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나라당 서울지역 기초단체장 공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치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의원총회 회의장에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나라당 서울지역 기초단체장 공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치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의원총회 회의장에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학
"당의 생명과 직결되는 핵폭탄을 맞았다. 국민이 당을 깨라고 할까 걱정이다."(부산·경남 지역 초선 의원)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 사건이 터진 한나라당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런 저런 공천잡음과 전여옥 의원의 'DJ치매'발언, 대구 술자리 사건,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 이명박 시장의 '황제테니스' 사건, 허남식 부산시장 부인의 관용차 사용 사건 등으로 잇단 타격을 받아온 한나라당에게 이번 공천비리의혹 사건은 이전 사건들보다 더욱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최대 악몽인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돈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부산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차떼기 사건 때처럼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최연희 사건은 예고편이고, 이번 사건이 본편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았다"면서 "이번 사건은 불법대선자금 문제처럼 당 전체가 얽힌 사안은 아니지만, 파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사무처 당직자는 "밑에서만 맨날 뺑이치면 뭐 하느냐"며 "위에서 꼭 대형사건을 쳐 대니…"라고 허탈해했다.

허태열 사무총장의 발표 직후인 12일 밤 9시, 박형준·남경필·김명주 의원 등 새정치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소장파 의원 8, 9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곳곳에서 공천비리 의혹이 제기돼왔는데 지도부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는 비판과 함께, "지도부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곳곳에서 비리의혹 제기돼왔는데 이제서야..."

하지만 13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상황설명을 들으면서 지도부 사퇴 목소리는 잦아드는 모습이다.

남경필 의원은 의원총회 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도부 사퇴를 얘기하기는 좀 빠르다"며 "같이 죄인이 된 심정으로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검찰 고발로 우리가 할 일은 다했다는 분위기였는데, 당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여론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에 따라 지도부 사퇴 문제도 제기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박형준 수요모임 대표도 "비상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사태가 어떻게 전개돼 나가는지, 이런 문제가 또 있는 건지 등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지도부 사퇴를 내세울 경우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맹형규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박에스더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당에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이 힘들고 어려울때 그 틈새를 노려서 당을 흔드는 자세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지 않다. 정략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이 미리 조치를 한 것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다. 특히 그 대상이 당내 개혁세력의 대부격인 김덕룡이라는 점에서 '읍참마속'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참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역대 어느 정당도 공천과정 비리를 스스로 밝혀서 수사를 의뢰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니, 부패 비리 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는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박근혜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천 관련 비리가 터지면 한나라당의 정치 생명줄이 끊어지는 것", "한 건이라도 터질 경우 공천심사위와 심사위를 맡은 위원장을 일벌백계하겠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만큼 공천 관련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터지는 잡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 공천권을 16개 시·도당에 넘기는 분권형 공천을 실시하고 있으나, 공천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이나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옛 지구당 위원장)등의 입김이 세졌다. 공천비리의 대부분은 여기서 비롯됐다.

여기에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의사를 가진 의원들이 미리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서 혼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제2의 공천비리 곳곳서 잠재... 영남지역 불안감 더 커져

13일 낮 민주노동당원들은 공천비리 의혹에 관련된 박성범 한나라당 의원의 서울 중구 사무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도중 박성범 의원 사무소 관계자들이 항의를 하면서 잠시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13일 낮 민주노동당원들은 공천비리 의혹에 관련된 박성범 한나라당 의원의 서울 중구 사무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도중 박성범 의원 사무소 관계자들이 항의를 하면서 잠시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을 더욱 공포에 떨게하는 것은 또 다른 공천비리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대구 중·남구의 곽성문 의원은 대구시의원 출마예정자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로, 경기용인을의 한선교 의원은 용인시장 예비후보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로 각각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곽 의원측에 금품제공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아무개씨는 지난 12일 구속됐다.

한나라당 소속인 서찬교 서울 성북구청장은 한나라당 서울시 의원 3명에게 각각 50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되기도 했다. 또, 당 주변에서는 경남지역과 경북지역의 한 의원이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한나라당의 아성으로 '공천=당선'이라는 영남지역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아울러, 이종구(서울 강남갑) 의원은 자신이 지원하는 구청장 후보를 위해 당원들을 동원해 지지전화를 한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