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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수업 전, 오늘도 아이들에게 책 속의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시 한 편을 읽어줍니다. '그리움에 꽃이 핀다'라는 제목을 가진 소품 같은 시입니다. 그 시 내용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처음 한 두 해 / 눈에 곱게 넣었더니 / 그 다음에는 어렵지 않게 / 이름을 알게 되고 / 때가 다가오면 / 그리운 마음에도 / 겹겹이 노란 물이 든다.// 사람을 만나고 / 사랑을 나누는 일도 / 그런 것이었으면 / …… / - 김미선


시를 읽어 주고 시의 느낌을 잠시 공유하다가 꽃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무슨 꽃이냐고 묻자 여기저기서 '장미꽃이요. 백합이요, 제비꽃이요. 할미꽃이요' 등 자신들이 알고 있는 꽃 이름을 대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한 아이가 '호박꽃이요' 하자 잠시 웃음의 소용돌이가 교실에 입니다.

그래요. 세상에는 아름답고 향기 있는 꽃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중엔 우리가 알고 있는 꽃도 있고 모르는 꽃도 있습니다. 화려한 꽃도 있고 바위틈에 또는 덤불 속 응달진 곳에서 소리 없이 피는 꽃도 있습니다. 그리고 향기 나는 꽃도 있고 향기 없는 꽃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꽃이건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꽃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길 해주다가 다시 어떤 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자신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꽃이름은 거의 나온 것 같은데 다시 물으니 침묵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너희들과 가장 가까운데 있는 건데… 그리고 그 꽃은 너희들 자신이 키우는 것이고… 그래도 모르겠어?”

그러자 여기저기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희들끼리 속말을 주고받는 모습입니다. 잠시 기다리는데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사람이요, 사람’ 합니다. 원하는 답에 좋아하면서 다시 묻습니다.

“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헤헤 저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도 있잖아요. 그니까 사람이 젤 아름다운 꽃이죠.”

맞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우우 하며 박수를 칩니다. 소리가 멈추자 왜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꽃인지 얘기를 해주며 다른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맞아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사람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꽃도 꽃 나름이라고 여러 꽃이 있지요. 악한 꽃도 있고, 선한 꽃도 있고, 고운 향기를 주는 꽃도 있고, 역겨운 냄새를 내뿜는 꽃도 있지요.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 김현
이야기를 하는 도중 아이들을 살펴보면 반응이 다양합니다. 열심히 경청하는 아이도 있고, 짝꿍하고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속닥거리는 아이도 있고,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면 잠시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해 ‘야, 어른이 이야기 하면 좀 들어봐라’ 하고 가볍게 얘기를 하면 딴짓하는 아이들도 들어주는 척 합니다.

“너희들이 꽃이라면 어떤 꽃이 되고 싶을까? 사람도 선한 사람도 있고, 게으른 사람, 부지런한 사람, 자기 목표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을 거야. 그럼 사람이 꽃이라면 누군가에게 향기로움을 주는 사람도 있을 거고, 자신에게만 향기를 주고자 애쓰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또 다른 사람에게 악취를 풍기는 꽃일 수도 있구요. 자신은 어떤 꽃인가 한 번 생각해보세요.”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한 아이가 ‘선생님은 어떤 꽃이라고 생각하세요?’ 하고 묻습니다. 아이들에게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난 어떤 꽃일까 생각해 봤는데 특별한 꽃은 못되었습니다.

“글쎄, 난 누군가에게 향기를 주는 꽃은 못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는 꽃, 그리고 무언가 꽃을 피우려고 노력하는 꽃이 되려고는 해. 한 가지 덧붙이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꽃이라고 할까 뭐 그렇다. 그럼 넌 무슨 꽃이라고 생각하니?”
“모르겠어요. 그냥 피는 꽃이 될래요. 그리고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꽃이 되고 싶어요.”
“바람에 쓰러지지 않은 꽃? 그래 그거 참 좋은 꽃이 되겠구나. 바람에 맞서서 자기만의 향을 가진 꽃이 되어보렴. 나중에 너의 모습이 아름다울 거야.”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고운 향기를 가질 수 있는 아름답고 강인한 꽃, 누군가에게 향기가 되어주는 꽃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릴 하고 교과서를 펼쳐 듭니다. 시를 읽어 주고, 짧은 글을 읽어주면서 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 아이들 중에서 몇 사람이라도 읽어주는 글을 통해 살아가는데 작은 힘이 되었으면 바는 바람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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