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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근 한나라당 사무처 노조위원장.
구본근 한나라당 사무처 노조위원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정당의 노조라면 생소할 수 있는데.
"2004년 11월 노조를 만들었다. 그해 4월 총선 이후에 법개정과 재정난으로 사무처 당직자 45%가 구조조정됐다. 160여명이 나가 200명 정도 남았다. 더불어 두차례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이대로는 정권창출이 어렵겠다, 내부 문제가 있다면 더 부패되지 않도록 정화하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는 자성, 특히 불법대선자금 사건에 대한 반성이 많았다. 우리 권익도 중요하지만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 이광재 의원, 안희정씨가 다 비서관 출신인데, 동지적 개념으로 보고, 뜻을 같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주니까 밑에 있는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그렇게 하면서 정권을 잡은 것 아닌가.

인센티브와 동지적 관계라는 면에서 저쪽에 비해 떨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우리를 직장 부하가 아니라 동지적인 입장으로 봐야 한다."

- 어떻게 한나라당에 들어오게 됐나.
"95년 민자당 공채4기로 들어왔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헌법을 전공했다. 외국인 회사 법무팀과 당에 동시에 합격했는데, 외국인 회사 가는 것도 좋지만 젊은 나이에 국가를 위해 뭔가 기여해야겠다는 열정이 있었다. 그 뒤 2년동안 여당 생활을 한 뒤부터는 계속 야당 생활했다.

일반인들은 당이 불안하다고 보고, 당 사무처 잘 모르지 않나. 특히 정치에 관심 없는 여성들은 거기 뭐하는데냐라고 묻기도 하고, 결혼하기도 어렵다. 나도 선보러 갔다가 퇴짜도 많이 맞았다. 야당이 돼서 그런지 노총각도 많다. 월급도 풍족하지 않다. 그런 것 감수하고 결혼해준 분들 위해서 열심히 하겠다."

- 여당 때와 비교해보면 사무처 직원들에게도 차이가 큰가.
"여당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정권창출에 실패하면 1년동안 당사에 사람이 없다. 집권당 때는 급료도 많았고, 당이 자기개발 하도록 지원도 많이 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우수한 사람들이 들어왔는데 재교육이 없다보니…."

- 임금·단체협상은 어떻게 하나.
"전임 위원장이 주장해서 지난해 말 임금 10% 올렸다. 지방선거도 있고 해서 좀 올렸으면 한다. 4인가족 기준으로 적자가 나는 수준이다. 밤새 일할 각오는 돼 있는데, 그러려면 좀 더 올려야 하는데…. 장기적인 희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가능하다. 당에서는 책임당원을 통해 간신히 적자 면하는 수준이라고 하는데…. 내가 석사 마치고 들어와서 지금 11년차인데, 뗄 거 다 떼고 나서 3천만원 정도다. 구조조정 때는 한창 빚지고 있다가 퇴직금 중간 정산하면서 빚 청산해서 좋아진 거다. 외국인 회사로 갔을 걸 하는 후회는 안한다."

"구조조정 당할 때는 파업 생각도 했다"

- 파업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나.
"일반기업과는 다르다. 임금문제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해고됐다거나 하는 것들도 파업사유가 될 수 있겠지만, 보다 크게 봐야 한다. 일반국민도 공감해야 하고, 정권창출을 위해 불가피하게 진통을 겪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면 파업도 피하지 않을 것이다. 불법대선 자금 같은 사건 또 터지면 말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때는 파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정년도 짧은 편이다. 직급정년이 있어서 길어야 53세 정도가 정년이다. 퇴임 이후 잘된 경우에는 겸임교수도 하고, 출마 준비하는 분들도 있는데, 대다수는 생활하는데 어려움 많이 겪는다."

- 사무처 당직자들은 개인적으로 어떤 희망을 갖고 있나.
"국회의원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고, 현실적으로 지방의원, 구청장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희정 의원이 공채 동기고, 강현석 고양시장, 한창희 충주시장, 강석진 거창군수 등이 사무처 선배다. 사무처 직원들에게는 선망하는 대상들이라 할 수 있다."

- 전임도 아닌데다 정당노조 위원장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당 사무처가 한나라당 변화의 주체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다니는 직장이 욕먹어서는 안되지 않나. 왜 열심히 일하면서 욕먹어야 하나. 검은 돈 먹은 사람 발 못 붙이게 하고, 거짓말하는 정치인도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 2가지를 꼭 하고 싶다.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당 사무처가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패에 연루되면 누구든 가차없이 쳐내는 게 정권창출보다 더 중요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특히 부정부패 처벌에 대해 강조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난 대선 때는 패배했지만 깨끗한 선거를 했다고 자부했는데, 알고보니 기업에서 엄청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담했다.

병풍·기양·설훈 의원 사건 등 3대 공작 사건을 담당해 일하면서 우리나라는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전부 아니면 전무인 게임이 되면서 그런 것 못하는 사람은 능력 없는 사람이 된다. 한나라당도 거짓말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직도 많다. 하지만 거짓말에 대해 국민들이 관대하다."

- (노조에서) 논평 내면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나.
"박 대표 비롯해 중요당직자들이 꼼꼼하게 다 본다. 이번 마포구청장 건도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를 했다."

- 노조에 대한 의원들과 당 지도부 반응은 어떤가. 혹 '건방지다'는 반응이 있지는 않나.
"보좌진 통해 들어보면 잘 했다는 말도 있고, 왜 분란 일으키나 하는 의견도 있더라. 노조 설립할 때는 정당에 무슨 노조냐, 생뚱맞다는 말도 많았다. 그때가 김형오 사무총장 시절인데, 그가 구조조정 악역을 맡았기 때문에 대부분 이해해줬다."

- 상급단체는 어떻게 되나.
"민주노총 가기도 그렇고, 한국노총 가기도 그렇고…. 상급단체 가입계획은 지금은 없다. 상급단체 가입하자는 조합원은 없다."

"지방선거 공천 비리 노조 자체조사 하고 있다"

- 현재 나오고 있는 지방선거 공천 관련 잡음을 어느 수준으로 보나.
"잡음은 많은데 딱 걸리는 게 없다. 걸리기만 하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마포구청장 공천문제도 노조에서 자체 조사하고 있다. 내가 법률지원단에 5년 정도 있었기 때문에 검사 못지 않게 조사할 자신이 있다."

- 지금 한나라당을 평가한다면?
"열린우리당과 비교해서 시장경제 원리와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충실하다고 본다. 애국심이 많은 사람 포진하고 있지만, 열정이 떨어진다. 패배주의가 확산돼 있다.

당내 민주화도 많이 됐고, 정책중심으로도 많이 갔다. 이회창 총재 때는 사실 총재가 다 좌지우지했다. 지금은 많이 분권화됐다. 그런데 최연희 의원 사건처럼 의원들의 품위에 어긋나는 사건들이 자꾸 터지니까, 한나라당의 정신이 얼마나 변했느냐에 대해 국민들이 의심을 하는 것 같다. 국민들은 아직도 한나라당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한명숙 총리 지명자 이념 검증 바람직하지 않아"

- 이념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당에서는 한명숙 총리 이념 검증 하겠다고 하는데.
"당 사무처는 가능한 중도로 가야 한다고 본다. 한 총리 지명자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정당이 그렇게 쟁점화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본질이 훼손되고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용어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과거 전력에 대해 물어볼 수는 있으나 사상검증, 그런 차원은 안 된다."

- 사무처 노조가 당내 대선 후보 중 지지후보를 밝힐 수도 있나.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무처까지 파벌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직 근간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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