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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나니아 연대기> ⓒ 시공사
<나니아 연대기>의 강점은 여느 판타지 소설에 비하여 지나치게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소설로서의 매력과 문학적인 완성도를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니아 연대기>는 <반지의 제왕>처럼 빈틈없는 완벽한 서사 구조나 심각한 철학적 명제에 집착하는 작품은 아니다.

흥미진진한 구성과 자유분방한 상상력,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으면서도 다채로운 신화와 중세적 함의을 포괄한 텍스트까지 고루 갖췄다. 그래서 <나니아 연대기>는 중독성이 강한 작품으로 첫손에 꼽힌다.

성스러운 사자 아슬란이 이끄는 가상의 나라 나니아. 인간과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동물들의 세계인 나니아는 다분히 태초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미완의 유토피아다.

<나니아 연대기>를 한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이 시리즈가 다분히 '성서에 기초한 동화'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저명한 신학자로 알려졌던 저자 C.S 루이스는 자신의 작품 곳곳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초한 에피소드들과 상징적인 캐릭터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니아를 지키는 수호신이자 타인의 죄를 대속하여 자신의 희생까지 마다하지 않은 성스러운 사자 아슬란은 두말할 것 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보인다. 나니아의 세계를 처음 접하게 되는 주인공들의 시선은 '창세기'편의 천지창조와 마찬가지다.

아슬란과 주인공들이 목숨을 바쳐서 수호해야하는 나니아의 정체성은, 바로 '영적인 믿음' 그 자체다. '말과 소년','새벽 출정호의 항해'처럼 나니아 시리즈의 중반부를 차지하는 각종 모험의 에피소드들은 바로 기독교에 귀의한 후 영적 시련을 통해 진리를 깨닫는 선지자들의 '천로역정'을 연상하게 한다.

주인공들은 그 속에서 믿음과 깨달음, 타락과 시련, 혼돈과 극복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리의 수호자로 거듭난다. 태초에 어린 소년 소녀들이 호기심에 이끌려 옷장문을 열고 환상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으며 시작된 모험은 나니아(믿음)를 수호하기 위한 젊은이들의 성장(영적 무장)을 통해 적 그리스도와의 '아마겟돈'(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그 대미를 장식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반드시 기독교적인 시각에만 얽매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요정에서부터 노르웨이·스웨덴 같은 유럽 북구의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거인과 난쟁이와 전쟁의 신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서구 문화의 뿌리가 되는 이질적이고 다양한 신화적 전통들이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한 챕터 안에 같이 살아 숨쉬고 있다.

판타지에 익숙하지 않은 성인 독자까지 끌어들이는 <나니아 연대기>의 흡인력은 바로 이같은 종교와 신화의 융합 가운데 빚어지는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상상력이다.

<반지의 제왕>이 좀더 고전적인 판타지의 원형에 가깝다면, <나니아 연대기>는 기독교적 사관에 기초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통해 당시로는 보기 드문 '퓨전'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나니아 연대기

C. S.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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