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형식과 작품을 지면에 소개하고 싶다는데도 인터뷰에 응하는 그룹 '공통실기실 031'의 작가들은 영 머쓱한 표정이다.
인터뷰라면 이골이 난 기자의 접근 방식이 무례하지도 않았는데 그들은 자신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남의 일 보듯 한다. 개막식 뒤풀이까지 쫒아가서 수집한 확실하고 유일한 자료는 '무관심' 뿐이었다. 어인 일인가.
특별히 모임의 대표라고 부를 사람도 없는 그들은 2004년 6월부터 지금까지 길거리에서만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번엔 '시청 앞 광장' 그 지난번엔 '인사동 길거리', 이런 식이다. 복원된 청계천에서 13일까지 펼쳐지는
은 그룹 '공통실기실 031'의 5번 째 길거리 전시회.
광화문에 넓은 전시 공간을 가진 정 갤러리(대표 정경숙)가 초대한 형식의 전시회지만 정 갤러리도 그들의 자유를 화랑 안에 잡아놓지는 못했다.
복원된 청계천이 시작되는 광교 부근에서 전시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청 측이 안전 상 불가하다는 어정쩡한 이유로 거절해, 결국 전시 장소는 황학교가 됐다.
미술에 무심해 보이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가던 발길을 멈춰 서서 작가에게 이것저것 물을 때 문화 전령사가 된 듯 희열을 느낀다는 그들이다. 말이 없던 그들은 일단 열이 오르자 문화 투사같은 말들을 줄줄이 쏟아낸다.
정 갤러리는 <청계천 프로젝트 2>라는 다음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미술로 풀어내는 청계천이 어떤 모습일지 또 젊은 작가들의 도발적인 문화 반격이 다음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처음에 그들이 보여준 무관심은 그들 눈에 취재 기자 따위는 순수한 관객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나 보다. 그들은 미술을 모르는 길거리 아저씨 아줌마를 더 좋아하는 희한한 작가들이다.
혁명은 겉으로는 개혁이나 과거로의 회귀이고, 진화는 고루해보이나 미래로의 도전이며 적응이다. 젊은 작가그룹 '공통실기실 031'의 전시 방식은 이 시대 평범한 우리에게 던지는 미술의 혁명인가 진화인가.
덧붙이는 글 | 황학교는 청계천의 다리 중 하나로 청계 8가에 있습니다. 신설동 로타리에서 접근하면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