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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스타일> 홈페이지
부잣집 딸의 촐랑대는 시골 생활을 담거나, 영양부족으로 출연자가 기절하기도 하는 모델 선발 프로그램에 질린 시청자들에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제 맛을 느끼게 해 줄 <프로젝트 런웨이2>가 시작됐다.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에서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디자이너들의 도전과 경쟁을 보여준다.

16명의 디자이너 가운데 3명은 뉴욕 패션 위크에 자신의 무대를 올릴 수 있고, 최종 우승자에게는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도록 GM에서 제공하는 10만 달러의 상금과 바나나 리퍼블릭 팀의 지원이 주어진다. 덤으로 패션 잡지 <엘르>에도 소개되는 까닭에 무명 디자이너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이기도 하다.

수천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뉴욕에 모인 16명의 디자이너 가운데 두 명을 탈락시키는 첫 회의 과제는 '5.5m 의 모슬린 천으로 자기만의 디자인 철학을 드러내 보이는 것'.

일주일의 시간을 준 이번 과제는 자유주제인 만큼 참가자들의 개성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프로젝트 런웨이 1> 첫 회(슈퍼마켓에서 파는 다양한 재료 50달러 어치로 옷 만들기)에서 탈락했다가 시즌2에 재도전한 다니엘 프랑코는 "왜 돌아왔느냐"는 다분히 냉소적인 질문에 개의치 않고, 겸손하면서도 자신 있는 목소리로 "유명세를 타기 위해 온 게 아니라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온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대답이지만 정공법이 유치하거나 뻔뻔하게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눈빛 관리와 목소리 조절을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잘 보여준다.

왼쪽부터 첫 회 우승자 산티노의 베이비달 원피스, 첫 회 탈락자인 존의 염색 원피스, 둘째 주 우승자인 클로에의 리폼 원피스.
왼쪽부터 첫 회 우승자 산티노의 베이비달 원피스, 첫 회 탈락자인 존의 염색 원피스, 둘째 주 우승자인 클로에의 리폼 원피스. ⓒ BravoTV.com
디자이너들의 혼신을 다한 경쟁을 보는 재미

영화 <레옹>의 장 르노를 닮은 서른 살의 산티노 라이스는 색상이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마감으로 가장 돋보이는 베이비달 원피스를 제출했다. 그는 자신의 옷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신만만하다. "영혼을 다해 만든 옷""내 옷이 자랑스럽다" 등 입으로 구만리 장천을 날아오르는 타입이지만, 입심만큼이나 실력도 출중해 눈길이 가는 참가자이다.

'겨우 베이비달 원피스(물론 심사위원은 창의적이고 유치하지 않은 핸드 메이드 베이비달은 흔치 않다면서 첫 회 과제의 1등을 쥐어줬지만) 하나에 무슨 영혼 타령까지?'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런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게 얼마나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르는 사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산티노는 입고 다니는 스타일(호랑이, 사자 나염 티셔츠나 특이한 모자를 쓰고 나온 점에서 일단 독특한 인상을 심어줌)부터 말씨까지 독특함과 정성으로 자신을 무장하려고 노력한다.

눈에 띄는 참가자 가운데 클로이 다오는 슈미즈 감으로 만든 옷 3벌을 포트폴리오로 제시했다. 다들 다양한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때 그녀는 한 가지 옷감을 선택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텍사스에서 작은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다는 그녀는 "단골들은 있지만 좀 더 큰일을 하고 싶어서 일생일대의 도전장을 냈다"면서 이번 기회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느껴지도록 말한다.

색감이 화려하고 디테일이 튀는 옷을 만드는 산티노와 함께 2회에서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응용해 새로운 옷을 만들라'는 주문에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 센스를 보여줬던 클로이, 그리고 재도전한 용감한 청년 다니엘을 응원하고 싶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클로이), 영혼을 이야기하며(산티노),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달라고 다시 돌아온(다니엘).

이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은 심사위원 뿐 아니라 나와 같은 구경꾼들에게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다가온다. 그러한 긍정적인 목소리의 힘이 그들의 옷을 더욱 도전적이고 용감무쌍하게 보이게 하는 오라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에 반해, 1회에서 탈락한 존(주황색 홀치기염색 원피스 제작)은 디자인 의도에 대해 "워낙 더웠던 탓에 여름 원피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둥, 자기 옷에 대해 "재단도 잘 돼 있고, 착용감도 편해서 제 디자인을 잘 나타내고 있죠"라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더니, 급기야 "여덟 시간 만에 완성했다"고 무덤을 팠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 가운데 제일 독설가였던 마이클 코어스는 "염색으로 자신을 표현 했나요? 칼라와 염색을 제외하면 천만 남아요"라고 악평했고, 일주일의 시간을 노력 없이 함부로 흘려보냈다고 떨어뜨린 이유를 밝혔다.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비평도 <프로젝트 런웨이>의 매력

응원하게 되는 디자이너를 지켜보는 재미와 함께 <프로젝트 런웨이2>를 매주 기다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주 주어지는 특별한 과제와 디자이너들에게 던져지는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비평 때문이다.

특히 심사위원 가운데 유일한 남자인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의 질문은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과외 공부가 될 것 같다.

또 그의 질문에 답하는 참가자들의 대답 솜씨와 답변 태도는 디자인 공모전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취업 면접을 앞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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