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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의 명지대교 조감도. 을숙도 하단부분을 관통하는 대형 공사이다.
건설현장의 명지대교 조감도. 을숙도 하단부분을 관통하는 대형 공사이다. ⓒ 이종혁
2006년 3월16일 대법원은 새만금 공사 재개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한·일전 야구승리 뉴스에 밀려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어 지지 않았습니다. 판결이 나기 일주일 전인 3월9일 부산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한 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던 을숙도 중간을 가로지르는 명지대교 공사의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입니다.

을숙도의 갈대밭과 새들
을숙도의 갈대밭과 새들 ⓒ 이종혁
3월9일 발표된 이번 판결은 2월20일 부임한 신임재판장이 결결정해야 하는데도 구재판부의 명의로 2월17일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낙동강 살리기 시민연대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즉각 항고할 것을 밝히고 명지대교 건설을 저지 해 갈 것을 천명했습니다.

이미 을숙도의 허리는 잘려있다. 다리가 놓일 자리를 따라서 만들어진 공사현장.
이미 을숙도의 허리는 잘려있다. 다리가 놓일 자리를 따라서 만들어진 공사현장. ⓒ 이종혁
비온 뒤 안개가 뿌옇게 낀 일요일, 명지대교 건설현장을 찾았습니다. 공사차량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는 흙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쉽게 현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공사현장의 폐 콘크리트 야적장
공사현장의 폐 콘크리트 야적장 ⓒ 이종혁
발전기 돌아가는 요란스런 소리와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사람들. 아주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지기만 해도 날아올라 자리를 피하는 철새들에게 더 이상 안락한 보금자리로 여겨지지 못할 것입니다. 도로가 놓아지고 차량들이 질주하는 곳이라면 더욱 가까지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안전선 넘어 걱정스런 모습으로 출렁이고 있는 갈대밭
안전선 넘어 걱정스런 모습으로 출렁이고 있는 갈대밭 ⓒ 이종혁
이미 을숙도는 자연의 모습을 많이 잃었습니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은 흙으로 덮인 채 황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초소의 출입금지 경고 문구를 무시한 채 일주도로를 내달리는 몰지각한 시민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명지대교로 인한 환경영향의 최소화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문구의 그림과 갈대밭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명지대교로 인한 환경영향의 최소화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문구의 그림과 갈대밭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 이종혁
을숙도 일주 포장도로에서 공사현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리
을숙도 일주 포장도로에서 공사현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리 ⓒ 이종혁
을숙도 입구에는 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조감도가 있습니다. 물론 그 조감도에는 명지대교 그림은 빠져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공사현장 조감도와 생태공원 조감도 두개를 바라보면서 결국 사람이 선택하게 되는 것은 어느 것일까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새들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을숙도는 가능할 것인가.
새들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을숙도는 가능할 것인가. ⓒ 이종혁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을숙도는 가능할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편함을 조금만 양보하고, 명지대교가 지나갈 자리가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는 소중한 교훈의 학습장으로 깨끗하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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