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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재활원에서 물리, 언어치료와 침을 병행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아이가 아프고 나면 쑥쑥 커 있다고요. 어느 날 가보면 스스로 앉아 있고, 어느 날은 또 샤워할 때 비누칠은 당신께서 하십니다.

 

뇌출혈이란 것 회복하기가 짧게는 몇 개월 느리게는 수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운이 안 좋은 경우는 평생 회복이 잘 안 되기도 하고요. 느리게 하나둘씩 하시다가 어느 날 두 발로 뚜벅뚜벅 '로봇 태권V'처럼 걸어다니십니다. 사고 난 지 7개월만이네요.

 

손뼉치고, 웃고, 울고. "아빠 정말 수고했어." "솔지야. 바다가 보고 싶다." 정말 패기 넘치시죠? 걷자마자 바다라니요! 아무튼 일단 걷기 시작하면, 가장 큰 관문은 통과한 듯합니다.

 

어릴적 아버지와 나
어릴적 아버지와 나 ⓒ 김솔지

▲ 걷기 시작할 때 아주 조심하셔야 할 것: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계셨던 분들은 무게 중심이 뒤에 가 있기 때문에 서 있거나 걸을 때 뒤로 조금만 밀어도 아주 쉽게 넘어집니다. 시험해보시고 불안정하면 지팡이를 사주시거나 항상 동행하세요.

 

▲ 슬픈 소식 한 가지: 아버지께서 걸으시기 시작하니, 주위 분들 왈 "거의 가망이 없다고 봤는데 이것은 정말 기적이다. 축하한다." 여기까지는 상투적입니다만, 재활원에 계시는 분들 중 척추가 다치시거나 하여 하반신불수가 되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뇌출혈과는 달리 그분들은 정신이 아주 100% 멀쩡한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회복에 대한 집념이 대단들 하십니다. 하지만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경우가 가장 낮다고 합니다. 가장 느리고 바보 같았던 아버지, 일 년도 안 되어 걷고 나니 그간 더 열심히 하셨던 그분들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애써 괜찮은 척하시려고들 웃어주셨지만 아직도 많이 걱정됩니다. 하반신에 감각이 없기 때문에 화장실 처리들이 잘 안되셔서 요도염, 방광염 등이 걸리거나 더 심하게는 세균이 퍼져서 수술하시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 디테일이 중요하다!: 걷기 시작하면 커다란 덩어리는 이미 해결된 것이지만요, 이제부터는 진짜 잘 느껴지지 않는 발전을 위해 전진하셔야 합니다. 손과 발 그리고 말하기가 대표적인데요. 손은 잘 집지도 펴지도 오므리지도 못합니다. 정상 생활에 가깝게 하려면 단추 끼우기와 같은 작은 소일거리를 시키시고요. 말도 자꾸 시키셔야 해요. 목소리가 잘 안 나오거든요. 완전히 정상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옆에 누가 없어도 혼자 생활할 수 있게는 해야지요.

 

▲ 나를 보험으로 생각해: 저는 외동딸입니다. 아버지에게 하나밖에 없는 재산이지요. 이제 정신이 슬슬 들고 하니까 걱정이 되시나 봅니다. 저에게 짐이 될까 봐서. 하지만 "내가 다 책임질 게 걱정하지 마!" 이렇게 말하면 상당히 의존적이 됩니다. 그건 사실 상관없는데 문제는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겁니다.

 

"이제 일 좀 해야지! 돈 갚아야지! 뭐할 거야?" 뭐 이렇게 '갈구기' 시작하면 자극받는지 아니면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 이런 건지 꼼지락 꼼지락 미래를 위해서 뭔가를 하시려고 합니다. "아빠가 일어설 때까지 옆에 꼭 붙어 있을게 걱정하지 마" 이렇게 간혹 안심은 시키시고요.

 

▲ 제대로 사회화를 시킬 차례: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나서도 약 일 년간을 집에서 외래로 일주일에 대략 세 번씩 병원에 다닙니다. 그 외의 시간에 집에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러면 우울증이 걸리기 쉽고 또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합니다. 빠른 세상 각박한 세상에 느린 생각이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을 본인들이 자각을 잘하기 때문이지요.

