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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국가발전전략연구회와 수요모임은 17일 공동으로 `지방선거와 한나라당의 진로` 정책세미나를 주최했다.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국가발전전략연구회와 수요모임은 17일 공동으로 `지방선거와 한나라당의 진로` 정책세미나를 주최했다.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유력한 대선 후보와 당 지지도가 몇 달째 35%안팎으로 여당을 압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5·31 지방선거의 승리가 예상되는 한나라당에서 '지금은 위기상황'이라는 경고음이 계속 울리고 있다. 왜일까?

김형준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나라당에는 대선필패의 법칙이 있다"고 대답한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 내 중도개혁성향 의원들의 모임으로 불리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이 17일 오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공동주최한 '지방선거와 한나라당의 진로' 세미나의 발제에서 "높은 당지지도와 유력대선 후보들로 인해 한나라당의 대세론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경험했듯이 한나라당의 대세론은 실체가 없고 허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교수 "실패 3단계, 개혁론→대세론→수구보수 강화론"

김형준 국민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 교수는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를 역대 대표들 모두 '개혁론→대세론→수구보수 강화론'이라는 실패 3단계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역대 당지도부는 초기에는 예외없이 변화와 개혁을 부르짖다가, 정부여당의 실정으로 반사이익을 챙기는 한편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초기개혁론이 대세론으로 변질되고,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수구보수의 길에 빠져 민심으로부터 이반돼 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1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절대선호층(19.5%)보다 절대혐오층(29.0%)의 비율이 약 10%P높고, 유입층(17.6%)과 이탈층(11.2%)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나라당 지지기반이 견고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 대세론속에서도 한나라당을 좋아하는 비율(37.1%)보다 싫어하는 비율(42.0%)이 높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민들의 이념성향 조사에서도 '중도'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한나라당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중도성향이 97년에는 20.0%, 2002년에는 32.3%, 지난해 연말에는 45.7%로 증가했다"며 "이들 중도층은 개혁의 내용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의 개혁방식에 실망한, 개혁지향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한나라당은 자민련보다도 더 보수적인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고, 박근혜 대표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확고한 보수인물로 각인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정체성과 이념문제를 결부시킨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등에 사활을 건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당의 보수색채를 더욱 강화해 중도 선점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현 정부와 진보세력의 개혁을 사이비 개혁이라고 비난만 하지 말고, 자신들의 개혁프로그램을 선보여야 한다"며 "이것이 중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언했다.

윤여준 전 의원 "의원들이 당의 이념인 '공동체 자유주의' 뭔지 알까"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이 발제하고 있다.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이 발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6대 한나라당 의원으로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지낸 윤여준 전 의원도 발제에 나서 한나라당에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윤 전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진 것은 여당 비판에만 주력했을 뿐 미래 비젼을 제시한 게 없어서였다"면서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17대 국회 출범직후 의원 연찬회에서 공동체 자유주의를 당의 이념으로 채택했는데 이게 무엇인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에 입각한 정책을 내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공동체가 뭔지 자유주의가 뭔지, 본래는 상충되는 두 개의 단어를 조합한 이 말의 의미기 뭔지 아는 분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발제에서 민족문제에 대한 당의 대안부재를 집중 거론했다.

민족문제는 지금 당장 화제가 되지 않더라도 잠재적 폭발성이 있기 때문에 통일문제에 대해 대응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도, 한나라당은 정부여당의 방침에 대해 반대만 하다 보니 수구세력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핵문제와 6자회담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건인데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상황전개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지,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북미관계의 진행상황에 따라 그에 대한 대응만 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보인다면, 국민은 한나라당을 수권세력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의 선거전략 '양극화 해소' 폭발력 있을 것"

한나라당이 '부자당'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부여당이 양극화 해소를 강조하는 것은 80의 못 가진 자를 선동해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인데, 이런 구도가 되면 상당한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은 부자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데,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이 없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의 일관된 전략부재도 지적했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에 대해서는 격렬한 어조로 비판하고, 그 뒤 곧바로 민주당에게 지방선거 연합공천을 제안한 것을 예로 들면서 '일관된 전략부재'를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두 사람 외에 나성린 한양대 교수가 '현 시대 상황과 정치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했으며, 심재철 의원과 김기현 의원, 김태기 성동갑당원협의회 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박근혜 대표는 축사 초청을 받았으나, 지방일정 관계로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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