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월요일 아침부터 최연희 의원이 "의원직을 내놓지 않겠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국회의원이 좋은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에 화요일에는 동해시 여성단체라는 곳에서 "성추행을 했더라도 지지한다"고 했다는 보도를 보고 '그 동네 사람들은 왜 그렇게 개념이 없다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문득 동해시에 사는 대학 동기가 생각나서 안부전화를 했습니다. "잘 지내냐"고 인사를 하자, 대뜸 "너도 최 머시기 때문에 전화 했냐"라고 묻더군요. 그 친구 하는 말이 친지며 친구며 학교 선후배들이며, 거의 연락도 없던 사람들이 전화를 해서는 "동해 시민 왜 그러냐"라는 식으로 자기를 책망하는 전화를 십여 통이나 했다는 것입니다.

자기네 동해 시민들도 열받고 창피해서 화가 날 지경이고, 길거리 나가보면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단체 이름으로 "최 의원님 사퇴하시면 안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어이가 없는데, 언론에서는 마치 동해시 전체 주민들이 최 의원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어 더 화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동해시 쪽은 한나라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지역이고, 최 의원이 공천 위원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그 사람에게 찍히면 정치판에 발을 못디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소위 시의원입네 지역유지입네 하는 사람들 명함에 보면, 무슨 무슨 운동협의회 의장이니 하는 직함들이 서너 개 씩 있는데, 평소에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다가 무슨 정치 행사나 선거 때만 띠 두르고 나온다는 것이 그 친구의 말이었습니다.

▲ 동해시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최의원에 대한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 김해영
정말 시민의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시청 홈페이지에라도 가보라고, 그리고 나서 기자들이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을 들으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친구의 말 대로 동해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열린광장에 등록된 글들을 보았습니다. 열린광장은 실명확인이 안 되면 글을 쓸 수 없게 되어 있어 여타 게시판 보다는 그래도 신빙성이 있더군요.

게시판에 보니 최 의원과 관련된 게시물이 3월 7일 하루에만 100여건 이상 올라와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동해시를 성추행 특구로 만들어라'라는 식의 비아냥 섞인 목소리들도 많이 있었고, 최 의원을 감싸고 도는 시의회와 관변 단체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게시자들은 동해시의 이름을 부끄럽게 만든 것에 대한 분노와 아무것도 모르면서 욕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함께 표현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 차라리 성추행 특구로 만들자는 비아냥 섞인 글도 자주 보인다.
ⓒ 김해영
이 게시판을 보면서 그동안 최 의원에 대한 지역의 반응을 보도한 기사에서 왜 시민들의 직접적인 반응은 보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저 최 의원 편에 서서 이야기한 사람들 목소리만 보도되었고, 진짜로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언급한 기사가 없더군요.

이번에 최 의원 지지를 표한 29개 시민단체라는 곳에서는 최 의원 사퇴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인다고 하고, 민노당 등에서는 최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을 벌인다고 합니다. 뭐 서명운동을 벌인다고 해서 사퇴 안 한다는 사람이 사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시민들은 정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이제는 대한민국에서도 국민소환제가 시행되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동해 시민 여러분 힘내십시오!

▲ 동해시민을 욕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눈에 띄인다.
ⓒ 김해영

덧붙이는 글 | 동해시민이 아닌 제가 동해시민들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하는 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자소개기자소개기자소개 기자소개기자소개기자소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