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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해 초, 아무래도 지역 뉴스를 접하려면 지방신문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강원일보> 구독자가 됐다. 지역사회 이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시·군별로 지면이 배정돼 있어 신문을 읽는 재미도 새로웠다.

한 달 전쯤인가, 신문에 시선을 집중하고 계시던 아버지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내게 오셨다.

"이거 좀 읽어보아라. 시민기자를 모집한다는 공지인 것 같은데, 아비는 다른 신문(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 활동을 하고 있으니 내가 한 번 해보면 안되겠니?"

"예? 시민기자를 하시려면 취재도 하고 기사도 직접 쓰셔야 하는데…."

"아, 뭐 어려울 것 있냐? 내가 아직은 활동할 수 있고 기사 다듬는 건 아비가 좀 도와주면 될 테지. 일단 신청이나 해 보자."

"아, 예…."

아버지는 올해 76세이시다. 연령이 시민기자 결격사유가 될 수는 없겠지만 고령이신데다 취재나 기사작성 등에 전혀 경험이 없으시다. 직업군인 생활을 마친 후 40여 년 간 농사일만 해온 아버지가 시민기자 활동을 어떻게 하시겠단 말인지, 난감했다.

그러나 이미 마음을 굳히신 아버지의 지엄하신 분부를 거역할 수도 없는 일. 신문에 난 공지사항대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필요한 인물사진은 디지털 카메라로 즉석 촬영해 이메일로 접수했다.

그리고 며칠 간 그 일을 잊고 있었다. 응모를 했다고는 하나 여러가지 조건상 시민기자에 선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불과 며칠 후 알게 되었지만.

어느 날인가 외출에서 돌아오신 아버지는 대뜸 휴대폰을 내게 건네며 문자메시지가 들어온 모양인데 확인해 달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몇 년째 휴대폰을 사용하고 계시지만 아직 문자확인 기능 등에 익숙지 못하다.

'강원일보 시민기자 선정을 축하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우편으로 발송하겠습니다.'

내용을 전해들은 아버지는 내심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시다.

"허허, 됐으면 그만이지 뭘 또 보낸다는 거냐? 허허허…."

며칠이 지난 후 시민기자에 대한 예우, 운용계획 등과 윤리강령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윤리강령에 대한 동의서를 다시 우편으로 발송한 후 3개월 간 취재 및 기사작성 활동을 지켜본 후 최종 시민기자 선정을 확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신 아버지는 처음과 달리 다소 실망하신 모습이다. 윤리강령에 제약조건이 너무 많은 반면 주어지는 권한이나 혜택은 거의 없다며 불평을 내비치셨다. '이 정도에서 포기하시려나?' 아무리 따져봐도 신문사 시민기자는 어울리지 않겠다고 생각해 온 나로서는 당연히 드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기대 역시 여지없이 무너뜨리시는 아버지. 윤리강령 동의서에 직접 날인하고, 언젠가 찍어 놓은 반명함판 사진도 첨부해 지체 없는 발송을 당부하시는 것이다. 이쯤 되면 노년에라도 사회활동에 참여하여 무언가 역할을 하시려는 아버지의 의지를 이해하고 도와 드리는 것이 도리일 듯싶다.

아버지의 인터넷 통신 아이디를 만들고, 이메일 가입을 마쳤다. 자칭 사슴농원 회장이신 아버지의 통신 닉네임은 '사슴할배'로 정했다. 얼마나 활발한 시민기자 활동을 하실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아버지가 '취재'해 오신 기사를 형식에 맞게 정리하는 일도 내 몫이다.

아버지는 요즘 상이군경에 대한 예우 등 보훈 정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계신 듯하다. 특히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느끼는 국가유공자 제도의 문제점 등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자료를 수집하느라 군 보훈회관을 자주 왕래하신다.

신문사에서 정한 3개월 동안의 취재성과를 염두에 두신 듯하다. 머지 않아 '정리되지 않은' 취재자료가 내게 넘겨질지도 모른다. 아무리 기사형식에 맞추어 정리해주는 단순역할이라 하더라도 잘 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어찌됐든 기왕 도전하신 아버지의 시민기자 활동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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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지키며 각종 단체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는 지역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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