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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는 방송인 김미화씨.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는 방송인 김미화씨. ⓒ 오마이뉴스 이민정
24일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가 한 여는 말이다. 방송인 김미화씨의 말처럼 그는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발바닥에 땀나게 뛰고 있다.

오후 6시 방송이 시작하기 한 시간 전 방송국에 도착해 방송 내용을 검토한다. 중요한 단어에는 강조점을 찍으며 대본을 소리내어 읽어본다. 라디오정보센터 테이블에 산처럼 쌓인 신문도 뒤적인다. 한때 까만색 테이프로 일자 눈썹을 만들어 '순악질 여사'를 연기하던 그가 맞나 싶다.

김씨는 프로그램을 통해 코미디언에서 방송인으로 확실히 전업했다. 매일 신문, 인터넷을 통한 자료 검색도 빼놓지 않고, 운전을 하면서도 시사 프로그램에 라디오 채널을 고정한다. 코미디를 할 때는 하루의 8할이 아이디어 짜기였는데, 지금은 그 시간도 쪼개 시사 정보에 투자한다.

3년 전 방송을 시작할 때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았다. "연예인이 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냐", "능력있는 앵커들 두고 왜 하필 김미화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김씨가 발바닥에 땀나게 뛴 결과, 지금은 홈페이지를 통한 청취자들의 질문이 비난을 대신하고 있다.

김씨는 이에 대해 "청취자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이 시사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 용어를 몰라도 청취자 입장에서 대신 물어봐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전문 앵커처럼 딱딱하게 윽박지르지 않지만, 뽑아낼 말은 다 뽑아낼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그의 진행 스타일을 이야기할 때 흔히 '부드러운', '자세를 바싹 낮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자신에게 시사 정보를 전해주는 기자, 작가, 해설위원 등의 남성 패널들을 '뉴스를 풀어주는 남자'라고 평했지만, 김씨 자신도 이제 '뉴스를 풀어주는 여자'인 셈.

두 시간 동안 음악 한 곡 나오지 않는 방송을 자신의 목소리로 이어가야 하지만 그는 "매번 도전하면 재미있지 않느냐"면서 "뉴스가 매번 심각할 필요도 없다"고 베테랑 진행자 티를 냈다.

여우 같이 질문하는 여자, 작가 공지영씨

22일 분당의 한 서점에서 '작가와의 대화' 행사를 연 작가 공지영씨. 공씨는 CBS 라디오 <아주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2일 분당의 한 서점에서 '작가와의 대화' 행사를 연 작가 공지영씨. 공씨는 CBS 라디오 <아주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이러다 <성공의 비결>이라는 책도 쓸 것 같아요."(웃음)

작가 공지영씨는 지난 3월부터 라디오를 통해 그녀의 질문으로 남들의 자서전을 써주고 있다. 그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노회찬·김근태 의원, 하일지 작가, 영화배우 안성기씨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 CBS 라디오 <아주 특별한 인터뷰> 진행자 공씨도 그만큼 신이 난다.

인터뷰 전문 프로그램이라 시사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혜윤 PD는 "새로운 스타일의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뉴스가 될 만한 인물을 시의 적절하게 섭외하고, 그들에게 '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를 물어 정책보다 사람을 관찰하는 시간이라는 것.

사람을 헤집어봐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공씨의 질문이 관건. 정치인에게 "왜 혼자만 옳다고 생각하느냐"는 불편한 질문부터 "아내 말고 첫사랑이요"라는 아줌마식 질문까지, 그의 궁금증은 만화경처럼 다채롭다.

가끔 "교수님, 잘 모르겠어요"라며 힘없이 무릎을 꿇을 때도 있지만, 천상 그녀의 진행 스타일은 '여우형'이다. 출연자 앞에서 소녀처럼 턱을 괴고 들으면서 출연자들을 무장해제시킨 다음 마이크 앞에서 잘 할 수 없는 개인적 이야기들을 털어놓게 만들기 때문이다.

22일 분당의 한 서점에서 만난 공씨는 "남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을 진행자로서 장점으로 들었다. "턱 괴고 앞에 앉아 열심히 들어주니까 출연자들이 방송이라는 것도 잊고 진심 어린 말을 꺼내는 것 같다"고 평했다. 부끄러움이 없는 성격에 "잘 모른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나와 그것 또한 진행자로서 좋은 무기라고 덧붙였다.

그의 솔직함은 곧바로 방송 콘셉트로 이어졌다. 공씨나 정PD나 "판에 박힌 말을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때문에 출연자의 재미없는 말에는 냉정하게 맞장구를 삼가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저명한 출연자의 주장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라는 미지근한 반응도 보인다.

프로그램을 통해 청취자만 재미를 얻는 것이 아니다. 공씨는 "예전의 나를 찾은 것 같다"며 "주위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줬는데, 그동안 시대적 중압감도 심했고 내 인생의 부담도 커서 지난 20년간 지지고 볶으며 살았다"고 털어놓았다.

너무나 기자스러운 진행을 하는 여자, 박에스터 앵커

KBS <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를 진행하는 박에스더 앵커.
KBS <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를 진행하는 박에스더 앵커. ⓒ 오마이뉴스 이민정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박에스더'를 쳐봤다. 한국의 여성운동가가 나오고, 곧이어 인용 부호를 넣어 정치인인 고위직 공무원이 '뭐라고 했다'는 기사 제목이 이어졌다.

다른 여성 진행자들과는 달리 좀처럼 기사의 주인공이 되지 않는 박에스더 앵커. 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오 시간대 KBS 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이 기사의 주인공이 될 뿐 정작 박 앵커가 주목받은 적이 많지 않다.

박 앵커가 프로그램을 시작할 당시 언론은 박찬숙-백지연 앵커의 뒤를 잇는 여성 앵커라는 데 주목했을 뿐이다. 그는 이에 대해 "시작할 때 부담이 엄청 컸다"며 "처음에는 주위에서 내 진행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10년차 기자지만 두 시간 동안 패널도 없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년 반 동안 프로그램을 함께 만든 이경우 PD는 박 앵커에 대해 "기자 출신이라는 단점을 극복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2분 정도의 리포팅에만 익숙한 기자에게 두 시간 진행은 쉽지 않은 일인데, 그만큼 박 앵커가 신문, 자료 등을 꼼꼼히 훑어보고 열심히 준비한다는 것.

박 앵커의 진행 스타일은 '기사스럽다'는 말 이외에는 평할 말이 없다. 자칫 무색무취할 수 있는 '정석형'이라는 것. 이에 대해 그는 "KBS라는 매체의 한계가 있다"며 "다른 시사 프로그램이나 채널에 비해 쇼적인 시도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포맷을 변화를 감행하기가 쉽지 않단다.

그러면서 너무나 기자스러운 진행 스타일에 변화도 꾀하고 있다. 박 앵커는 "대중의 신뢰가 많이 쌓이면 때때로 (전형적 포맷에서) 비켜나가는 것을 시도해 볼 것"이라며 "지금은 자제했지만, 영원히 자제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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