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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번트 신드롬>
ⓒ 홍익출판사
영화 <레인맨>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던 더스틴 호프만의 천재적 재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과 찬사를 동시에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일란성 쌍둥이인 조지와 찰스는 탁월한 날짜 계산능력을 가진 서번트로 이들에게 특정한 날짜를 지정해 주면 8만년의 범위 안에서 질문한 날이 무슨 요일인지를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10달러를 주고 6달러짜리 물건을 사면 4달러의 거스름돈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모른다.

이같이 심각한 중증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게서 일부 나타나는 이른바 '이디엇 서번트(백치천재·Idiot Savant)'들은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약 100명 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번트 100여명의 놀라운 이야기 <서번트 신드롬>

<서번트 신드롬(대럴드 트레퍼트 지음, 이양희 옮김)>은 이런 백치천재들, 즉 서번트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미국 남북전쟁이 끝났을 무렵 16세의 시각장애 소년 톰은 피아노 연주투어를 시작했다. 그는 100개도 채 안 되는 어휘를 구사했지만, 5000곡이 넘는 연주 레퍼토리를 가진 음악의 천재였다. 11살 때 톰은 백악관의 대통령 앞에서 완벽한 연주를 했다. 이를 믿지 못했던 많은 음악가들은 다음날 그를 호텔로 불러 새로 작곡한 수십 페이지 짜리 음악 두 곡을 연주했다. 톰은 이 음악도 완벽히 소화했다.

레슬리 렘키는 정규음악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며 청각장애, 정신지체, 뇌성마비 등 3가지 장애를 동시에 지녔다. 하지만, 10살 때 난생 처음 TV에서 들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을 그 자리에서 완벽히 연주했다. 그는 아무리 복잡한 곡이라도 100% 똑같이 연주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편곡하기도 한다. 알지도 못하는 그리스어로 부른 노래를 자신의 절대음감을 이용해 피아노연주곡으로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어로 완벽히 재현해내기도 한다.

정신박약과 시각장애가 빈번하게 연관되고 이 두 가지 요소가 특히 음악적 재능과 함께 나타나는 서번트 신드롬(석학증후군)의 신비로움은 그것을 과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는데 있다. 서번트 신드롬에 관한 기존 이론을 재검토하고 직접 25명의 서번트들을 인터뷰했던 제인 두켓 박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서번트 신드롬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이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서번트는 퍼즐이며, 어쩌면 영원히 풀지 못할 퍼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서번트들의 아주 특별한 뇌 기능은 우리들의 정상적인 뇌 기능, 나아가 인간 잠재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동시에 제시해 준다. 과학자들의 도전은 그래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서번트의 재능을 일깨운 것은...

중요한 사실은, 많은 서번트들 중에서도 두드러진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처한 상황에 아랑곳없이 끊임없는 도전과 훈련을 통해 재능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왔다는 사실이다. 장점을 부각하는 것이 곧 단점을 체념하거나 짓누르는 것임을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서번트들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칭찬과 사랑이 잠자고 있던 그들의 재능을 일깨우는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100여명의 서번트 사례와 그들의 능력을 담은 <서번트 신드롬>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연민과 탄성을 동시에 일어나게 하는 책이다. 불치의 병을 앓은 서번트들이 보여주는 절대적 믿음과 끊임없는 도전정신, 칭찬과 사랑의 메시지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서번트 신드롬 - 위대한 백치천재들 이야기

대럴드 트레퍼트 지음, 이양희 옮김, 홍익출판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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