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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를 구경하는 사람들
주꾸미를 구경하는 사람들 ⓒ 김현
통통히 살이 오른 주꾸미들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런데 구경만 할뿐 선뜻 지갑을 열어 주꾸미를 사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주꾸미 철인데도 예년에 비해 값이 비싼 것은 주꾸미가 많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수협 공판장에서 1킬로그램에 만 삼사천 원에 낙찰되어 현지 상인들은 만 칠천 원에서 팔천 원 정도에 거래하고 있다.

“왜 이리 비싸요? 많이 나온다며 비싸네.”
“안 잡힌 게 글지요. 나오질 않아요.”
“그래도 솔찬히 비싸네. 한 달 전이나 똑같네요.”
“아유, 아저씨. 놀라도 한참 모르시네. 요즘 쭈꾸미 건져 올리기가 하늘 천 따 지 예요.”

물속의 싱싱한 주꾸미들
물속의 싱싱한 주꾸미들 ⓒ 김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큰 고무대야 속엔 주꾸미들이 꿈틀대거나 착 달라붙어 손님들을 기다리는데 선뜻 사기보다는 가격 타령과 흥정하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지금 군산, 보령, 서첨 등에선 주꾸미 축제가 열리고 있다. 격포나 곰소도 주꾸미 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 축제의 주인공인 주꾸미들이 많이 잡히지 않아 파는 사람이나 찾는 사람이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고 할까.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주꾸미가 왜 이리 비싼지 물어보았다.

ⓒ 김현
“아지메, 와 이리 비싸답니까?”
“안 나오닝께 비싸지 와 비싸기는요.”
“얼마나 안 잡힌데요?”
“작년의 칠분지 일 정도루밖에 안 잡히요. 저그 포구 가면 배들이 그냥 있어요. 오늘처럼 바람 부는 날엔 배들이 아예 안 떠요. 안 잡힌게루.”
“작년엔 괜찮아다면서 올핸 와 그런데요?”
“나사 잘 모르지요. 근디 말로는 새만금 방조제 막음시로 안 잡힌다고 하더구만요. 그놈들도 환경이 변한 걸 와 모르갔시요. 머 그런 말이 있지요. 그래도 잡힌 놈들은 참 튼실하고 통통하니 알이 많아요. 망설이지 말고 요런 놈 갔다고 푹 삶아 드시보기요. 한 삼백그람은 나갈기요.”

나 300그램이 넘는다구...
나 300그램이 넘는다구... ⓒ 김현
그렇게 말하면서 큰 낙지만한 녀석을 잡아 들더니 저울 위에 올려놓는다. 알이 통통하니 참말로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저울 위에 오른 녀석이 쫘악 다리를 펴고 엎드린 모습이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저울 눈금을 보니 정말로 300그램을 조금 넘어 섰다.

저울 눈금을 보던 중년의 남자가 “와~ 저런 놈 한 대여섯 마리 갔다가 해 먹으면 쥑이겠다” 하며 입맛을 쩍쩍 다신다. 그런 모습을 보던 주인아줌마가 “입맛만 다시지 말구 한 번 먹어 뿌리시요잉 내 잘 해줄텡게” 하자 그 남자는 “내 핑 한 번 둘러보고 올텡께 잘 보관해두소” 하며 자리를 뜬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어야 제맛이 나고 영양가도 만점이라 했다. 주꾸미는 주로 3월에서 5월에 많이 잡히는데 3월 무렵에 잡은 것이 더 쫄깃쫄깃하고 영양가도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주꾸미를 찾는 이유는 맛과 영양이 풍부한 데 비해 값은 낙지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꾸미는 타우린 성분이나 DHA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아이들의 두뇌발달과 피로회복에도 아주 좋다고 한다. 또 철분도 많이 들어 있어 여자들이 먹으면 피부미용에도 좋은 영양가 만점의 동물이다.

어물전 구경하는 것도 참 재미있다. 주 목적이 주꾸미이지만 아이들은 다양한 것에 관심을 둔다. 특히 이상하게 생긴 ‘개불’에 유독 관심과 호기심을 보인다. 아들 녀석은 아무래도 고 녀석이 보면 볼수록 이상한지 자꾸 물어본다.

“아빠, 저게 뭐예요? 저기 지렁이 엄마 같은 것?”
“지렁이 엄마? 아 저것. 저것 개불이라고 그래. 이상하지?”
“응. 이상해요. 근데 왜 개불알이 물 속에서 살아요?”
“야, 개불알이 아니고 개불이야 개불.”

재빨리 아이의 말을 정정했지만 개불알이라는 아이의 말에 주변이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개불과 개불알의 발음이 비슷해 아이가 잘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렁이 엄마'도 이상한데 개불알이라고 하니 어찌 웃음이 나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웃는 속에 한 아저씨가 아이의 머릴 만지며 “그래 맞다. 개불이나 개불알이나 이상한 건 그게 그거다. 하하하” 웃곤 지나간다. 아이는 자신이 웃음거리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금세 얼굴이 빨개지며 어쩔 줄 모른다. 그런 아이를 괜찮다며 다른 쪽으로 데려가며 다독거리자 또 금방 웃는다.

누가 쉬고 있는 날 깨우는 거야.
누가 쉬고 있는 날 깨우는 거야. ⓒ 김현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예전에 찾은 가게에 가니 주인아저씨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주꾸미가 왜 이리 비싸냐니까 다른 사람과 똑같은 소리를 한다. 그러면서 좀 싸게 먹으려면 평일에 와야 한다고 알려준다. 평일에 주말보다 조금 싸단다. 그러면서 피조개를 하나 집어 들더니 그 속에 무엇이 들었을 거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조개 속에 조개가 들었지요 했더니 웃는다.

“잘 보세요. 이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하며 조개를 손으로 벌리는데 벌려지지가 않는다. 그러자 커다란 회칼을 가지고 조개의 주둥이를 살짝 벌리자 그 속에 조개가 아닌 다른 것이 들어 있다.

“어~ 쭈꾸미잖아.”

으유...정말 귀찮아 죽겠네...
으유...정말 귀찮아 죽겠네... ⓒ 김현
조개 속에는 몸을 꽉 움츠린 주꾸미 한 마리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조개를 벌리고 주꾸미를 손으로 잡아 끄집어내려 하자 잘 나오지 않는다. 녀석이 착 달라붙어 서로 힘자랑을 하는 모습이 신기로운지 구경하던 사람들이 ‘와~ 저 녀석 대단한데’ ‘참 조개 속에 들어가 자고 있는 쭈꾸미는 첨 보네’ 하며 한 마디씩 한다.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하다가 녀석이 끝까지 버티자 허허 웃으며 빼내길 포기하고 물속에 넣어주자 재빨리 조개 문을 닫아버린다. 그러고 보면 주꾸미 녀석의 재주도 다양한가 보다. 소라껍데기가 자기 집인 줄 알고 안방차지를 하기를 하고, 이젠 조개 속에 들어가 조개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니 말이다.

좀 비싸지만 주꾸미를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알이 통통한 녀석들을 푹 삶아 먹을 걸 생각하니 저절로 입맛이 다셔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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