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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딸아이 담임선생님께서 써서 보내 준 친필 엽서예요. 또박또박 눌러 선생님의 쓴 글 속에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딸아이 담임선생님께서 써서 보내 준 친필 엽서예요. 또박또박 눌러 선생님의 쓴 글 속에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 권성권
민주 어머니께...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려나 봐요.
아이들도 봄이 와서 좋은지 밖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해요.
민주 어머니...
민주를 어린이집에 보내시고 걱정이 참 많으시죠?
어머니의 마음 다 알아요^^
민주 어린이집에서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간식도 잘 먹고,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요
대답도 얼마나 잘하는지 너무 이뻐 죽겠어요.^**^
항상 어머니의 마음처럼 민주를 잘 돌보겠습니다.

2006년 3월 10일
산호반 허미란 선생님...


이는 우리 딸아이 민주가 어린이집에 간 지 5일째 되는 날, 담임선생님에게 온 엽서 글이다.

사실 딸아이가 집에 있을 때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많이 중얼거리기도 하고, 또 동생 민웅이도 꼬집으며 야단법석을 피우던 아이라 걱정이 참 많았다. 밖에 나가서도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릴지가 많이 염려되었다.

그런 걱정들이 이모저모 많았는데, 그래도 민주는 잘해 주고 있다고 한다. 간식도 잘 먹고, 친구들하고도 잘 지낸다고 하니 마음 한구석이 많이 놓인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를 두고서 무슨 수업이 될까 싶었지만, 그래도 대답 하나는 잘한다고 하니 너무 흐뭇할 뿐이다.

선생님께서 보낸 이 편지 글을 받아서 읽고 있자니,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부모인 우리를 안심케 하려는 뜻에서 보낸 글이겠지만 컴퓨터로 인쇄하지 않는 글 속에서 사랑이 물씬 풍겼다. 무엇보다도 볼펜으로 또박또박 눌러 쓴 그 글자 하나하나에 우리 딸아이 민주를 사랑하는 정성이 듬뿍 들어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정말로 고마운 선생님이다.

오늘은 민주가 어린이집에 다닌 지 7일째가 되는 날이다. 날씨가 완전 초겨울 날씨나 다름 없었다. 눈바람도 휘날렸고 바깥 샘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들도 꽁꽁 얼어붙었다.

그래서 나는 민주한테 어린이집에 가지 말라고 했다. 자칫 감기라도 걸릴까 봐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는 막무가내로 가방을 어깨에 들쳐 멨다. 그리곤 신발끈도 동여매고 방문 밖에 서성인다. 한시라도 빨리 어린이집에서 오는 차를 탔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이다.

"오늘은 추우니까 쉬면 안 되겠니."
"싫-어. 빨리 가아-."
"오늘 나가면 감기 걸릴 텐데."
"싫-어. 빨리 가아-."

민주가 잡아끈 손에 이끌려 밖을 나가 보니 눈바람이 하나 둘 휘날린다. 어제 내린 눈도 녹지 않았는지 대문 밖 길가에 쌓여 있다. 그 때문에 내 발걸음은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딸아이 민주는 문을 잡고서 나설 채비만 서두르고 있다. 그리곤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항상 그랬던 것처럼 딸아이와 함께 길가로 나가 차를 기다렸고, 곧이어 담임선생님께서 민주를 힘껏 안아 들고서 차에 태웠다.

"선생님, 예쁜 엽서 고마웠습니다."
"아, 보셨어요."
"예."
"민주가 제멋대로 굴지 않나요."
"아니요, 너무 잘해 줘요. 대답도 잘 하구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잘 부탁해요."
"민주야. 아빠 빠이빠이 해야지."
"예. 아빠, 빠빠-."

딸아이를 선생님에게 맡긴다는 게 뭔지 아직은 잘 몰라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박또박 손수 써서 보내준 엽서 글과 민주를 힘껏 안아 들고서 떠나는 선생님의 그 모습 속에서 믿음과 신뢰를 발견하게 되어 참 흐뭇했다. 너무나 고마운 선생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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