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월 23일 목요일 오후 4시 30분, 성취프로그램진행을 끝내고, 서둘러 청년층 취업캠프가 열리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 광주연수원으로 향했다. 3월 22일부터 3월 24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총 38명이 참가하고 있는 청년층취업캠프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 조별 소개 : 3일 동안 잘 지내 봐요
ⓒ 이명숙

▲ 조별 면접 역할 연습 중인 참가자들
ⓒ 이명숙
"무슨 시간인데 이렇게 나와 있어요."
"면접 경연대회준비 중인데요. 너무 떨려요."

모의면접을 준비 중인 6명의 예비구직자들은 실습인데도 떨린다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면접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는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 정면에는 6명의 면접관 역할을 할 구직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양 옆으로는 참가자들이 조별로 앉아 있었다. 강의실은 면접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 면접경연대회에 참가한 지원자들
ⓒ 이명숙
드디어 면접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지자, 6명의 구직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눈에 봐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6명의 구직자들의 지원분야는 다양하다. 대기업 정보통신직, 스튜디어스, 방송국 PD, 조선업종 생산관리, 엔지니어, 애널리스트다.

▲ 면접진행중.
ⓒ 이명숙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질문을 받은 박보미(전자정보통신학과, 4학년 재학)씨는 '자기소개를 한번 해 보세요'라는 면접관 질문에 말문이 막히자 얼굴이 빨개지면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기어이 눈물을 찔끔거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참가자들이 '괜찮아, 괜찮아'를 연호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자 이내 평정을 되찾는다. 면접관들의 질문은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심층적인 질문까지 이어진다. 말문이 막히고,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구직자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차분하게 면접에 임한다.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주변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때로는 또박또박하게, 때로는 어색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인사담당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드러내고 싶어 하는 응시생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면접이 끝나고, 모두의 박수 속에 면접이 마무리된다.

면접을 끝내고 나온 참가자들에게 모의면접을 본 소감을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떨렸는데 연습을 할수록 긴장감이 완화가 되는 거 같아요. 여러 사람들 앞에서 면접에 대한 기술을 쌓을 수 있어 좋았어요."
"대중 앞에서 면접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면접을 보면서, 좋은 경험을 했어요. 꼭 합격할 거예요"
"당혹스럽고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팠는데요. 저한테는 좋은 기회였어요."

한결같이 아주 독한 예방접종을 맞은 기분이었다는 말로 모의 면접을 하고 난 후 소감을 밝힌다. 면접자에 대한 주변 참가자들의 피드백 또한 시종일관 따듯하면서도 예리했다. 잘한 부분은 앞으로 살려서 더 잘 할 수 있게, 미비한 부분은 어떻게 보완을 할 것인지까지 세세한 피드백을 받은 후에야 모의면접은 끝이 났다. 2박 3일 일정 중 절반이 끝난 것이다.

2005년 7월 하계방학을 이용해 처음으로 시작한 청년층 취업캠프는 참가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현재 14회째 실시하고 있다. 취업캠프 과정은 참가자들의 특성에 따라 프로그램 내용이 달라진다.

▲ 조별 프로젝트 수행 중
ⓒ 이명숙

▲ MBTI를 통한 자기이해와 취업준비
ⓒ 이명숙

▲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 교육을 받고 있는 중
ⓒ 이명숙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전략이 깔려 있는 이번 캠프에는 첫째 날, 자기 이해와 취업준비, 구인기업의 채용전략 이해하기, 만약에 내가 인사담당자라면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지 인사담당자가 되어 모집요강을 만들어 보는 시간. 둘째 날은 이력서, 자기소개서 교육 및 실습, 면접 전략 교육을 통한 면접 실습, 면접 경연대회, 합리적 의사결정 전략 익히기를 통한 집단토론면접실습, 감수성훈련과 자기사명서 작성.

셋째 날은 취업골든벨(직업에 대한 퀴즈), 진로비전 및 취업전략 수립하기 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취업준비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빽빽이 짜여진 일정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지칠 줄 모른다.

저녁식사를 끝낸 참가자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청년캠프에서 가장 얻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어요?

"취업에 대한 자신감이요", "이력서, 자기소개서와 면접 보는 법이요"라는 답변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청년층 취업을 위해 바라는 것이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어요." 질문을 던지자마자 이곳저곳에서 대학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물론 정부와 기업에 바라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청년구직자들을 위해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해요. 일자리가 서울이나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으니까, 이곳에서 취업을 하고 싶어도 갈 데가 없어서 못해요. 광주, 전남에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고장에서 일하게 해주세요. 산업체 기반 자체가 너무 열악해요. 눈높이를 낮추라고 일부에서는 말들도 하지만 낮춰서 갈만한 일자리도 없잖아요. 이것은 정부에서 해결할 문제인 거 같아요. 우리 지역에서 일하고 싶어요."(박진, 24세, 대학교 졸업)

"지방대 육성, 지역할당제라는 말이 아직은 하나도 와 닿지 않아요. 스펙은 물론 스킬면에서 저희들이 뒤진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외연수경험도 있어야 한다고 해서 많은 대학생들이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대학 1학년부터 취업준비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저희들에게는 취업이 멀기만 합니다. 기회를 좀 더 주세요."(한수성, 27세, 대학교졸업)

"토익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영어회화를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토익점수는 비록 낮더라도 영어회화는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외국어에 대한 조건을 좀 더 현실화시켰으면 좋겠어요."(최 운, 28세, 대학교 졸업)

▲ 취업골든벨을 울려라
ⓒ 이명숙
참석자들의 강도 높은 바람은 계속 이어진다. 특히 2005년 2월 4년제 대학을 졸업 후 유통업체에 취업을 했다가 퇴사를 하고 공무원 시험준비 중인 정운석군(28세, 대볼)은 요즘 청년구직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이야기 한다.

"기대를 안고 대기업 들어갔다가도 삼팔선, 사오정이라는 현실을 접한 순간, 더 늦기 전에 공무원시험 준비나 하자며 퇴사를 하는 선배나 동기들이 많습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 중, 절반이 넘은 숫자가 졸업생들입니다. 그 중에 80% 이상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고용안정이 된다면 기업도 선호를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그렇게 안 되니까 너도 나도 공무원시험준비에 매달려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 수료식-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 이명숙
끊임없이 이어지는 참가자들의 하소연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2박 3일 취업캠프 일정이 끝나고 취업캠프에 참가한 소감을 묻는 설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대학교육이 취업과 연계할 수 있는 교육이 되도록 정부가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이와 같은 취업캠프가 더 많이 활성화가 되어 취업준비는 물론 진로교육의 주축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내용들이다.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시달리고 있던 청년층들에게 청년층 취업캠프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는 참가자들의 절박함이 묻어난 소감문을 덮으며 그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 취업캠프 수료생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한 직업상담원들
ⓒ 이명숙
취업준비시 애로점과 취업캠프에서 얻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을 해준 박현욱(27세, 대학 4학년)군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시대의 대학 교육이 진정으로 빛을 발할 때는 학문의 성취와 사회진출을 위한 훈련이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라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나름대로 사회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광주종합고용안정센터에서 주최하는 청년캠프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겪어야 할 취업과 그 전의 면접에 대한 것에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실질적으로 가까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저에게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속 이름은 가명입니다. 국정브리핑에도 보냈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