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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2005년중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가 증가로 전환되고, 설비투자도 증가폭이 확대된 데다 수출이 견조한 신장세를 보임에 따라 전년대비 4.0% 성장…."

22일 오전 한국은행이 내놓은 '2005년 국민계정(잠정)'이라는 제목의 자료 첫머리다. 80여 페이지에 달하는 꽤나 두툼한 분량이다.

'잠정'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자료는 지난 1년 동안 우리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어떤 부분이 활발했고 침체했는지를 알려준다. 또 국민들은 어디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고 썼는지를 조사해 놓은 것이다. 쉽게 말하면 '국민경제의 가계부'인 셈이다.

한은 발표의 핵심은 무엇보다 경제성장률과 1인당 국민소득였다. 작년 하반기부터 소비 등에서 경기가 살아나고, 전반적인 경기상승 기대감이 실제 수치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내용을 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0% 성장했다. 2004년의 4.7%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당초 4% 미만일 것이라는 예상치보단 약간 높았다. 특히 작년 4분기 GDP는 5.3%를 기록했다. 하반기 경기회복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만6291달러였다. 2004년 1만4193달러보다 14.8% 올랐다. 하지만 실질 국민총소득은 2004년보다 0.5% 오르는데 그쳤다. GDP 성장률 4.0%보다 크게 못 미친다. 이는 경제는 매년 커지고 있는데, 국민들의 지갑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실질 GNI의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것은 대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 분석이다.

반도체와 컴퓨터, 자동차 등 주요 수출 물품의 값이 떨어지고 있는 점을 들었다. 대신 국제 기름값 등이 오르면서 수입 원자재 값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작년 무역 손실 규모는 46조3076억원에 달했다. 2004년 24조4716억원에 비하면 2배에 이른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5년 GDP 성장률이 9.2%를 기록하고, GNI 성장률이 9.5%를 나타낸 후, 10년째 GNI 성장률이 GDP 성장률을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10년 동안 경제는 차이는 있지만 꾸준히 성장해온 반면, 국민들의 실제 소득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농림어업과 건설업쪽의 생산은 부진했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건설쪽의 투자는 부진했지만, 민간소비가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소비가 늘어난 것은 지난 2002년이후 3년만이다.

한은 경제통계국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 상승 국면을 보여, 4분기 성장이 당초 예상보다 높았다"면서 "작년에 4% 성장을 기록했지만, 환율급락과 수출 신장세가 크게 감소해 대외 여건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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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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