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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 상태인 떡
덩어리 상태인 떡 ⓒ 양중모
그러나 오늘처럼 간식거리 하나 만들어 먹어보려 애를 쓰는 날이면 어머니 생전에 집안일 하나 제대로 못 배웠나 싶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집에 있는 찹쌀을 가지고 떡집에 가 떡으로 만들어 오셨다. 할 줄 아는 반찬이 극히 제한적인데다가 밥하는 것도 버거워 간식 만들어 먹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 내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이거 냉동고에 넣어 놓은 담에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으면 된데."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방법에 따라 떡을 냉동고에 넣은 후 꺼내서 좀 있다가 전자레인지에 돌려보니 떡이 그릇에 온통 붙어버렸다. 이 때문에 떡을 먹기 위해 숟가락 젓가락 포크를 총동원해 단단히 뭉쳐있는 떡을 뜯어 먹으려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방법으로는 제대로 먹을 수 없다 생각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떡을 구워 먹어보기로 했다. 일단 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을 달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별다른 생각 없이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떡을 올려놓은 순간 바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덩어리인 상태로 떡을 올려  버렸다.
나도 모르게 덩어리인 상태로 떡을 올려 버렸다. ⓒ 양중모
떡이 뭉쳐서 덩어리처럼 되어있기에 그 상태로는 골고루 익히기가 힘들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재빨리 불을 끄고 떡 덩어리를 다시 꺼내 칼로 잘라 평평하게 하려 했다. 순간 칼이 떡 덩어리 사이에 끼어 빠져나오지 않았다. 당황한 나는 더 힘을 주어 자르려 칼질을 하다가 손을 벨 것 같은 생각에 다 자르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소 무식하게 손으로 떡을 쭉쭉 찢어버리려 했으나 그마저도 역시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리저리 하여 처음처럼 한 덩어리가 아닌 몇 덩어리로 나누는 데는 성공했다. 그 상태로 제대로 익을 것이라는 확신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전자레인지에 돌려 그릇에 떡이 완전히 달라붙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 일단 프라이팬에 구워보기로 했다.

황급히 잘라서 평평하게 하려 했으나 칼이 떡 속에 묻혀 버렸다.
황급히 잘라서 평평하게 하려 했으나 칼이 떡 속에 묻혀 버렸다. ⓒ 양중모
프라이팬에 굽는 도중 불현듯 그냥 구우면 맛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빨리 설탕통을 꺼내들고 설탕을 프라이팬에 뿌렸으나 타이밍이 다소 늦었다. 그리고 떡 덩어리들이 있는 상태에서 뿌린지라 프라이팬에 스며든 것보다 떡 위에 그대로 안착한 것들이 더 많은 듯했다.

이런저런 노력 끝에 결국 떡을 굽기는 했으나 그릇에 옮겨 담아 먹으려 시도하는 순간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떡 맛이 설탕에 절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보다는 덜했지만 여전히 그릇에 달라붙고 떡끼리 달라붙어 뜯어먹기가 무척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노력 끝에 만들었으나 떡을 먹기는 여전히 힘들었다.
노력 끝에 만들었으나 떡을 먹기는 여전히 힘들었다. ⓒ 양중모
"컥…. 컥…."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이놈의 떡이 내 목 속까지 들어가 달라붙어 잠시 동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떡 먹다가 목에 걸려 세상을 뜬 유명 성우의 얘기가 떠올라 순간 공포가 솟아올랐지만 다행스럽게 재빨리 부엌으로 달려가 물을 먹은 덕분인지 긴 노력 끝에 떡을 목 아래로 내려보낼 수 있었다.

떡을 먹고 나서도 씻는 게 또 문제였다. 떡들이 달라붙어 도통 떨어지지 않아 일단 뜨거운 물에 담가놓는 수밖에 없었다. 고생 고생해서 떡을 먹고 나니 척척 요리를 해내던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병 발발 후 심각해지기 전 내게 요리를 가르쳐 줄 생각을 잠시 하는 듯도 했지만 잠깐 설명에도 귀찮다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나였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못해도 사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어려운 요리까지 굳이 배울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반찬을 사 먹는 값도 적지 않은데다가 때때로 자신이 먹고 싶은 요리가 있을 때 직접 해먹어야 제 맛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늦은 때라도 제대로 요리를 배우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

그렇기에 길을 지나다 재수 학원에 걸려 있는 이런 현수막을 보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는지도 모른다.

"오늘 시작하십시오. 내일이면 늦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거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네요. 이 떡이 길거리에서 파는 것처럼 먹기 좋게 만들어 놓은 상태가 아니라 그저 쌀을 떡으로만 만들어 놓은 것이라서. 어쩌면 좋을까요? 제 블로그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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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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