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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백승운 기자는 "신문 기사 편집을 읽으면 언론사의 정치성향이 보인다"고 밝혔다
<영남일보> 백승운 기자는 "신문 기사 편집을 읽으면 언론사의 정치성향이 보인다"고 밝혔다 ⓒ 허미옥
지난 15일, '희망여론' 프로젝트 모니터교실에서 '신문편집읽기'를 주제로 강의에 나선 백승운 <영남일보> 기자는 "신문은 하나의 유기체다, 1면에서 마지막 지면의 사설까지 신문 전체 지면은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며 "특히 정치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신문은 고도의 편집 전략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결국 '신문 기사를 하나하나 따로 떼서 보면 눈에 띄는 문제가 없지만, 전체적으로 연결해보면 신문사의 의도가 숨어있고, 그것이 독자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종이신문은 속보 경쟁에서 벗어나 치열한 의제 싸움에 돌입했다"고 밝힌 백승운 기자는 "신문이 세련된 편집과 내용 구성으로 정보를 확대재생산하면 그것은 사회의 주요한 이슈가 된다"고 밝혔다.

물론 그 영향력은 긍정과 부정적 측면 모두를 가지고 있다.

[사례 ①] <조선일보> 경제위기론(2004년 6월 8일)

2004년 6월 7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개원 축하연설. 당시 노 대통령은 경제상황과 관련 "서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그러나 결코 위기는 아니다"고 밝혔고 "과장된 위기론이야말로 시장을 위축시키고 진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라며 위기론을 유포시킨 언론에 대해 질책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1면(2004년 6월 8일)에 당시 노 대통령 연설문을 요약하고 나서, 편집 전략을 통해 이를 교묘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2004년 6월 8일
<조선일보>2004년 6월 8일 ⓒ 조선일보
일단 1면 노대통령 국회 연설 기사 바로 아래 '소매업 매출 15개월째 감소, IMF때보다도 두 달 길어"를 편집했다. 또한 B2면에 "'위기 부추긴 언론' 노 대통령 국회연설, 사실인가?"를 편집하고, 마지막으로 사설 '경제위기론에 음모설을 덮어씌우지 말라'로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 백승운 기자는 "<조선일보>가 1면 기사에 편집한 '소매업 매출…' 기사는 매월 한번씩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통계청 자료"라며 "주기적으로 발표되는 자료가 뉴스로서 주목받기는 힘듦에도,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의 논리에 반박하기 위해 이 자료를 1면에 편집하는 과감함을 보였다"고 밝혔다.

'서민들이 먹고사는 것에 너무 힘들어한다'는 자신의 논리를 증명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관련기사를 제시하고, 마지막 지면에 사설을 통해 "언론이 내세운 '경제위기론'은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소리였지만, 노 대통령은 '음모설'로 폄하하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논리를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중앙일보> '황사 편집' ▲<조선일보> '김인식 리더십' 등을 비슷한 사례로 제시했다.

한편 백승운 기자는 "편집전략은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라며 "한나라당 대구시장 후보가 확정된 시점에서, 이제부터 신문을 볼 때 각 신문이 의도적으로 띄우는 정당이 어디인지 그들의 편집전략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004년 총선 시기 <조선일보>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약을 보도한 기사를 비교하면서 이를 증명해 주었다.

[사례 ②] <조선일보> 한나라당 구하기 2004총선, <미디어오늘> 기사 중심

2004년 총선은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 열풍이 불고 있었고, 한나라당은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선거분위기를 역전시키려고 했었다.

당시 <조선일보>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공약점검 시리즈를 통해 한나라당 전술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조선일보>2004년 3월 30일. 우리당 공약 기사
<조선일보>2004년 3월 30일. 우리당 공약 기사 ⓒ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3월 30일 열린우리당 공약보도를 1면과 3면에 게재하고 있는데, "여, '공공주택 원가 공개", 3면에는 "정부정책과 비슷-빈곤층 대책은 진전"을 제목으로 설정했다.

