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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31 지방선거에선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공약 평가 활동이 활발할 전망이다. 후보자들도 ‘선언성’ 공약을 남발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공약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선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공약 평가 활동이 활발할 전망이다. 후보자들도 ‘선언성’ 공약을 남발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공약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 여성신문
[이은경 기자] 헛공약, 막공약…. 그야말로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에 대한 유권자의 혐오감과 심판이 이번 5·31 지방선거에선 역대 그 어느 지방선거보다 크게 작용할 것 같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돼 벌이는 공약검증 작업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상태다.

관련 단체들은 공통적으로 4월 안에 각 후보들에게 제시할 모범 공약을 제시하고, 그 틀 안에서 각 후보의 공약을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가 제시하는 공약들은 그동안 남발됐던 기존 ‘개발’ 공약을 탈피해 주민의 삶의 질과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출범한 73개 여성단체 연대체 ‘생활자치· 맑은정치 여성행동’은 지역별로 ‘자치단체장 초청 TV 여성정책 토론회’를 기획, 추진 중이다. 주요 단체장 공천이 확정되는 대로 5월 초부터 진행될 여성정책 토론회는 지난 97년 대선에서 첫 시도된 여성정책 토론회를 기점으로 하고 있다. 토론회를 통해 이미 발표된 ‘11대 여성정책 가이드라인’을 후보자들에게 인지시켜 공약에 적극 반영해 당선 후 이를 실행하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목표다. 11대 여성정책 가이드라인은 아동 50% 이상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 여성 장애인 종합지원센터 설치, 공공 노인요양시설과 재가서비스 확충, 여성폭력방지지역협의체 조례 제정, 한부모·국제결혼 가족 지원 확대, 지자체 부단체장 여성 1명 의무 임명 등이다.

지난 2월 1일 발족된 ‘스마트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추진본부’는 3월 16일 중앙선관위와 5개 정당 대표들을 참석시켜 매니페스토 협약식을 가진 데 이어 4월 4∼12일 서울·경기·강원·대전·부산·대구 등 14개 지역을 순회하며 매니페스토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예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매니페스토의 개념, 일본 사례, 매니페스토 평가 지표와 매니페스토 작성 및 활용법 등에 대한 강의가 주종을 이뤘다. 이달 25일을 전후해선 평가단 구성 방안, 구체적인 평가 내용과 지표 및 지수화 방안, 사전 평가 내용의 공개 범위와 방법 등을 일괄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유문종 상임 집행위원장은 “이번 아카데미에 회당 40∼60명 총 300여 명 정도의 예비 후보자들이 참여했는데, 강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열띤 관심을 보여 이들 후보들이 정책선거의 흐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4월 중순쯤엔 중앙선관위와 공동으로 펴낸 ‘모범’ 공약집을 후보들을 위한 교육 자료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월 21일 출범식을 가진 ‘2006 지방선거 시민연대’는 260여 시민단체의 공약검증 연대체. 시민연대는 자치·문화·복지·교통과 환경 4대 분야 정책의제를 중심으로 각 후보에게 관련 공약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릴레이 워크숍을 통해 시민연대 전체 차원에서 10∼20대 과제를 선정해 작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민소환제·주민투표제·주민발의제·주민소송 및 주민감사 청구·지방의원 영리행위 금지·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권한 조정 등의 6대 입법과제도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시민연대 측은 5월 후보자들의 공약이 집중 발표되기 이전에 ‘헛’공약에 대한 평가지표를 만들어 이를 지수화할 계획이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현재의 공약검증운동엔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지만 현직 단체장·지방의원인 후보들이 공약 평가 면에 있어 무소속이나 신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데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한다.

이처럼 내실 있는 공약에 대한 요구는 점점 거세지고 있는 반면, 각 후보의 공약을 점수나 지수 등으로 평가해 발표하는 것에 대해선 관련 단체들은 상당히 조심스러워 한다.

중앙선관위도 선거법상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민감하다.

매니페스토 추진본부 유문종 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후보자의 공약을 ‘일부’ 평가해 ‘일부’ 계량화할 수도 있는데, 유권자 입장에선 이를 ‘전체’ 평가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이번 5·31선거에선 과도한 욕심을 내기보다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국민에게 널리 알려 대중화시킴으로써 이후 선거에 이 운동이 선거문화로 정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에 만족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정당들 매니페스토 대응 바쁘다
저출산 고령화 돌봄노동 등 여성이슈 개발 서둘러

헛공약 찾아내기, 주민 공약 제안운동 등 공약의 알맹이에 초점이 맞춰짐에 따라 정치권도 대응 전략 짜기에 바쁘다. 늦어도 이달 안에 발표될 정당별 공약 아젠다는 ‘선언적’ 성격을 탈피해 실현 가능한 ‘구체적’ 사항을 담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예년 선거 공약들과 차별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전철 복선화 조기 추진, 인천 송도 신항 건설 등 개발 공약을 주로 발표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삶의 질과 관련된 분야의 공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정책위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중앙’ 공약은 일자리 창출, 저출산 고령화 타개, 5대 양극화 해소, 실업고 지원 확대, 지방자치 혁신 등 대주제 몇 개를 큰 틀로 정해놓았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에선 기존 보육비 지원이 시설에 다니는 아동을 둔 저소득 가정에 한한 것에서 벗어나 육아 도우미를 쓰는 직장여성에게 개별 육아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또한 여성과 아동의 안전을 위해 위급 상황에 즉각 경찰과 연계시키는 전자위치확인 제도를 시행하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성인지적 정책의 공약 개발을 특화하고, 선대본부에 이어 여성선대본부도 발족한다. 일하는 여성들의 직업 훈련, 지자체 내 여성 비정규직의 감소와 여성 고용 증가, 임금 격차 해소, 보육·양육·노인수발 등 여성 돌봄노동을 지자체의 공적 서비스로 전환시키는 것 등을 골자로 ‘여성’ 공약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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