 

지역마다 구나 시에서 운영하는 재활원을 찾아보세요. 꼭 학교 같답니다. 원예 교실, 노래교실, 요가교실 등등은 유용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한 코스당 한 달에 약 1만 원부터 5만 원까지 다양합니다. 그렇게 바쁘게 코스 등록을 시킨 다음 냉장고에 크게 붙여놓습니다. 오늘은! 노래하는 날! 이렇게요!

 

▲ 여담: 아버지가 원예교실은 너무 좋아하셔서 일주일에 한 번씩 본인이 만드신 화분을 자랑스럽게 가지고 오셔서 집안이 온통 꽃밭이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아프기 전에는 노래하기를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이 노래교실에 몇 주째 안 온다고 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뭐야! 아빠 왜 노래를 안 해?" 가관입니다. "야. 노래교실이 아침 열 시잖아. 아니 사람이 술도 안 먹고 아침부터 일어나서 노래하려면 그게 되냐? 그리고 회원이 많아서 한 시간 동안 내 차례 한번 올까 말까야." 쩝. 할 말이 없습니다.

 

▲ 복지카드 활용법: 국가에서 장애인 복지카드가 나옵니다. 등급도 매겨져서. 사심이 생기시지요? 무슨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입장료나 공공시설 이용료 이런 것들에서 혜택 많습니다. 그러나 한번쯤 집안 크게! 망하신 분들은 소용없습니다. 예를 들면 장애인은 엘피지 자동차를 살 수 있고 뭐 돈도 적게 내고 등등 이점이 많지만 덜컥 장애인 명의로 일 벌였다가는 바로 차압 들어옵니다. 확인해주세요.

 

▲ 아빠는 55년생, 딸은 77년생: 저희 아버지가 한 인물 하십니다. 키도 184cm이고요. 별명은 차승원이랍니다. 일찍이 결혼하셔서 생긴 나라는 사람, 배우지 못한 서러움에 딸이 대학 갔다는 이유만으로 몇 날 며칠을 펑펑 울어대시던 아버지. 그렇게 힘들게 집이 기울어져 가도 딸 교육은 꼭 시키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 멋지시지요? 저는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가끔 길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그러면 어깨가 잔뜩 내려가시기도 합니다. 그러면 손 꼭 붙잡고 말하지요. "똑바로 걸어 똑바로, 왜 이래 술 먹었어?" 이제 정말 아버지에게 힘이 되고 싶은데, 내리사랑이라는 말 괜히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저 같은 '땍댁이'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신 분. 오늘 아버지께서 이런 편지를 주셨네요.

 

오늘 아버지가 편지를 주셨네요
오늘 아버지가 편지를 주셨네요 ⓒ 김솔지

"솔지야. 뭐라고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볼펜을 들었다. 활짝 웃는 너의 얼굴이 보고 싶구나. 아빠의 활짝 웃는 얼굴이 보고 싶지. 무의식중에 항상 너의 건강이 걱정된다. 올해는 무엇을 할까. 나의 목표는 활짝 웃는 얼굴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목표의식을 갖고 앞으로는 살아야 될 것 같다. 내 딸 솔지에게 어떤 목표의식을 갖고 살아야 될까를 고민하고 있단다. 활짝 웃는 얼굴을 갖는 것."

 

이것으로 이제는 뛰기까지 하시는 솔지아빠, 이제는 자장면 가게의 주인이 꿈인 우리 아버지 뇌출혈 정복기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아시고 나시면 길에서나 어디에서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더 많이 보이실 거예요.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위태하면 조금만 도와주시면 돼요. 특히 목에 상처가 있으신 분들은 정말 죽을 뻔하신 분들입니다. 기운을 주시고요. 한쪽 팔다리를 심하게 저는 경우 뇌출혈일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장애가 많고 생각이 느릴 수 있으니 시간 조금 내셔서 간단한 것도 도와주세요.

 

참. 한번 사는데 많은 일들이 생기지요. 어떨 때는 접시에 코 박고 확! 죽고 싶다가도 앞으로는 또 어떤 일들이 나에게 벌어질까. 설마 나쁜 일만 생기겠어? 기쁜 일을 기다려보자. 조용히. 한 번쯤은 살만 하잖아? 이 생각 저 생각. 그러나 끝에 내리는 결론은 항상 같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지지 않는다. 내가 이긴다. 꼭!


#뇌출혈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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