뿐만 아니라 3면 오른쪽에는 "오늘의 불법선거 지수"를 그래프로 편집하고, 해당 그래프에서 열린우리당의 불법선거 사례가 가장 높게 표시되어 있다.

또한 그래프 위로 '고개숙인 돈봉투'라는 사진을 편집해두었다. 사진 속 인물은 무소속 후보 선거 운동원이었지만, 전체 편집을 보면 '우리당 관계자가 불탈법 선거운동을 하다가 걸린 것'처럼 구성, 열린우리당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편집전략이라는 것.

이에 비해 4월 1일 1·3면에 보도된 한나라당 공약점검은 180도 달랐다.

<조선일보>2004년 4월 1일. 한나라당 공약 기사
<조선일보>2004년 4월 1일. 한나라당 공약 기사 ⓒ 조선일보
1면에는 "한나라 '전 국민에게 연금혜택"을, 3면에 '10만 명 규모 이공계 병역 특례 부활"을 제목으로 뽑았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정동영 의장이 노인폄하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장면을 기사와 사진으로 편집, 우리당의 오류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한나라당에 유리한 편집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박세일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의 투기의혹, 즉 교수로 재직했던 9년 동안 26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거금을 벌어들인 박 위원장의 문제에 대해서는 <조선일보>는 '열린우리당의 정치공세'라며 아예 '논쟁'으로 축소 보도했다고 한다.

[사례 ③] 기사 제목, 집약된 팩트

한편 "신문 기사 제목을 통해서도 해당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이 압축되어 있다"고 밝힌 백승운 기자는 4ㆍ30과 10ㆍ26 재보선 사례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4ㆍ30재보선과 관련된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23:0 열린우리당 재보선 '충격의 전패'"를, 그리고 10ㆍ26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 1면에 '열린우리당 또 전패(全敗)', 3면은 올 재보선 0:27'로 편집했었다.

이와 관련 백승운 기자는 "숫자는 문자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강력한 느낌을 제시한다"라며 "<조선일보>는 우리당의 참배를 한나라당의 통쾌한 승리로 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 승리의 기쁨은 <조선일보>도 함께 누리고 있을 것이다.

한편 <한겨레>는 재보선 관련 '한나라당 재선 전승'으로 제목을 썼다. 이런 편집과 관련 "<한겨레>는 선거결과로 곤경에 빠진 여당을 방어하고자 했을 것이고, 한나라당의 승리에 초점을 맞추면, 여당의 전패에 대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사진을 통해 특정 후보를 부각시키는 사례로는 ▲박근혜 이미지 부각(<조선일보> 2004년 3월 31일) 등을 제시했다.

백승운 기자는 <경향신문>공약점검 시리즈를 꼼꼼하게 체크하라고 당부했다.
백승운 기자는 <경향신문>공약점검 시리즈를 꼼꼼하게 체크하라고 당부했다. ⓒ 허미옥
백승운 기자는 선거보도 모니터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지침도 제시했다.

▲왜 해당 기사가 당일, 비중 있게 다루어졌을까? ▲특정 정당과 후보와 신문사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신문을 읽어야 한다 ▲맥락 효과를 활용한 편집을 분석하라. 즉 한 지면의 기사를 따로 떼지 말고, 지면 전체의 기사들을 연결시켜 봐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 최근 언론이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공약 나열뿐이라며 <경향신문>이 최근 제시하고 있는 공약점검시리즈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5.31 '희망여론'프로젝트 시민기자단

5.31 '희망여론'프로젝트는 대구경북기자협회,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공동으로 구성한 지방선거 보도감시 연대기구입니다. 

'희망여론'프로젝트는 3월 20일 발족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6월 5일까지 활동하는 한시적 기구입니다. 선거시기 '언론보도'를 통해 선거 및 정치문화를 변화를 모색하고, 이를 통해 대구 사회의 비전을 찾고자 언론현업단체와 언론운동단체가 함께 고민합니다.

'희망여론' 프로젝트는 △ 언론모니터팀 △ 시민기자단의 활동과 , △ 정치부 기자 간담회, △ 선거 보도 평가토론회, △좋은 기사ㆍ나쁜 기사를 선정 발표합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 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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