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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사우디에서 사왔다는 사탕을 맛보기 위해 쭉 줄을 서서 혀를 내밀고 있는 장면
아빠가 사우디에서 사왔다는 사탕을 맛보기 위해 쭉 줄을 서서 혀를 내밀고 있는 장면 ⓒ PMC 프러덕션
지난 3개월 여 꽤 많은 뮤지컬 특히 수입된 대작 뮤지컬을 많이 보러 다녔지만 <아이다> 이후에 본 최고의 뮤지컬이라 감히 말해도 될 듯하다. 뮤지컬 <달고나>의 힘은 여러 갈래에서 나오겠지만 우선 출연배우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런 표정연기와 춤솜씨는 기본이요 어디 내놔도 전혀 뒤지지 않을 노래실력까지, <달고나>에 출연한 배우 11명의 역량은 정말 막강해 보였다. 그래서 다소 번거롭지만 그들의 이름을 모두 소개하려 한다.

극중 지희 역의 김선미와 세우 역의 정의욱, 삼촌 외 다역을 소화해 낸 임기홍과 태한 외 다역의 이창원, 동기 외 다역을 맡은 서만석, 강수용 역의 이상희와 보영 역의 최영화, 담배가게 아가씨 역의 유정은과 어린왕자 역의 최경훈, 세우 언더 역의 정원일과 지희 언더 역의 박주희까지. 이들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극중 연인으로 나와 예쁜 사랑을 만들어 나가는 지희와 세우는 듀엣곡을 통해 아름답고도 순수한 사랑을 잘 묘사했다. 지희 역의 김선미는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순간 감정몰입 후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실감나게 보여줘, 그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멋진 연기와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극중 배역을 잘 소화해 낸 지희 역의 김선미(왼쪽)와 세우 역의 정의욱
멋진 연기와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극중 배역을 잘 소화해 낸 지희 역의 김선미(왼쪽)와 세우 역의 정의욱 ⓒ PMC 프러덕션
또한 삼촌 역을 비롯해 코믹스러우면서도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다수 역을 맛깔나게 소화해 낸 배우 임기홍은, 관객들로부터 전폭적인 성원을 받으며 대단한 인기를 자랑했다.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로 장기공연을 성공리에 해내고 있는 뮤지컬 <달고나>는, 송승환씨가 대표로 있는 PMC 프러덕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공연을 관람하고 극장을 나서면서 '역시 송승환이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니 말이다.

뮤지컬 <달고나>는 기본적으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지금은 지방 장터에서나 가끔 볼 법한 뻥튀기 기계와 말뚝박기 놀이, 그리고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라는 노랫말과 함께 펼쳐지는 줄넘기까지.

조용필의 명곡 '여행을 떠나요'에 맞춰 배우들이 군무를 추는 장면은 흡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젊음의 행진>의 '짝꿍'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저 별들 중에서 유난히도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네'의 노랫말로 유명한 '어린왕자'가 귓가에 들려올 땐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의 감성이 가슴을 아련하게 만든다.

세우가 영장을 받고 지희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대목의 삽입곡인 '이등병의 편지'가 울려퍼질 때는,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의 콘서트에서 무대 뒤에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공연을 지켜보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각 장면에 걸맞은 탁월한 선곡 덕분에 극적인 재미는 한껏 무르익고, 가요와 만화주제가 그리고 운동권 가요를 망라한 추억의 노래는 관객들의 귀에 착착 감긴다.

<추워요>라는 성애영화를 관람하는 고교생들이 영화 속 에로장면에 흠뻑 빠져있다.
<추워요>라는 성애영화를 관람하는 고교생들이 영화 속 에로장면에 흠뻑 빠져있다. ⓒ PMC 프러덕션
공연을 본 후 이렇게 속이 후련해지고 유쾌한 기분을 느낀 것이 얼마 만인가 싶을 정도로 <달고나>는 대단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잠시도 지루할 틈을 가질 수 없고 객석은 폭소도가니에 빠진 채 쉴 새 없이 박수소리가 이어진다.

극 후반부에서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충실 하느라 잠시나마 공연이 지나치게 늘어진 느낌을 준 것 이외에는 딱히 흠잡을 만한 구석을 찾아보기 힘든 명작품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특히나 학창시절 촌극대회에서 쏟아져 나왔을 법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기발랄함은 이 공연의 최대강점이라 할 것이다. 또한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무대 역시 뮤지컬 <달고나>에 끊임없이 관객들이 몰리는 중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공연이 마무리되면서 막이 내려지기 조금 전 관객들에게 반복적으로 들려지는 이 노랫말에서, 기자는 여러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그대로 있으면 정말 세상은 아름답게 돌아가겠지만, 어찌 생각하면 '너무 무미건조하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과 더불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뮤지컬 <달고나>는 대학로 PMC 자유소극장에서 5월 14일까지 공연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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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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