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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동물농장 ⓒ 민음사
이 책을 읽기 전 <동물농장>은 소비에트 체제를 비판하고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각 동물들의 역할이나 변화양상은 마르크스, 스탈린, 볼셰비키, 프로레탈리아트 등의 러시아 체제와 겹치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단순히 소비에트 체제에 국한시켜서 바라보기 보다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고, 존재하고 있는 독재 일반에 대한 비판이라 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동물농장>은 그 기본적인 스토리를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인간들의 지배에 대해 일깨워 주는 돼지가 한 마리 있다. 그 돼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이가 들어 죽게 된다. 그의 뜻을 다른 돼지들이 계승하고 우연찮게 인간을 농장에서 몰아내게 되고 그들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을 몰아내고 나서도 똑똑한 돼지들에게 지배를 받으며 여전히 피지배층으로 살아간다. 결국 인간을 몰아냈지만 이러나저러나 그들이 자유를 얻은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더 열심히 한다',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는 말로 동물들을 지배한 돼지 나폴레옹은 애초에 혁명을 성공리에 마치고 내건 일곱 계명을 임의대로 교묘하게 변경하면서 피지배층 동물들을 우롱한다(예를 들어,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다'라는 애초의 계명은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로 교묘하게 바뀐다). 나머지 동물들은 어떤 의혹을 갖지만 그런 의혹을 교묘한 말로 불식시켜주는 동물 때문에 그들은 진상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나폴레옹이 시키는 대로 예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

애초에 선한 목적으로 시작된 혁명이 뒤틀려 결국은 혁명 이전과 별반 다른 것이 없는 사회가 유지될 뿐. 애써 농장의 동물들이 이루어낸 생산물과 성과는 돼지 나폴레옹과 그 외 돼지들, 나폴레옹을 지켜주는 개들에게 돌아갈 뿐이다.

나폴레옹과 인근에 사는 농장주들이 모여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며 싸우는 모습. 즉, '열두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라는 구절에서 탐욕에 물든 개체의 모습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비단 소비에트 체제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에 <동물농장>을 대입시킬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동물농장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민음사(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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