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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대선 이후 '넷심은 천심' '넷심을 잡아야 대권을 잡는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정치판에서 네티즌들은 VIP다.

그래서 의원들에게 네티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홈페이지나 블로그는 필수. 의원들의 명함에는 집 주소는 없어도 홈페이지 주소는 있고, 의원들을 검색하면 '홈페이지 바로가기 링크'가 사진과 경력보다 먼저 뜬다. 홈페이지가 없는 의원들이 뉴스가 될 정도다.

그렇다면 이른바 '홈피 정치시대'에 의원들이 홈페이지 유지를 위해 쓰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오마이뉴스>는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올린 글이 자주 화제가 돼 대표적 '인터넷 논객'으로 꼽히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열린우리당 의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그리고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른 의원 10여명을 선정해 2005년 후원금 지출 내역서를 살펴봤다.

서비스 위해 서버도 구입... 자원봉사로 홈페이지 운영하기도

먼저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금의 대부분을 채웠다는 유시민 장관의 내역서. 이상하게도 홈페이지와 관련된 지출 내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까닭을 알기 위해 전화를 해보니 유 장관의 보좌관은 "자원봉사의 힘"이라고 말했다. 홈페이지의 배너부터 메일링 서비스까지 회원들이 도맡기 때문에 월 30만원의 웹호스팅 비용만 든다는 것. 이 보좌관은 "홈페이지 개편에서도 10여명의 회원들이 실력을 발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의 홈페이지는 최소 관리비로 최대 후원금을 벌어들이는 그야말로 '돈버는 홈페이지'인 셈이다.

홈페이지에 '난중일기'라는 칼럼을 싣고있는 노회찬 의원은 홈페이지 제작비와 서버이용료 등을 포함해 70여만원을 썼다. 생각보다 적은 비용 지출에 대해 노 의원 측은 "전문 인력 덕분"이라고 밝혔다. 외부에 관리 비용을 주는 대신 홈페이지 관리를 할 수 있는 인력을 뽑아 비용을 절약한 것이다.

반면 원희룡 의원 홈페이지에는 다른 의원들에 비해 꽤 큰 돈이 들어갔다. 홈페이지 개편, 컴퓨터 본체 서버 구입, 서버호스팅 등에 든 돈이 모두 500여만원. 특히 서버 구입에 160여만원을 쓰는 등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원 의원 측은 "동영상, 플래시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위한 별도 서버 구축과 전문적인 콘텐츠 제작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고졸 대통령 발언' 'DJ 치매 발언' 등의 논란으로 지지층과 안티층을 동시에 갖고 있는 전여옥 의원. 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 'OKTALKTALK' 관리에 모두 320여만원을 썼다.

이 중에서 흥미로운 것이 19만8000원을 지출한 '안티 전여옥 홈피 구입'이라는 항목이였다. 언뜻 보면 전 의원의 안티 홈페이지를 구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첨부서류 확인 결과 '안티전여옥'이라는 한글 인터넷 주소를 관리업체에 등록한 것이다. 계약 만료일인 오는 9월 26일. 이 날까지 '안티전여옥'이라는 주소와 연결되는 홈페이지 등록은 전 의원만 할 수 있다.

나머지 의원들도 '넷심'을 사로잡기 위해 수백만원의 돈을 홈페이지에 투자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620여만원,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360여만원을 홈페이지와 관련된 명목으로 지출했으며,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과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각각 3000만원이 넘는 돈을 썼다. 특히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은 후원회 기부금 총지출액 5천여만원 중 약25%인 1200여만원을 쏟아붓기도 했다.

"디카와 캠코더는 기본, 도토리도 사요"

그럼 홈페이지를 만들기만 하면 끝일까? 아니다. 의원들의 '활약상'을 담아 홈페이지를 꾸미는 일이 남았다.

이를 위해 보좌진들은 기자회견, 지역구 행사 등 의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디카'나 캠코더로 촬영해 홈페이지에 올린다. 그래서 대부분의 의원들의 재산목록에는 카메라가 등록돼 있었고, 지난해 카메라를 구입한 의원들도 꽤 됐다.

멀티미디어 자료 제작에 초점을 맞췄다는 원희룡 의원은 캠코더 구입에 160여만원, 노회찬 의원은 카메라 구입에 160여만원을 사용했다. 또한 전여옥 의원이 녹음기 및 '디카' 구입에 80여만원을 썼고, 한명숙 총리 지명자는 디지털 카메라와 메모리카드를 60여만원에 구입했다.

이밖에 통일외교통상위 위원인 임종석 의원이 '영문 홈페이지 구축'에 220만원을 쓴 것이 원희룡 의원의 '한글 도메인 신규 등록' 지출과 대비를 보였고, 홍창선 열린우리당 의원과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 등은 '미니홈피' 관리를 위해 사이버 머니 '도토리'도 샀다.

이렇게 공들인 홈페이지를 통해 의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네티즌의 목소리를 듣는다. 홈페이지를 쌍방향 소통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들여 펴내는 의정보고서나 정책자료집의 일방통행식 '설교'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진수희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봤자 시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며 "홈페이지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고 말했고, 심상정 의원은 "홈페이지는 국민과 소통하는 중요한 통로"라며 "홈페이지를 정책 사업에 대한 의견수렴과 토론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 수는 3300만명을 넘었다. 대다수의 유권자가 네티즌이란 뜻. 의원들이 '홈페이지 정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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