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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김용옥 교수가 새만금 개발사업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불쑥 내뱉은 극언을 듣고도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 정권 들어 통치권자에 대한 막말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져나와 '희귀성'을 잃은 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 '국민적 오락'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을까.

입이 거친 야당과 언론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비교적 점잖다는 학자, 심지어 여당에서조차 대통령에 대한 막말 행진에 가담하고 있다. 대통령을 한 번쯤 씹지 못하면 '명사'의 반열에 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이 오히려 눈치 보이는 상황이 됐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민주국가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대통령에 대한 정책 비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속을 훑는' 인신공격으로 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동네 개 나무라는' 수준이다. 김용옥 교수도 이번에 사안의 본질과 관련없는 부분에서 대통령을 겨냥해 "미친 소리", "저주받을 사람"이라는 험담을 해댔다.

대통령에게 막말을 해대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를 '용기'라고 치부할 지도 모른다. 실제로 야당의원이 대통령에 대한 독설을 하면 주변에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치켜세우는 풍토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정작 '막말'과 '독설'이 필요했던 독재 정권 시절, 여야를 막론하고 이렇듯 시원한 말을 듣지 못했던 국민들에겐 이러한 '막말의 성찬'이 용기보다는 '한건주의'로 다가선다.

용기란 남들이 쉽게 나설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일신의 피해를 각오하면서 대의를 추구했을 때 적용되는 말이다. 대통령 스스로 '서슬퍼런 권력'을 풀어 누구나 돌을 던져도 용납되는 상황에서 '나도 빠질세라' 돌 던지기 행렬에 가담하는 것은 기회주의 내지 야비함의 발로로 보일 수 있다.

더욱이 대통령에 대한 말을 함부로 하는 언론인과 야당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권위주의 정권 시절 현실에 순응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순수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물론 작금의 상황을 언로가 트여가는 과정에서의 '부수물'로 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통치자에 대한 독설이 민주화의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아니며, 공적인 현장에서는 최소한 말의 품위가 유지되어야 한다.

또 대통령 자신부터 거친 표현을 쓰는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과거 '지엄했던' 대통령의 권위를 해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평상어를 구사하는 측면이 있다. 설사 대통령이 막말을 한다 해도 통치자에 대한 조롱과 폄하가 일상화 되는 현실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하고 허물이 없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민 위에 군림하던 기존 통치자들을 떠올리면, 비록 노 대통령을 찬성하지 않더라도 '정제된' 반대를 펴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판단된다. 누구에게나 막말을 듣는 대통령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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