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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15일) 오전 11시쯤, 휴대폰을 통해서 아버님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오늘은 아버님께 안부 전화를 드려야지…'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뜻하지 않게 아버님 전화를 받고서 "아버님, 저하고 아버님 하고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나 봐요" 하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허허 웃으시면서, 아비에게 상의할 일이 있으니 일부러 아비에게 전화하지는 말고, 나중에 사무실로 출근하거든 잠깐 시골에 다녀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여쭙는 저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별 일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정말 대수롭지 않은, 별 일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의 당부처럼 오후 1시가 넘어서 출근을 한 남편에게 아버님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남편도 그리 서두르지 않는 폼이었습니다.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고나서야 남편은 시댁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5시쯤 되었을까, 남편과 함께 아버님께서 저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것이었습니다. 얼굴이 약간 부어 보이기도 하고, 무슨 일이 있으시냐고 걱정스럽게 묻는 제게 여전히 아버님께서는 별 일이 아니라는 듯 말씀하십니다.

"내 머릿속에 피가 고여 있다고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단다. 그래서 큰 병원에 가 보려고 왔다."

아마도 보름 전에 비닐하우스에서 나오시다가 우연히 머리를 부딪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머리가 아파서 아버님 혼자, 자식들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병원을 계속 다니셨나 봅니다.

어제 남편이 아버님의 담당 의사선생님을 직접 만나 뵙고 상담을 했는데, CT촬영을 한 결과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서 수술을 해야만 한다고, 아버님께서 연세가 드셔서 뇌가 굳어진 상태이기에 저렇게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만약 젊은 사람의 경우라면 상태가 아주 심각해서 활동을 할 수 없는 정도라고 하더랍니다.

어제는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인지라 하루 진료가 모두 끝난 상태이기에, 오늘 오전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아주버님이 종합병원에 예약도 했다고 합니다.

"아버님 머리가 많이 아프신가요?"
"다른 데 신경을 쓰고 한 군데 집중을 해서 일을 하면 모르겠는데, 이렇게 가만이 있으면 머리가 기분이 안좋을 만큼 약간 아프다."

항상 당신 몸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식들 걱정할까 여간해서는 아프다고 내색을 하지 않으시는 아버님께서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그것은 제법 많이 아프다는 뜻입니다.

어제 오후, 잠깐 저희집에 오셨던 아버님은 퇴근길에 사무실에 들른 아주버님과 함께 큰댁으로 가셨습니다.

남편과 저는 애써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서로가 말을 아꼈습니다. 걱정스럽게 밤을 보내고, 오늘 아침 병원 응급실로 달려 간 남편에게서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버님께서 곧 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고. 아마 오늘 오후 4시 30분경에 뇌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머리를 수술하는 일이라서 수술이 끝난 후에도 경과를 계속 지켜봐야 하고, 수술 후에도 한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지금 이 시간 저는, 비록 아버님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없지만, 수술실에 계시는 아버님께서 아무런 일 없이 무사히 수술을 잘 마칠 수 있기를 마음으로 빌고 있습니다. 애써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이제 막 학교수업을 마친 아들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에 가신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한 아들아이에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승완아, 지금 할아버지께서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고 있거든. 우리 마음 속으로 할아버지께서 아무 탈 없이 수술 잘 마치고 나올 수 있도록 마음으로 기도하자, 알았지?"
"네."

어쩌면 제가 아들아이에게 했던 말은, 자꾸만 불안해지는 마음을 다독이면서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아버님 부디 힘 내시고, 잘 참아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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