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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 아래에서 열린다고 해서 느티나무 앙상블이다.
ⓒ 이규홍
겨우내 불어대던 칼바람과 눈보라를 이겨내고 여전히 담담하게 연초록의 새싹을 피워 올리는 느티나무. 지난 27일 전북 진안군 청사 앞의 거대한 느티나무 아래에선 이번으로 일곱 번째가 되는 '느티나무 앙상블의 작은 음악회'(대표 이현숙)가 열렸다.

▲ 공연에 앞서 거리 관객들에게 간단한 식사도 제공됐다.
ⓒ 이규홍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사짓기와 농촌의 살림살이, 여전히 드는 사람보단 나는 사람의 수가 많은 산골마을의 지난한 일상을 일단 접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미 바쁜 농사철이 시작된 터라 아무래도 농민들보단 읍내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렇다할 공연 한 번 제대로 열리지 않는 소읍에선 귀한 구경거리가 펼쳐진 셈이다.

▲ 전북대 평생교육원 시낭송 지도자반의 시극
ⓒ 이규홍
이날 연주의 사회를 맡은 오십대 아주머니의 빨간 모자와 격의 없는 복색, 친근한 말투가 보는 사람들을 편안하고 웃음 짓게 한다. 피아노 소리에 맞춰 축시가 낭송되고 클래식과 가요, 동요, 국악이 넘나든다. 1시간여 공연은 봄바람을 타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며시 스며들었다.

왜소증 장애를 지닌 진안여중의 이수진양이 G. 도미제티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피아노로 연주할 때는 눈을 감고 아름다운 선율에 빠져드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 G.도미제티의 피아노곡을 연주한 이수진양
ⓒ 이규홍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100명에 가까운 다양한 분야의 후원회원들과 봉사자들이 이끌어가는 '느티나무 앙상블'은 매월 한차례 공연을 해오고 있는데 이번이 일곱 번째로 이제는 지역의 어엿한 문화행사로 자리매김 해가고 있다.

5월부터는 면마다 순회공연도 준비하고 있어 개구리,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듣는 클래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산골마을에 추억 만들고 싶다"
[인터뷰] 이현숙 대표

▲ 느티나무 앙상블의 이현숙 대표

손수 짐을 챙기고 있는 이현숙씨에게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런 고생을 하느냐고 우스갯소리로 물었습니다.

"··· 추억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우리 어린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에 어린시절 산골마을 어딘가에서 들었던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선율을 기억하며 가슴이 따뜻해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단 생각입니다.

문화라는 게, 예술이라는 게 별건가요? 개인이나 혹은 그가 속한 사회의 일상의 얘기들, 가슴속에 묻어둔 속이야기가 솔직하고 아름답게 베어 나오고 그래서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위로가 돼주면 그게 예술인거지요.

··· 우리 무대에는 공연 때마다 두 명의 어린이들이 등장을 하는데요. 일종의 훈련이라고 할까요. 무대에서 자기를 표현하고 거기에서 자신감을 얻어 새로운 일에 또 도전하는······.

우리 시골아이들이 이런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잖아요. 그리고 아이들이 후원회원이 돼 공연을 돕기도 하고 직접 참여를 하면서 함께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게 참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는 우리 지역의 뜻있는 행사에 더 자주 참여를 해볼까 해요. 우리 산골아이들에게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줘야지요."

덧붙이는 글 | 지역신문인 진안신문에도 기사를 보낼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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