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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봄의 왈츠'
드라마 '봄의 왈츠' ⓒ KBS
3월이 되면서 화려한 스타들과 검증된 연출자·작가 군단의 이름값을 앞세운 새로운 드라마 화제작들이 넘쳐나지만, 아직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는 작품은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궁>이나 <봄의 왈츠>처럼 뛰어난 영상미로 주목받는 작품도 있고, 노희경 작가의 <굿바이 솔로>처럼 시청률과 별개로 신선한 이야기 구조와 직설적인 대사로 호평 받는 마니아 드라마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남녀 애정문제나 불륜, 첫사랑 등 뻔한 소재를 반복하는 멜로드라마 일색이다.

국내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의 95% 이상은 남녀간 애정문제에 초점을 맞춘 멜로드라마다. 일부 어린이 드라마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같은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심지어는 가족드라마나 시대극조차 멜로 작품이다.

일주일 동안 지상파 방송3사를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는 단막극까지 합칠 경우 무려 20-30여 편이 넘는다. 매주 많은 드라마가 제작되지만 장르와 소재가 다양하지 못하다.

사랑, 사랑, 사랑…장르 구분 없이 죄다 멜로

주인공이 형사인 드라마는 '형사가 사랑하는 이야기'고, 재벌이 나오는 드라마는 '재벌과 평민의 사랑이야기'며, 시대극은 '옛날 선조들이 사랑했던 이야기', 아침드라마와 금요드라마는 무조건 '불륜에 관한 이야기'로 통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현재 지상파 방송3사의 간판 드라마들이나 앞으로 방영을 앞두고 있는 작품들의 면면을 보아도 이런 추세는 분명해 보인다. MBC의 <넌 어느 별에서 왔니>와 <궁>, SBS의 <하늘이시여> <연애시대> KBS의 <굿바이 솔로> <봄의 왈츠>에 이르기까지.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분히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설정,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범람하고 차별화나 공감대 면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 ⓒ MBC
예를 들어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트렌디드라마는 신분상승의 판타지를 구현하는 신데렐라 스토리, 중장년층이 대상인 일일극은 대개 출생의 비밀이나 '중년의 위기'를 내세워, 불륜 혹은 왜곡된 가족주의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3각 혹은 4각으로 어지럽게 꼬이는 연적관계와 갈등 구도도 큰 차이가 없다.

물론 남녀간의 알콩달콩한 연애 담이나 애정문제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여 가장 대중적인 소재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동일한 장르라고 할지라도 표현방식이나 캐릭터 구성에 있어서까지 획일화되어 있다는 것은 문제다.

이것은 다양하지 못한 시나리오와 이를 표현해줄 전문 작가 시스템의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외화 시리즈 나 <24> <엘리어스> <위기의 주부들>같은 작품들처럼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우리나라엔 범죄나 추리액션, 법학, 의학 같은 전문 소재에서 능력을 보여줄 만한 작가가 극히 부족하다. 국내의 거물급 작가들은 대부분 가족드라마나 트렌디드라마, 혹은 일부 시대극에 편중되어 있다.

멜로극의 대안 '퓨전 사극'

드라마 '사랑과 야망'
드라마 '사랑과 야망' ⓒ SBS
최근 멜로극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웅장한 스케일과 복합 이야기 구조를 모두 담을 수 있는 대형 사극이다.

최근엔 고증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스케일이 특징인 퓨전 사극이 대세를 이루면서, 사랑타령 위주의 안방극장에 신선한 자극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06년 상반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의 시대극들은 삼국시대와 고구려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전쟁과 정치 사극이 주류를 이룬다. <태왕사신기> <대조영> <주몽> <연개소문>같은 작품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전문성의 한계는 여전하다. 해외의 경우, 특정 작품마다 4명에서 많게는 8명에 이르는 작가 시스템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비해, 우리는 기껏해야 한두 명의 작가가 짧게는 16부작, 길게는 50회, 100회도 훌쩍 넘기는 방대한 스토리 라인을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한다.

드라마 '어느날 갑자기'
드라마 '어느날 갑자기' ⓒ SBS
더구나 사전 제작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풍토 속에서 대본의 완성도를 기대하긴 어렵다. 단막극이 아닌 이상, 멜로가 주류를 이루는 드라마 시장에서 실험적인 시도가 이뤄지기도 쉽지 않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드라마는 해외시장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한류 열풍의 최전선에서 선봉장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 드라마의 반복되는 스토리 구조나 소재가 식상하다는 의견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직은 한류 스타들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수출 시장이 양호하지만, 스타 파워를 지속시키는 것은 결국 콘텐츠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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