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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환의 '관계(나와의 화해)'. FRP와 납. 60 X 150 X 160.  인체를 세로로 이등분해 두 개의 '나'를 만들어 내가 나 자신과 화해하는 것을 상징했다. 내가 나 자신과 화해를 한다는 것은 현대 사회의 정신적 난해를 의미하는 듯.
조윤환의 '관계(나와의 화해)'. FRP와 납. 60 X 150 X 160. 인체를 세로로 이등분해 두 개의 '나'를 만들어 내가 나 자신과 화해하는 것을 상징했다. 내가 나 자신과 화해를 한다는 것은 현대 사회의 정신적 난해를 의미하는 듯. ⓒ 곽교신
전시 형식과 작품을 지면에 소개하고 싶다는데도 인터뷰에 응하는 그룹 '공통실기실 031'의 작가들은 영 머쓱한 표정이다.

인터뷰라면 이골이 난 기자의 접근 방식이 무례하지도 않았는데 그들은 자신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남의 일 보듯 한다. 개막식 뒤풀이까지 쫒아가서 수집한 확실하고 유일한 자료는 '무관심' 뿐이었다. 어인 일인가.

특별히 모임의 대표라고 부를 사람도 없는 그들은 2004년 6월부터 지금까지 길거리에서만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번엔 '시청 앞 광장' 그 지난번엔 '인사동 길거리', 이런 식이다. 복원된 청계천에서 13일까지 펼쳐지는 은 그룹 '공통실기실 031'의 5번 째 길거리 전시회.

광화문에 넓은 전시 공간을 가진 정 갤러리(대표 정경숙)가 초대한 형식의 전시회지만 정 갤러리도 그들의 자유를 화랑 안에 잡아놓지는 못했다.

복원된 청계천이 시작되는 광교 부근에서 전시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청 측이 안전 상 불가하다는 어정쩡한 이유로 거절해, 결국 전시 장소는 황학교가 됐다.

류영상의 <말 맞추기>. FRP. 168 X 115 X 45.  거짓의 출발은 말 맞추기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은 말을 맞추면서 거짓말을 탄생시킨다. 조각난 말 머리를 맞추는 것을 사람들이 말(언어)을 맞추는 것으로 희화화한 작품.
류영상의 <말 맞추기>. FRP. 168 X 115 X 45. 거짓의 출발은 말 맞추기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은 말을 맞추면서 거짓말을 탄생시킨다. 조각난 말 머리를 맞추는 것을 사람들이 말(언어)을 맞추는 것으로 희화화한 작품. ⓒ 곽교신

박성근의 '강박관념탐색'. 혼합 재료. 52 X 72 X 21. 황학교 천정에 매달린 가방은 하나의 지퍼줄에 무수히 많은 지퍼 머리가 달려있다. 열어도 열리지 않고 닫아도 닫히지 않는 의식세계를 상징한다는 작가의 말.  박 작가에게 길게 할당한 인터뷰 시간 내내 작가의 속 뜻은 알 수 없었다.
박성근의 '강박관념탐색'. 혼합 재료. 52 X 72 X 21. 황학교 천정에 매달린 가방은 하나의 지퍼줄에 무수히 많은 지퍼 머리가 달려있다. 열어도 열리지 않고 닫아도 닫히지 않는 의식세계를 상징한다는 작가의 말. 박 작가에게 길게 할당한 인터뷰 시간 내내 작가의 속 뜻은 알 수 없었다. ⓒ 곽교신

정승진의 'LOUIS VUITTON FOOD SHOP' 나무, 플라스틱, 유명 브랜드에서 작품 모티브를 찾는다는 작가. 모조 과일을 관객에게 직접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전시 시작과 동시에 과일들이 도난당해 실패하였다"는 푸념. 도난은 작가가 이미 예상한 일 같아서 '푸념'도 작품의 일부인 듯.
정승진의 'LOUIS VUITTON FOOD SHOP' 나무, 플라스틱, 유명 브랜드에서 작품 모티브를 찾는다는 작가. 모조 과일을 관객에게 직접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전시 시작과 동시에 과일들이 도난당해 실패하였다"는 푸념. 도난은 작가가 이미 예상한 일 같아서 '푸념'도 작품의 일부인 듯. ⓒ 곽교신

