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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방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면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구들방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면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 이승숙
구들방에서 자글자글 지지고

우리는 시골 농가를 사 조금 고쳐 살고 있다. 본래 우리가 샀을 당시엔 방마다 구들이 다 놓여 있었지만 우리는 구들의 장점을 그때만 해도 잘 몰라서 구들장을 뜯어내고 보일러를 깔고 말았다. 그리고 나무와 기름을 같이 땔 수 있는 보일러를 놓았다.

위채 방 하나는 구들을 그냥 살려놓았는데 겨울만 되면 우리 부부는 그 방에서 지낸다. 장작 몇 개만 때면 하루종일 잘잘 끓는 방에서 지낼 수 있으니 연료 효율적인 면으로 봐서는 구들방만한 방이 없는 거 같다.

그에 비해서 나무와 기름을 혼용해서 때는 화목보일러는 나무를 엄청 많이 먹는 하마다. 그리고 시간 맞춰서 나무를 때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도 기름값이 하도 비싸서 지난 겨울에는 나무만 땠는데, 그래서 연료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작은 거에 별로 연연해 하지 않는 남편인데 기름만은 아낀다. 보일러 등유 한 드럼에 보통 17만 원이 넘으니 기름값이 사실 겁나기는 겁난다. 한겨울에 기름만으로 보일러를 돌린다면 우리 집 같은 경우엔 아래 위채 합해서 한 달에 4드럼으로도 모자랄 정도다. 그러니 기름을 아끼지 않을래야 안 아낄 수 없는 거다.

한겨울에는 타이머로 맞춰놓고 4시간마다 보일러가 돌아가도록 해놓았다. 날이 좀 풀리자 남편은 실내온도에 맞춰서 '지정온도'가 되어야지만 보일러가 돌아가도록 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온도를 낮게 맞추는 데 있다. 낮에는 괜찮지만 저녁이 되면 좀 추운 듯하여 나는 곧잘 타이머로 바꿔버리곤 한다.

여보, 돈 날아간다!

보일러가 윙하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남편은 긴장한다.

"여보, 보일라 좀 낮춰 또 돌아가잖아."
"아유 여보, 내가 일부러 타이머로 해놨어. 밤엔 좀 뜨뜻하게 지내야지."
"응, 그래도 너무 돌아간다. 기름이 우리나라에서 나왔으마 좋겠네…."

실내 온도는 19도. 그러나 보일러 지정 온도는 14도. 그러니 보일러는 돌아가지 않는다.
실내 온도는 19도. 그러나 보일러 지정 온도는 14도. 그러니 보일러는 돌아가지 않는다. ⓒ 이승숙
열병합발전소가 있는 신도시 아파트에 살 때는 겨울에도 반소매 옷으로 살았다. 뜨거운 물도 아무 때고 펑펑 쓰면서 살았고 추운 줄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살아도 연료비는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시골로 이사 온 그해 겨울 우리는 추워서 덜덜 떨면서 지냈다. 이제는 적응이 되어서 괜찮지만 한 번씩 우리 집에 놀러 오는 도시 사람들은 춥다고 어깨를 있는 대로 옹송그리다 돌아간다.

애초에 집을 수리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보온 관계였다, 어떡하든 춥지 않게 하려고 벽이랑 천장을 두껍게 손봤다. 그래서 우리 집은 그다지 추운 편이 아니다. 그래도 보일러 돌리다 보면 기름값이 장난 아니게 나왔고 그래서 우리는 가을만 되면 나무 들여놓을 궁리에 머리를 짜곤 한다.

늘 의문이 든다. 정부에선 이런 거를 알까. 보일러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는 걸 알기나 할까. 기름값이 무서워서 떨면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을까.

보일러 등유 가격을 좀 낮춰주든지 아니면 시골 사는 사람들한테 어떤 혜택을 줄 순 없는 걸까. 기름값 아끼려고 늙은 몸뚱이 끌고 산에 다니면서 나무해서 때는 노인네들을 보면 어떤 땐 속상하기도 한다.

또 돈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빨리 가서 보일러 온도를 낮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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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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