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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1일 외대 교직원 노조 농성장 대자보를 총학생회 학생들이 강제 철거한 뒤 모습. 동영상을 사진 촬영(노조원 제공 동영상)
4월11일 외대 교직원 노조 농성장 대자보를 총학생회 학생들이 강제 철거한 뒤 모습. 동영상을 사진 촬영(노조원 제공 동영상)
농성장에 들고간 것은 각목? 피켓?

노조 주장에 따르면, 사건 당시 일부 학생들이 각목을 들고 있었고 일부 노조원이 찰과상을 입는 등 피해를 있었다는 것.

이후 노조는 지난 12일 수요일 '파업투쟁 6일째를 맞는 11일 2시 30분 경, 전 조합원들이 용인캠퍼스로 내려가 있는 틈을 타고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간부들 20여명이 각목을 들고, 본관 좌측 입구로 진입했다'는 내용의 '파업투쟁속보'를 학내외에 배포했다.

이에 총학 측은 각목이 아니라 피켓이었고 노조 측의 오인이라는 해명을 하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전 부총학생회장 옹일환(30)씨는 "여러 차례 교직원 노조 파업에 항의했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전날 게시된 타 대학 노조 게시물과 플래카드 등을 학생회에서 철거해 농성장에 전달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옹씨는 또 "과도한 외부 선전물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 불쾌감이 고조돼 있었다"며 "총학생회는 이날 농성장에 게시된 노조의 대자보를 철거하고 대신 학생회 입장을 담은 자보를 부착하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되고 농성장의 소음이 강의실 내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노조의 부분파업은 용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직원 노조 윤병호 홍보선전국장은 "학생들이 제기하는 방식이 상대를 억압하는 방식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파업은 학교본부 측이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벌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파업 첫째날과 둘째날 농성장의 확성기 소리가 강의실로 전달돼 강의에 방해된 것은 사실"이라며 "셋째날 이후로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업 강행은 단체협약 파기 때문... "노조 탈퇴하면 협약한다고"

교직원 노조가 학생들과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단체협약이 파기됐기 때문.

노조는 "한국외대 당국이 19년 간 노조와 맺어왔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30년 근속한 직원을 사유없이 직위해제 했다"며 "조합원 48명 개개인의 가정에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엄중 조치하겠다'는 총장 명의의 공문을 수차례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이후 학교 측은 일부 노조원에게 "노조에서 탈퇴하면 단체협약을 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단체협약이 지난 2월 만료되고, 학교 측이 3월 초 해지 통보를 해오면서부터 학교본부와 교직원 노조 간의 대화는 단절됐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교직원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도서관 대출업무가 마비돼 총학생회가 도서관 자원 봉사에 나섰다.

이후 총학생회는 파업 중인 교직원 노조에게 항의방문을 하기도 했고, 지난 10일에는 파업을 지지하는 학내외 단체의 파업 지지 대자보 및 플래카드 등을 철거했다. 또 사건 당일인 11일 총학은 농성장의 농성 대자보마저 철거하고 그 자리에 학생들의 '학습권 수호'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부착하려고 해, 그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진 것.

"총학이 파업 왈가왈부할 상황 아니다"-"명백한 학습권 침해"

이 사건을 두고 학내 여론은 뜨겁다.

영어대학 부학생회장 김단비(22·영문과)씨는 "총학생회가 노조 파업을 두고 왈가왈부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총학생회의 자보 철거 행위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하나(21·불어교육과)씨 역시 "파업으로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진국에서는 노조의 파업권을 인정해 불편하더라도 감수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근웅 (22·행정학과)씨는 "더 중요한 것은 노조 파업에 대한 학내 구성원 간의 합의"라며 "총학이 여론 수렴을 간과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학의 행동에 찬성하는 학생들도 상당한 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실명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슬기(19·영어학과)씨는 "파업으로 도서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학습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16일 저녁 8시경 "충돌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논하기에 앞서 불미스러운 충돌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교직원 선생님들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란 내용의 해명성 이메일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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