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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영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라도 제대로 된 인간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건강한 상식을 가진 여자들에게 유용한 체크리스트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대한민국 불량남자 감별법,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마라>.

이 책은 '발칙하다!'고 느껴질 만큼 똑똑하다. 누나만 셋을 둔 '자원봉사형 여자쪽 스파이'를 자처하는 김지룡과 수없이 많은 남자를 만나 온 경제기자 출신 이상건이 '남자의 의리(?)'를 저버리고 마흔 여섯 가지 리트머스 시험지를 준비했다. 깐깐한 체크리스트 가운데 30%만 통과해도 괜찮은 남자라고.

반면 30% 미만에 해당하는 남자라면 그의 경제력뿐 아니라 삶의 태도 전반에 문제가 있으며, 잘못된 태도는 바이러스처럼 모르는 사이에 당신에게 전염되어 평생을 괴롭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애와 결혼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 영특한 여자들이라면 알아서 찾아 읽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결혼의 가장 이상적인 양상이라고 믿고 있는 '순진녀'라면 반드시 이 책을 잣대로 애인을 점검해 보라고 '강추'한다.

특히 2장 착각을 일으키는 실속 없는 남자들과 3장 최악의 남자를 판별하는 기준, 4장 두고두고 속 썩일 싹수 노란 남자 부분은 밑줄 치며 읽어두어야 할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명함만 5개, 은근히 허세부리는 남자'나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많은 부자?'는 실속 없는 남자들을 구별하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만약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마이너스 통장이 아니라 저축예금 통장이고, 제대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 미래가 보이는 남자는 명함을 다섯 개씩 달고 다닐 시간이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능력 있는 척하며 허세부리는 남자들이야말로 결혼 후에 여자 고생시킬 남자 1순위다.

불량 남자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제시하는 3장과 4장은 '뻔'한 상식이지만 사랑에 빠진 여자들이 흔히 간과하기 쉬운 목록들이다. '외모를 따지지 않는다는 남자의 계산'과 '너 없이는 못 살아'의 진실, 남자친구들 모임에 단 한 번도 소개하지 않는 남자, 돈을 금세 모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남자, (우국지사가 아니라 입만 살아있는) 우국지사형 남자, 핏대 올리는 남자, 365일 데이트 코스가 똑같은 남자들이 왜 문제가 있는 남자인지 조목조목 따져준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돈을 다루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연애 시절의 분홍빛 환상으로 해결되는 것보다는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자들이 말한 대로 돈에 대해 잘못된 태도를 지닌 남자는 연애 상대이든 결혼 상대이든 여자를 불행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돈, 돈, 돈.

시종일관 계속되는 돈타령과 불쑥불쑥 등장하는 마마보이 주의보에 귀가 따가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혼해서 살아보면 돈 문제와 집 안팎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그만큼 강조했을 뿐 절대 과대과장 경고가 아니다.

사족이지만, 되도록 이 책을 지금 만나고 있는 연애상대의 눈에 띄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겠다. 물론 입에 거품을 물고 화를 내거나, 의기소침해져 심통을 부리거나, 하루종일 삐치는 남자가 아니라면 함께 읽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척 은근슬쩍 다른 곳으로 관심사를 돌리거나, 핏대를 올리며 반박하는 불량 남자를 만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우리 여자들의 길고 긴 인생을 위하여. 영원한 평화와 행복을 위하여.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

김지룡.이상건 지음, 핫도그 그림, 흐름출판(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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