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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 찍어 두었던 도서실 사진
지난해 12월 9일 찍어 두었던 도서실 사진 ⓒ 이승숙
두 시간 쯤 지났나. 윤석이가 다시 도서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선생님, 이거 참 재미있어요. 더 빌려갈 수 있죠?"

그렇게 삼국지에 빠진 윤석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도서실을 들락거렸고 한 번에 빌려갈 수 있는 양인 두 권만으로는 양에 차지가 않는지 4권까지 빌려가기도 했다.

그렇게 책에 빠진 윤석이는 어느 날 후배들을 데리고 도서실에 올라왔다. 짧게 깎은 동글동글한 머리에 하나같이 몸이 길쭉하고 팔다리가 길었다.

"형, 어떤 게 재밌어요? 형이 좀 골라줘 보세요."
"응, 이게 재밌어. 이거 봐."
"형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임마, 이 형은 도서관 마니아잖아."

책을 고르면서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모르는 척 내 일을 하면서 입가로 슬며시 웃음을 배어 물었다. 동생들에게 의젓하게 형 노릇하는 윤석이가 대견했고 책과는 거리가 멀 거 같은 운동부 애들이 책을 찾는 그 모습이 귀여웠다.

삼국지를 마지막까지 아주 맛있게 다 본 윤석이는 한동안 더 도서실을 드나들었다.
어느 날 윤석이가 책을 반납하면서 그러는 거였다.

"선생님, 저 당분간 도서실 못 와요."
"왜?"
"대회가 있어서 훈련을 해야 되거든요."
"응, 그래 윤석아. 그럼 훈련 열심히 하고 나중에 다시 와. 훈련 잘 해라."

여름이 지나고 가을 그리고 추운 겨울이 되었다. 방과 후엔 여전히 운동장에서 열심히 훈련하는 축구부 아이들이 보인다. 묵묵히 훈련하는 그 애들을 보면 어려움을 참고 견뎌 나가는 겨울나무를 보는 것 같다. 새 봄에 다시 기지개를 활짝 펴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그 나무들처럼 운동부 아이들도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좋은 내일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저는 2005년도에 강화도에 있는 강화중학교 도서실에서 사서 보조교사로 근무했습니다. 그 때 아이들이랑 참 친하게 잘 지냈습니다. 누구나 편하게 와서 책을 볼 수 있는 그런 쉼터로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2004년도에 비해서 거의 배 가까이나 대출자 수가 늘었더랬습니다. 돌아보니 참 행복했던 한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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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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