정명희의 '타인'. FRP. 작품 크기가 커서 같은 모양의 연작 중에 하나만 전시하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렸다는데, 작품의 무표정이 주는 이미지로 보아 현대 사회의 자기 중심을 표현하려 한 듯.  빠르게 흘러가는 자동차 물결과 두상의 무표정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거리 전시에서만 느껴 볼 수 있는 맛.
정명희의 '타인'. FRP. 작품 크기가 커서 같은 모양의 연작 중에 하나만 전시하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렸다는데, 작품의 무표정이 주는 이미지로 보아 현대 사회의 자기 중심을 표현하려 한 듯. 빠르게 흘러가는 자동차 물결과 두상의 무표정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거리 전시에서만 느껴 볼 수 있는 맛. ⓒ 곽교신

구태은의 '풍경 0604'. 220 X 350. 천. 자연과 인공이 혼재하는 복원된 청계천에서 이미지를 잡아내 천에 나무를 그림처럼 담고 이를 여러 겹으로 포개 입체로 표현하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품이 이채롭다.
구태은의 '풍경 0604'. 220 X 350. 천. 자연과 인공이 혼재하는 복원된 청계천에서 이미지를 잡아내 천에 나무를 그림처럼 담고 이를 여러 겹으로 포개 입체로 표현하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품이 이채롭다. ⓒ 곽교신
미술에 무심해 보이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가던 발길을 멈춰 서서 작가에게 이것저것 물을 때 문화 전령사가 된 듯 희열을 느낀다는 그들이다. 말이 없던 그들은 일단 열이 오르자 문화 투사같은 말들을 줄줄이 쏟아낸다.

노해율의 '율동'. 막대 풍선을 기하학적으로 연결한 형태의 구조물을 공중에 띄워 날리게 함으로써 청계천의 생동감 있는 봄을 표현하였다는 작가의 말. 작품이 가벼운 바람에도 날리지만 그 움직임이 지극히 유연해서 저속도 촬영에도 풍선의 움직임이 안잡힌다.
노해율의 '율동'. 막대 풍선을 기하학적으로 연결한 형태의 구조물을 공중에 띄워 날리게 함으로써 청계천의 생동감 있는 봄을 표현하였다는 작가의 말. 작품이 가벼운 바람에도 날리지만 그 움직임이 지극히 유연해서 저속도 촬영에도 풍선의 움직임이 안잡힌다. ⓒ 곽교신

최용훈의 '나의 드럼통'. 90 X 160 X 110. 폐드럼통에 스프레이로 채색하여 빛과 그림자의 시선 흐름을 인위적으로 유도했다. "폐드럼통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부활한 나의 드럼통을 봐 달라"는 작가의 말.
최용훈의 '나의 드럼통'. 90 X 160 X 110. 폐드럼통에 스프레이로 채색하여 빛과 그림자의 시선 흐름을 인위적으로 유도했다. "폐드럼통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부활한 나의 드럼통을 봐 달라"는 작가의 말. ⓒ 곽교신
정 갤러리는 <청계천 프로젝트 2>라는 다음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미술로 풀어내는 청계천이 어떤 모습일지 또 젊은 작가들의 도발적인 문화 반격이 다음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처음에 그들이 보여준 무관심은 그들 눈에 취재 기자 따위는 순수한 관객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나 보다. 그들은 미술을 모르는 길거리 아저씨 아줌마를 더 좋아하는 희한한 작가들이다.

혁명은 겉으로는 개혁이나 과거로의 회귀이고, 진화는 고루해보이나 미래로의 도전이며 적응이다. 젊은 작가그룹 '공통실기실 031'의 전시 방식은 이 시대 평범한 우리에게 던지는 미술의 혁명인가 진화인가.

덧붙이는 글 | 황학교는 청계천의 다리 중 하나로 청계 8가에 있습니다. 신설동 로타리에서 접근하면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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