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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사는 부천에는 비교적 오래된 시민단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난 1994년 여러 곳의 재야운동단체 3곳이 모여서 공식 출범한 부천시민연합입니다. 이 단체는 부천시 원미구 원미2동 한 허름한 건물 3층에 자리잡았습니다. 중동신도시나 상동신도시에 비하면 이곳은 부천에서 비교적 형편이 어려운 곳입니다. 양귀자씨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의 그 '원미동'입니다.

이곳에는 모두 여러가지 주제의 활동이 항상 벌어집니다. 우선 동네의 특성상 비교적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공부방이 가장 붐빕니다. 부천시민생협도 이곳에 터를 잡았고 풍물강습 등이 열리는 문화공간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입구에 오르면서부터 오래된 건물 특유의 화장실 냄새가 새어나와 여간 곤혹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동네 '없는 아이들에겐 꿈같은 공간입니다. 참고로 이곳 공부방의 교사인 이형렬씨는 제 아내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저는 방학을 끝낼 즈음이면 몇몇 아이들의 손을 잡고 목욕탕에 가기도 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없는 경우도 많고 할머니와 함께 자라는 아이도 있습니다. 사연을 하나씩 들으면 거의 소설책 한 권을 엮을 정도로 다양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행사에 보조교사로 따라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공부방을 너무 좋아합니다. 학교가 쉬는 토요일에 문을 여는 경우도 있고, 공부보다는 축구와 요가 등에 더 많은 시간을 내줍니다. 그리고 음식도 유기농으로만 밥과 반찬을 제공합니다. 물론 부천시나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가능합니다. 어느 시민단체나 마찬가지로 공부방 교사나 부천시민연합 간부의 경우도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이라는 기본적인 어려움은 항상 존재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당혹스런 일이 생겼습니다. 도둑이 든 것입니다. 모니터와 컴퓨터 3대를 도난당했습니다. 옛날이야기 속에 등장할 법한 '인정 많은 도둑'이었다면 훔친 것을 도로 내어놓고 가야 하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부천시민연합 관계자가 밝힌 도둑 든 저간의 사정은 이렇습니다. 마지막으로 퇴근한 공부방 이형렬 선생님이 21일 오후 7시께 문을 잠그고 퇴근했고 아침에 출근해보니 출입문 열쇠가 뜯겨 있고 컴퓨터 3대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입니다.

도난당한 컴퓨터는 평생을 시민운동에 헌신해온 부천시민연합 백선기 대표가 사용하는 것 1대와 사무국 직원이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한 대기업으로부터 후원받아 아이들의 게임용으로 사용하는 최신형 컴퓨터가 사라진 것입니다.

보통 아이들은 1주일에 1시간 정도 시간을 배정받아 자유롭게 게임을 즐깁니다. 서로 내기도 벌어집니다. 내가 아는 아이 중에 하나는 식당에서 일하느라 밤늦게 퇴근하는 엄마의 돼지저금통을 털어 PC방에 가기도 합니다. 그런 까닭에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방으로 오지 않으면, PC방에 아이를 찾으러 가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컴퓨터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 아이들에게 이 컴퓨터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20대 후반부터 공부방과 함께 30대 중반을 넘긴 부천시민연합 김명숙 사무국장의 짧은 바람입니다.

"막막합니다. 아이들 것이라도 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는 보육 담당 부천시 한 여성공무원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려운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것은 커나가는 바로 자신의 아이 때문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가 험악한 사회에 그대로 노출된 채로 성장한다면 피해자는 내 아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도움주실 분은 부천시민연합으로 연락주십시오. 부천시민연합 연락처는 032-613-3230, -655-620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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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말, 부천시민신문, 한겨레리빙, 경기일보, 부천시의원을 거쳤고, 지금은 부천뉴스를 창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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