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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에서 익고 있는 화전. 모양이 예쁘지지는 않지만 딸아이의 첫 작품입니다.
프라이팬에서 익고 있는 화전. 모양이 예쁘지지는 않지만 딸아이의 첫 작품입니다. ⓒ 김현
무슨 소리이냐고요? 딸아이가 진달래꽃 화전 부쳐 먹는다고 하면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서로 미루는 장면입니다. 딸아이는 교회에 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화전을 부쳐 먹는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밀가루를 반죽하고, 프라이팬을 꺼내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야단입니다.

그러자 딸아이가 "피~, 나 혼자만 하냐. 같이 해야 잼 있지"하고 투덜거리며 볼멘소리를 합니다. 할 수 없이 딸아이를 극진히 사랑하는 아빠가 할 일을 미루고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야, 딸! 걱정 마라. 아빠랑 하자. 우리끼리 해서 우리 둘만 먹자."
"그래, 아빠. 엄마랑 한울이는 안 줄 거야."

안 준다는 말에 아내가 아들 녀석이랑 침대에 누워 있다가 "안 줘도 돼. 해놓으면 우리가 가서 먹을 테니까. 부녀지간에 열심히 하세용"하며 은근히 약을 올립니다. 그러자 아들 녀석도 키득거리며 엄마 따라 "열심히 하세용"하고 흉내를 냅니다.

처음으로 완성한 작품. 그래도 맛은 좋습니다.
처음으로 완성한 작품. 그래도 맛은 좋습니다. ⓒ 김현
딸아이가 화전 부치기에 열을 다하는 것은 지난 토요일 산행이 한 원인입니다. 산에 올랐다가 화사하게 핀 진달래꽃을 보곤 한 잎 따 잎에 물고는 아이들에게 먹을 수 있다고 했더니 정말이냐고 호기심을 보이면서입니다.

"얘들아, 진달래꽃 먹을 수 있는 거 아니?"
"정말? 꽃 그냥 먹어도 되는 거예요?"
"그럼. 그냥 먹어도 돼. 진달래꽃은 독이 없어서 술도 담그고, 화전도 부쳐 먹고 그래."
"그럼 우리도 집에 가서 해먹자. 응?"

이렇게 해서 화전을 부치게 된 것입니다. 꽃은 전날 산에 가서 따온 것이고요. 그 꽃을 가지고 화전을 부치기 위해 딸아이는 밀가루를 반죽하고 난 꽃잎을 물에 살짝 씻습니다. 꽃잎 뒤에 진드기 같은 것이 하얗게 묻어 있어서입니다. 밀가루 부침개 부치는 걸 몇 번 해본 경험이 있는 딸아이는 설탕을 찾아 밀가루에 넣기도 합니다. 꽃잎을 씻으며 가만히 바라보려니 언제 저리 컸나 싶어 대견하기도 하고 웃음도 납니다.

푸른 쑥색에 분홍빛 화전.
푸른 쑥색에 분홍빛 화전. ⓒ 김현
화전 부치기를 하면서 딸과는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하게 됐습니다. 딸아이가 프라이팬에 밀가루를 놓으면 난 꽃잎을 놓습니다. 보통 꽃잎 하나 놓을 정도로 밀가루를 놓지만 좀 크게 하면 꽃잎을 서너 개 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화전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꽃 색깔이 잘 안 납니다. 전이 익어가면서 꽃잎이 타버리든가 아니면 색깔이 죽어 버리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아빠, 왜 꽃이 안 보여?"
"글쎄다. 아빠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
"너무 뜨거워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럼 불을 좀 줄여보자. 그리고 뒤집지 말고 그냥 익게 놔두면 괜찮을지 몰라."

서로 이런저런 방법을 쓰다 보니 처음보다 낫습니다. 하얀 밀가루 위에서 선명한 꽃잎 색깔을 드러낸 채 익어가자 딸아이가 감탄사를 지르며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엄마와 동생을 부릅니다.

"아빠! 저기 봐요. 꽃이 안 탔어요. 와, 이쁘다. 엄마, 한울아! 이리 와 봐. 되게 이뻐."

그러자 아들 녀석이 뽀르르 달려와선 예쁘다며 자기도 하겠다고 합니다. 아내도 다가와 예쁘다 하면서 딸아이만 칭찬합니다. 익은 것을 꺼내어 하나씩 입에 넣자 그 맛이 일품입니다.

"딸! 아~ 맛있니?"
"응. 맛있어요. 아빠도 아~."

꽃과 토마토를 넣고 만들고 있는 딸아이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꽃과 토마토를 넣고 만들고 있는 딸아이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 김현
아내와 아들이 오자 우린 모른 척하고 서로의 입에 꽃 모양이 선명한 화전을 입에 넣어주자 아들이 시샘을 합니다.

"그런다고 나는 안 주냐. 아빤 아들을 사랑 안하지?"

아들의 말에 웃음이 나지만 참습니다. 웃으면 아들이 더 토라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들에게도 하나 집어서 "아들도 엄청 사랑하지. 자, 아~"하며 넣어줍니다. 그러자 아들 녀석은 해죽 입이 벌어집니다. 그러면서 맛있다며 자기도 부치겠다고 합니다. 아내에게도 하나 집어 입에 넣어주었더니 딸이 만든 거라 더 맛있다며 딸만 칭찬합니다.

처음 만든 밀가루 반죽이 떨어지자 아내가 예전에 빈대떡 해먹으려 남겨두었던 것을 냉장고에서 꺼내주며 하라고 합니다. 기름을 붓고 푸른빛이 도는 반죽 위에 꽃잎을 올려놓자 색이 한결 이채롭습니다. 이번에 아들 녀석도 참여를 했습니다. 딸아이와 아빤 반죽한 것을 프라이팬에 올려놓으면 아들은 꽃을 올려놓습니다.

모양은 그렇지만 그래도 열심히 만드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모양은 그렇지만 그래도 열심히 만드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 김현
딸아이와 아들은 두어 시간을 반죽하고 부치고 하면서 화전 부치는 놀이에 빠져듭니다. 난 그 틈에 살짝 물러나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보기만 합니다. 어른들에겐 먹거리로 하는 일도 아이들에겐 단순하고 흥미 있는 놀이라는 걸 아이들을 통해 봅니다. 그리고 음식 만드는 것도 처음엔 어른들을 흉내 내다가도 나중엔 창의력을 발휘하여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진달래꽃 화전,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먹는 것도 이 봄을 즐기는 한 방법이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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