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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함수의 덧셈정리, 대단히 복잡하고 헷갈린다. 수리 '가'(이공계)를 선택한 학생들은 반드시 외워야 할 공식이다.
삼각함수의 덧셈정리, 대단히 복잡하고 헷갈린다. 수리 '가'(이공계)를 선택한 학생들은 반드시 외워야 할 공식이다. ⓒ 신병철
그런데 이 공식 외우는 비법이 있단다. 어느 날 정년하신 원로 수학 선생님이 술자리에서 큰 소리로(?) 알려주신 대단한 비법이다. 그 수학 선생님이 30년이 넘게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직접 터득한 비법이란다. 이 비법은 남학생보다는 사실 여학생들에게 더 잘 먹히는 단점이 좀 있기는 했다.

원로 선생님의 삼각함수 덧셈 정리 외우게 하는 방법은 이러했다.

"선생님 이 삼각함수 덧셈 정리를 어떻게 외워요?"
"안 외우면 안 되나요?"
"이 삼각함수 덧셈 정리 외우는 비법이 하나 있긴 한데, 너희들이 응할지 잘 모르겠다."
"뭔데요, 뭔데요. 가르쳐 주세요"
"너희들이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약속만 하면 비법을 가르쳐 주지"
"좋아요, 시키는 대로 할께요, 그 비법이 무엇인데요?"
"그 비법은 외우기 시험을 쳐서 못 외우는 학생은 무조건 줘 패는 거야."

학생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비법 공개하기 전에 이미 단단히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그 선생님의 지시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내일 수학 시간에 A4용지 한 장씩 준비하거라. 그 종이에 1번부터 10번까지 세로로 번호를 미리 매겨 놓아라. 알겠지"

그리고 다음날 수학 시간에 시험을 친다. 물론 삼각함수 덧셈정리 공식 외우기 시험이다.

"내가 문제를 내면 너희들은 답만 쓰면 된다. 한 문항 당 시간은 5초다. 3초면 충분히 쓸 수 있지만 2초는 덤으로 준다. 자 1번, 사인알파 더하기 베타는?......자 2번, 탄젠트 알파 빼기 베타는?"

그래서 1번부터 10번까지 문제를 내고 학생들은 외운 공식을 적어 넣는다. 문제를 두 번 말할 시간도 없다. 시간이 5초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훔쳐 볼 수도 없단다.

10번까지 다 풀고는 옆 친구와 시험지를 바꿔 채점을 하고는 틀린 개수만큼 큼직하게 표시하게 한단다. 그리고 그 수만큼 손바닥을 때려 준단다. 물론 때리는 시늉만 해도 된단다. 시간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단다.

이런 과정을 세 번 정도만 거치면 웬만한 학생들은 이 공식을 다 외우게 된다고 했다. 손바닥 맞은 것이 아파서가 아니라 친구들은 다 외우는데 자신만 못 외우고 있는 게 창피해져서 그렇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게 두려워서 그렇기도 하고.

경쟁과 평가가 공개되는 조건 속에서 학생들은 기를 쓰고 외우게 된단다. 그것도 일생이 걸린 수능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내용이기도 하니까.

이후에 공식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 나가면 학생들은 신기해하면서 외운 공식을 머리에 완전히 각인시킨다고 했다.

시험을 통해서 평가를 받고 그 점수가 학급에 공개되어 친구들과 비교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 까다로운 공식을 외우게 하는 원로 선생님의 수업 광경이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매를 들고 못 외운 학생들 손바닥을 형식적으로 때려가면서 어떻게 해서든 외우게 만들고 있는 장면이 아름답게까지 느껴졌다.

수학에는 왕도도 없다고 했다. 하물며 수학공식 외우는데 비법이 있을 리가 만무다. 학생들에게 동기를 유발시켜 성취시켜 주는 선생님들의 비법이 있을 뿐이다. 원로 선생님들의 관록이 새삼 다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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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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