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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신라토기에 붙어있는 토용의 모습을 그렸다.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신라토기에 붙어있는 토용의 모습을 그렸다. ⓒ 권미강
그녀의 작품세계는 참 독특하다. 전시회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떻게 전혀 다른 컨셉트로 일 년에 한두 번씩 전시회를 치르는지 신기하다. 경주 남산자락에서 사는 화가 야선 박정희(42). 경주 일대에서 그녀의 이러한 전시회 풍경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왠 외계인이?....
왠 외계인이?.... ⓒ 권미강
경주 남산 수묵스케치부터 도자기로 구운 천동탑, 수묵화로 담은 서출지의 사계, 직접 디자인한 옷에 수묵으로 그려 넣는 패션쇼, 천연염색 퍼포먼스, 도자기로 구운 차 주전자와 화로 등등 이제 그녀가 전시회를 한다고 하면 '이번에는 무얼 보여줄까?' 하고 궁금해 한다. 그러던 그녀가 지난해 가을, 돌을 이용한 작품 <天의 미소>로 또다시 '역시 야선이야!' 하는 소리를 들었다.

두 사슴이 서로 뿔을 박고 있는데 이 그림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쉽게도 작가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두 사슴이 서로 뿔을 박고 있는데 이 그림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쉽게도 작가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 권미강
길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치이는 돌을 주워 그 모양대로 맞추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아니 언젠가 하나였을 것들을 주워다 다시 하나가 되게 한 것처럼 딱 맞아떨어지게 말이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대가족이 다 모인 것처럼 비슷한 무리의 돌들 아니 돌 속 안의 생명들을, 모습들을 끄집어낸 것 같은 작품들이다.

신라인들의 해학을 알 수 있는 토용의 모습.
신라인들의 해학을 알 수 있는 토용의 모습. ⓒ 권미강
경주남산자락의 부처님을 닮은 거 같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동자의 얼굴 같기도 하고 이미 번뇌를 다 씻어버린 해탈의 얼굴들 같은. 그런 야선이 올해 들어 연 첫 전시회에서는 암각화와 고분, 신라토기 등에서 볼 수 있는 우리 민족의 해학이 담긴 그림들을 그린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민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랑이. 표정이 재미있다!
민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랑이. 표정이 재미있다! ⓒ 권미강
지난 3월 28일부터 오는 4월 6일까지 울산 현대아트갤러리(울산현대백화점)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두어 번의 전시회로 익히 그녀의 작품세계를 알고 있는 현대갤러리의 초대로 이루어졌다(야선은 네 번의 야선제와 열세 번의 개인전, 국내외 모두 여섯 번의 초대전을 가졌다).

<천의 미소> 초대전이긴 하나 야선은 인물 중심이었던 지난해 전시회와 다르게 우리나라 전통적인 물건인 바디와 주걱, 지게 등을 이용해 돌을 붙이고 그 안에 그림을 그려 넣은 작품을 위주로 했다.

너무나 낯익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한 장면
너무나 낯익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한 장면 ⓒ 권미강
여기에는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나 고구려 고분벽화, 신라토기의 토용들, 민화, 십장생, 탈바가지, 해학적인 우리네 옛 사람들의 모습 등이 정겹게 그려져 있다. 이 작품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웃는 작품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 안의 모습들은 옛 사람들의 솜씨와는 다른 야선만의 재미를 준다. 선과 눈매, 입가의 미소에는 당시의 사람들과의 교감하려는 한 화가의 진정성이 들어있는 듯하다.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바가 없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진 의미심장한 말이 돌에 써있다. 위의 삽이 그 의미를 더해준다.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바가 없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진 의미심장한 말이 돌에 써있다. 위의 삽이 그 의미를 더해준다. ⓒ 권미강
'하늘이 웃고 땅이 웃고 사람이 웃는다'라는 의미에서 지은 <天의 미소>. 야선은 사람이 속한 모든 자연은 곧 하늘이고 땅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 자연의 모든 생명은 사람들과 함께 역사를 이루어왔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거꾸로 붙인 센스 ?
거꾸로 붙인 센스 ? ⓒ 권미강
모든 삶의 근원이 곧 생명이며 생명을 가진 것은 위대하다는 평소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려고 말이다. 야선은 이번 전시회에서 월드컵을 기원해 만든 티셔츠도 선보였다. 태극기의 4색과 <天의 미소>를 새겨 넣어 '하늘이 우리를 보고 웃는다'라는 의미를 담았는데 여기에는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음을 하늘도 확신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작은 산 그대로 미소를 가졌다. 옆의 웃는 동자의 얼굴에는 장난끼가 가득
작은 산 그대로 미소를 가졌다. 옆의 웃는 동자의 얼굴에는 장난끼가 가득 ⓒ 권미강
티셔츠를 왜 만들었냐는 질문에 야선은 "더불어 웃고 함께 기뻐하고 같이 박수를 보내는 것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가장 좋은 해법이라는 것을 월드컵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서"란다. 참 그녀다운 생각이다. 야선의 다음 전시회가 궁금하다.

『天의 미소』티셔츠 앞에 앉아있는 야선 박정희 작가.
『天의 미소』티셔츠 앞에 앉아있는 야선 박정희 작가. ⓒ 권미강

덧붙이는 글 | <天의 미소> 초대전은 울산현대백화점 9층 현대아트갤러리에서 4월 6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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