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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을 벗어날 때만 해도 신발을 잘 신었는데, 대문 밖을 벗어나려니 신발이 벗겨졌나 봐요. 그래서 다시금 신발을 추켜 신는 모습이에요. 저렇게 어린 것이 어떻게 홀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지 참 안쓰럽기도 하고, 또 대견스럽기도 해요. 그렇지 않나요?
방안을 벗어날 때만 해도 신발을 잘 신었는데, 대문 밖을 벗어나려니 신발이 벗겨졌나 봐요. 그래서 다시금 신발을 추켜 신는 모습이에요. 저렇게 어린 것이 어떻게 홀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지 참 안쓰럽기도 하고, 또 대견스럽기도 해요. 그렇지 않나요? ⓒ 권성권
어제 비로소 우리 딸아이가 어린이 집엘 가기 시작했다. 여태껏 집안에서만 맴돌던 딸아이가 드디어 집 밖으로 나간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시청 안에 있는 보건소라든지 어린이 병원이라든지 몇 몇 곳을 찾아 나간 적은 있다. 그렇지만 그때는 엄마와 아빠의 뒤를 맴맴 뒤쫓아 나선 길이었고, 이번 어린이집만큼은 제 홀로 나선 길이다.

“민주야. 어린이집에 가면 잘 해야 돼.”
“예-에.”
“선생님들에게도 인사 잘 하고.”
“예-에.”
“한 번 해 볼래?”
“…….”
“그렇게 말고, 두 손을 모으고 해야지.”
“…….”

방안을 나서기 전, 아내는 딸아이에게 이것 저것 몇 마디 말로 주의를 줬다. 그렇지만 딸아이는 잘 따라하지 못했다. 그저 제 맘에 드는 대로만 할 뿐이었다. 사실 네 살 밖에 되지 않는 딸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을 잘 못해서 발음도 종종 샐 뿐이다. 그런 딸아이를 세상 밖으로 보내려 했으니, 아내의 심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내와 딸아이가 어린이집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에요. 처음 세상을 향해 홀로 나서는 딸아이와 그런 딸아이를 떠나 보내는 아내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아내와 딸아이가 어린이집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에요. 처음 세상을 향해 홀로 나서는 딸아이와 그런 딸아이를 떠나 보내는 아내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 권성권
“민주야. 가서 엄마 아빠가 보고 싶으면 그냥 와버려.”
“예-에.”
“누굴 때리면 안 돼. 내가 불려 가면 안 되잖니?(웃음)”
“예-에.”

아내 옆에서 나도 덩달아 몇 마디 말을 건넸다. 긴장된 아내의 마음을 한 풀 풀어 주려고 건넨 이야기였지만, 아내만큼 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딸아이의 성격이 활발하고 쾌활해서 찬 밥 신세는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크게 잘 못하지 않는 이상 누구와도 잘 어울릴 딸아이다. 그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은근히 놓이긴 한다.

하지만 당장 대문 밖을 나서는 나와 아내의 심정은 초조했다. 어린이집에서 오는 중형 버스도 그날 따라 처음 시작하는 마당이라 그런지 많이 늦장을 부려서 더 애타했다. 그렇지만 예상된 시간보다 10분도 채 못 지나서 차가 왔다. 그나마 고마운 일이었다. 차가 집 앞에서 멈추자, 예쁜 선생님 한 분이 차에서 내려와서 우리 딸 민주를 안고 태우려 했다. 그 순간 딸아이는 뒤를 돌아보며 인사를 건넸다.

“엄마 빠빠. 아빠 빠빠.”
“민주야, 잘 갔다 와.”
“응. 엄마 빠빠. 아빠 빠빠.”

어린이집 차량에서 나온 선생님 한 분이 우리 딸 민주를 안고서, 차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모습이에요. 차를 타던 민주는 나와 아내를 향해 '빠이 빠이'를 연방 질러댔지요. 참 고마운 일이었지요.
어린이집 차량에서 나온 선생님 한 분이 우리 딸 민주를 안고서, 차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모습이에요. 차를 타던 민주는 나와 아내를 향해 '빠이 빠이'를 연방 질러댔지요. 참 고마운 일이었지요. ⓒ 권성권
네 살배기 딸아이가 무엇을 알까 싶었지만, 고맙게도 우리 딸 민주는 엄마 아빠를 향해 손을 흔들어 줬다. 참 기쁘고 흐뭇했다. 그리곤 딸아이는 곧장 어린이집 선생님과 함께 멀리 멀리 사라져 갔다. 딸아이와 헤어지는 그 순간, 나는 나의 일터로 갔고, 아내는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는 홀로 남은 두 살배기 민웅이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 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내는 딸아이가 떠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먼 곳으로 떠난 것이 아닌데도, 왜 그렇게 눈물이 흐르던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은 어미 품을 떠난 어린 비둘기처럼, 민주의 뒷 모습 속에 그 어린 비둘기 한 마리를 보았기 때문이지 않나 싶었다. 여태껏 집과 식구라는 둥지 안에서, 엄마와 아빠의 품 속에서 살을 맞대고 놀던 딸아이가 세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디기 시작했으니, 가히 여리디 여린 모습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내는 그래서 처음으로 홀로 떨어져나가는 딸아이를 보며 훌쩍훌쩍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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