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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의 봄풍경, 전봇대가 없었다면 보다 낭만적인 공간이 되었을듯...
마이산의 봄풍경, 전봇대가 없었다면 보다 낭만적인 공간이 되었을듯... ⓒ 김정수
진안을 대표하는 마이산은 국가지정 명승 제 12호로도 지정되었으며, 수성암으로 이루어진 암 마이봉(673 m)과 숫 마이봉(667m)의 두 봉우리로 형성되어 있어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말의 귀를 닮았다 하여 마이산이라 불리고 있다.

마이산은 벚꽃이 특히 유명하다. 전국에서 가장 늦게 벚꽃이 피는데,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보다 무려 20일 여일이나 늦다. 보통 4월 중순에서 말까지 절정을 이룬다.

벚꽃은 마이산 남부주차장 쪽에서 천지탑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서 피기 시작하면 마이산 벚꽃축제가 열리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붐빈다. 올해는 4월14~18일까지 5일간 마이산 벚꽃축제가 펼쳐졌는데, 이번 주말까지는 멋진 벚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부주차장에서 들어서는 길은 벚꽃을 보려는 인파가 몰려 교통체증도 심하고, 사람들로 너무 붐벼서 봄풍경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북부주차장을 통해 탑사를 거쳐 반대로 이동하는 게 조금 더 많이 걸어도 여유 있게 벚꽃을 즐기기에 좋다.

은수사의 청실배나무 뒤로 숫마이봉이 보인다.
은수사의 청실배나무 뒤로 숫마이봉이 보인다. ⓒ 김정수
마이산 탑사 전경
마이산 탑사 전경 ⓒ 김정수
벚꽃 뒤로 탑영제 호수에서 연인들이 오리보트를 타고 있다
벚꽃 뒤로 탑영제 호수에서 연인들이 오리보트를 타고 있다 ⓒ 김정수
말의 귀를 닮은 마이산의 자태가 푸름을 자랑하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밀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쫑긋 세운 귀를 더욱 곧추세우는 것 같아 보인다. 북부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숫마이봉과 암마이봉 사이의 고개 정상인 천왕문에 서게 된다.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암마이봉인데, 이곳은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화엄굴에서 암마이봉으로 이어지는 0.6km의 등산로가 식생복원을 위해 폐쇄된 상태다. 왼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100m를 올라가면 숫마이봉에 있는 화엄굴을 만나게 된다. 동굴 안에는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은다는 화엄굴 약수가 있다. 어두컴컴한 굴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로 갈증을 풀어내며 기운을 차린다.

숫마이봉은 화엄굴까지만 올라갈 수 있어 다시 내려와야 한다. 천황문에서 직진해서 계단을 내려서면 은수사가 버티고 서있다. 이곳에는 특이한 나무가 한그루 서있어 신비함을 더한다. 은수사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386호)는 높이가 18m에 이르는데, 몸통 줄기가 네 갈래로 갈라졌다가 이 가운데 두 줄기가 다시 합쳐지는 연리지 나무이다.

마이산에선 겨울철에 역고드름이 생기는 신비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은수사 주변에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겨울철에 그릇에 물을 담아두면 고드름이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며 자란다.

나무 뒤로 숫마이봉이 멋진 자태를 뽐내며 우뚝 솟아있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너무나 유명한 탑사가 나그네를 맞이한다. 하늘을 뚫어버릴 듯 뾰족하고 높게 솟아있는 돌탑이 무리를 이루며 세워져 있다.

탑사의 마이산 탑군은 인간이 쌓은 걸작품으로 꼽을 만하다. 120여 기가 있었으나 현재 80여 기가 남아있다.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놓은 것이 송곳처럼 뾰족해서 마치 하늘을 치를 것 같다. 주탑인 천지탑은 부부탑으로 2기로 되어 있는데 높이는 13.5m에 이른다. 주탑인 천지탑을 정점으로 조화의 극치를 이루며 줄줄이 세워져 있어 장엄하기까지 하다. 인간이 만든 튼튼한 건축물도 태풍에 종종 파괴되곤 하는데, 이 돌탑들이 그 수많은 태풍들을 견디고 서 있다는 게 그저 신비로울 따름이다.

탑사에서부터 벚꽃길이 이어지는데, 길을 따라가면 연못인 탑영제를 만난다. 탑영제에서는 오리보트를 빌려 타고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연못 위를 떠다니는 연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는 최적지다.

탑영제의 벚꽃길 뒤로 마이산이 보인다.
탑영제의 벚꽃길 뒤로 마이산이 보인다. ⓒ 김정수
ⓒ 김정수
탑영제 제방에서 내려다본 벚꽃길
탑영제 제방에서 내려다본 벚꽃길 ⓒ 김정수
탑영제 주변의 벚꽃길은 사진촬영하기에 제일 좋은 곳이다. 탑영제 제방에 올라 아래쪽으로 보고 기념사진을 찍으면 다른 사람들을 방해를 받지 않고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탑영제 호수와 벚꽃길을 함께 앵글에 잡으면 최고의 사진이 된다.

길 위에도, 호수 위에도 벚꽃길이 길게 이어진다. 거기다 호수 위를 지나는 오리보트와 그 뒤로 보이는 마이산이 풍경화를 완성한다. 봄날의 풍경화치고 이보다 아름다운 곳이 또 있을까 싶은 비경이다. 나는 이곳에서 30분을 넘게 머물며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댔다. 제방을 몇 차례 왔다 갔다하며 다양한 구도의 사진을 만들어냈다. 사진을 다 찍고도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풍경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신선이 머물던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후에 남부주차장까지 이어지는 벚꽃길도 더없이 아름답다. 팝콘같은 새하얀 꽃송이가 길게 늘어서서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은 초등학교 시절 보았던 TV만화 <빨강머리앤>에 나왔던 그 벚꽃길처럼 인상적이다. 그래도 마이산만의 독특한 색채를 담아낼 수 있는 벚꽃 사진은 역시 탑영제 제방만한 곳이 없었다.

벚꽃길을 걷다보니 금당사가 반긴다. 연못 중앙에 세워진 금당사석탑이 이채롭다. 괘불탱화(보물 1266호)와 은행통나무로 만든 삼존목불좌상도 만날 수 있다. 남부주차장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탑영제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 일행이 있었다면 보트를 타고 호수 위에서 벚꽃을 감상하는 것도 꽤 운치 있는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아내랑 아들녀석을 데리고 와서 벚꽃 아래에서 오리보트를 타봐야겠다.

문의 : 마이산 관리사무소 063-433-3313

추천 맛집
마이산 북부주차장에 자리한 500명 수용 규모의 국태가든은 산채백반과 전주돌솥밥이 봄나들이의 입맛을 잡는데 좋다.

교통정보
진안로타리에서 마령방면으로 간다. 30번 국도를 타고 가다 금당사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남부주차장이다. 진안로타리에서 마이산방면으로 달리면 북부주차장이다. 벚꽃 시즌에는 북부주차장을 기점으로 여행을 해야 차안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대중교통
진안터미널에서 마이산북부 행, 또는 마이산남부 행 버스를 이용한다.

덧붙이는 글 | 시민의신문, 시골아이, 유포터뉴스, 한겨레, 국제신문, CNB뉴스, 뉴스와이어에도 보냅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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