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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를 깔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
돗자리를 깔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 ⓒ 김현
해마다 4월이면 전주 휴비스 공장 잔디밭에선 ‘자연 사랑’을 주제로 글마당·그림마당 잔치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자연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새롭게 하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올해로 9번째를 맞았다. 바람이 몹시 부는데도 많은 아이들은 부모들의 손을 잡고 와 잔디밭에 엎드리거나 앉아 자신의 글재주와 그림재주를 뽐냈다.

바림이 많이 불어 돗자리가 날리는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진지합니다.
바림이 많이 불어 돗자리가 날리는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진지합니다. ⓒ 김현
그림 현장을 스케치하다 보니 아이들이건 부모건 나들이 나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밥과 과일을 싸들고 와 어른들은 먹고, 아이들은 쓰다가 놀다가 그리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들이 정겹다.

이번 행사에서 초등학생들은 그림만 그리고 중학생은 글짓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꼬마들은 놀이기구를 타며 신나게 논다. 그 아이들을 보면 어린이날 풍경을 보는 듯하다.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다.

나무에 화사한 꽃들이 주렁주렁 피어나고 있는 아이의 그림
나무에 화사한 꽃들이 주렁주렁 피어나고 있는 아이의 그림 ⓒ 김현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가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무슨 그림이냐고 하니, ‘그냥 꽃그림이요’하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작년에 그렸던 아들 녀석의 그림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미술학원 근처도 안 가본 아들 녀석은 그림을 자기 마음대로 그린다. 바다 생물을 좋아하는 아들은 고래 한 마리와 상어 한 마리가 바다 속에서 만나 서로 길을 비키라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곤 옆에다 이렇게 써 놓았다.

“야! 저리 비켜.”

더불어 미술학원 2년 동안 다녔단 딸아이는 한 번도 타보지 못했단 장려상을 타 함께 갔던 이웃들을 놀라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면 그림이건 글이건 창의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보기 좋게 그린 그림도 획일적이면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걸 보면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기술뿐 아니라 창의력을 기룰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 써야 할 텐데
잘 써야 할 텐데 ⓒ 김현
잔디밭에 앉아 원고지에 글을 쓰고 있는 두 소녀가 보인다. 글의 전개가 잘 안 되는지 연필을 원고지에 대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몇 학년이냐 물으니 중학교 2학년 이란다.

어때요? 우리 잘 그리고 있죠?
어때요? 우리 잘 그리고 있죠? ⓒ 김현
이 아이들은 같은 미술학원에서 왔다며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학원 미술선생님이랑 왔다고 한다. 아이들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아이들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감상하다 보니 한쪽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언니야, 예쁘게 해줘요.
언니야, 예쁘게 해줘요. ⓒ 김현
손과 얼굴에 예쁜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귀여운 꼬마들이 줄을 서서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 한 여자아이가 얼굴에 붓을 대자 감촉이 이상했는지 웃음을 멈추고 살짝 인상을 쓰는데 그 모습이 참 예쁘다. 기다리던 아이들이 앞 친구의 얼굴을 또렷이 바라보면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오르고 구르고 넘어지고...그래도 신나요
오르고 구르고 넘어지고...그래도 신나요 ⓒ 김현
운동장 한쪽이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느라 웃고 떠들고 고함치고 하는 모습이 어린이 잔칫날이다. 마법의 성을 닮은 것도 있고, 훈련 받을 때 오르는 놀이도구도 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노느라, 넘어져 뒹굴고 엎어지고 엉키고 하다 우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그 울음도 잠시뿐 또다시 노느라 정신이 없다.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기 위해 쓰레기를 주어 줄을 서있는 학생들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기 위해 쓰레기를 주어 줄을 서있는 학생들 ⓒ 김현
4시가 넘어가면서 운동장 가운데 무대에선 노래자랑이 시작되고, 한쪽에선 한 무리의 남녀학생들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길게 줄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다가가 무엇 하냐고 물으니 쓰레기를 주워 갖다 주면 봉사활동 확인서를 떼어준다고 한다.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봉사활동 점수도 따고 좋잖아요. 잘 하면 상도 타구요.”

아이들은 쓰레기를 양 손에 들고 연신 키득거린다. 관계자 분인 듯 한 사람이 ‘쓰레기 많이 안 주어오면 봉사활동 확인서 안 끊어준다’고 은근한 압력을 넣으면 ‘이 정도면 됐잖아요’하며 끼리끼리 어울려 이야기를 나눈다.

ⓒ 김현
‘자연사랑’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고 쓰레기도 주우며 아이들이 우리 자연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가지는 걸 보며 우리 어른들은 평소에 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마련이다. 어른들의 평소 말과 행동이 우리 어린 아이들에게 그대로 옮겨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나 자신부터 그러지 못함을 반성한다. 그러면서 자연과 인간은 하나의 바퀴이지 따로 노는 바퀴가 아님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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