아른거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넓은 집, 가장 넓은 정원 바로 자연을 품고 사는 사람… 과연 나는 저런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금성산성을 나섰습니다.

덧붙이는 글 | ※ 담양대나무축제는 5월 8일까지 개최됩니다. 

담양여행정보는 이곳으로...
 
담양군청 홈페이지(http://www.damyang.go.kr/tourism/) 
제 8회 대나무축제 홈페이지(http://www.bamboofestival.co.kr/) 

담양여행에서 꼭 들러볼 곳 : 

담양시내 : 오층석탑(보물 506호)과 석당간(보물 505호), 관방제림,죽녹원,대나무박물관 
담양→순창방면 : 24번국도 메타세콰이어 길, 대나무골 테마공원,담양호,금성산성 
담양→광주방면 : 가사문학길... 정자를 따라 떠나는 여행 
소쇄원-환벽당-취가정-식영정-명옥헌원림-송강정-면앙정+가사문학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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