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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권신장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도는 사건이 연달아 벌이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YMCA 여성회원의 참정권 요구 시위, KTX 여승무원비정규직 철폐와 불법파견 반대시위,여당 여성의원들이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 노민규기자
최근 여권신장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도는 사건이 연달아 벌이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YMCA 여성회원의 참정권 요구 시위, KTX 여승무원비정규직 철폐와 불법파견 반대시위,여당 여성의원들이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 노민규기자 ⓒ 우먼타임스
서울YMCA가 여성회원권을 제한하는 헌장 개정안 투표를 진행하는 것을 비롯, 교도관의 여성 제소자 성추행 등 성차별적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지난 24일에는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전 사무총장)이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하는 사건까지 일어나 여권신장은 커녕 여성 수난시대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최 의원의 성추행 사건은 지난 24일,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동아일보 기자들이 함께한 술자리에서 일어났다. 최 의원은 옆자리에 앉아있던 동아일보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두 손으로 가슴을 거칠게 만졌으며 여기자가 항의하자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는 사과의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여기자를 성희롱하고 "음식점 주인과 착각했다"는 변명을 하자 '음식점 주인은 마음대로 만져도 된다는 말이냐'며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교도관의 재소자 성추행 사건도 가해자인 교도관과 교정당국이 사건을 가족관계를 비관한 자살로 은폐하고, 해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분노를 사고 있다. 교도관이 자신의 신분을 이용, 재소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성추행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치소쪽과 법무부는 피해 여성이 당한 성추행 정도와 사실관계는 물론, 가해자가 정신과치료를 받은 사실을 감추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처음 사실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법무부와 가해 남성은 '손만 잡았다'고 발뺌하며 '별 것 아닌 일'로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다.

한편 지난 25일, 서울 YMCA는 여성회원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성회원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헌정개정안 투표를 강행했다. 결과는 찬성 304표, 반대 300표, 무효 21표, 기권 5표로 부결됐지만 헌정개정안의 골자가 '만 19세 이상의 기독교회 정회원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 회원자격을 '만 19세 이상의 기독교회 정회원인 남성'으로 바꾸는 내용이어서 NGO단체가 앞장서 성차별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KTX 여승무원 비정규직 철폐 투쟁도 직장 내 성차별을 보여주는 사건. 현재 KTX 여승무원들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사복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승무원 전원을 새로 채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측과 승무노조 여승무원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KTX 여승무원들의 상당수는 그동안 재계약을 빌미로 직장상사에게 수시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해온 것으로 본보기사(172호)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여성단체들은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여전히 성불평등과 성폭력 문화가 사회 곳곳에 만연돼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과 성차별적 의식전환을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7일 성명서를 통해 "특히 성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사무총장이 성범죄를 일으킨 것에 대해 즉각 중징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재은 기자 lje@iwomantimes.com

최의원 성추행 공론화시킨 동아일보 여기자의 결단
우타인사이드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하도록 요구한 동아일보 여기자의 행동은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사건 공개시 돌아올 2차 피해나, 자신의 신분노출을 꺼려 쉬쉬하는 대부분의 성추행 피해자들과는 달리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현재 개인적 차원에서 최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학력이나 직업과는 무관하게 모든 여성들이 성추행·성폭력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부 여기자들은 노동 강도나 업무 시간 면에서 특수한 업무 환경에 놓여 있다. 늘 촉박한 마감 시간에 쫓기면서도 남들이 퇴근하는 밤늦은 시간에도 기사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설령 그곳이 술자리라 할지라도 어디든 달려가야만 한다.

정치권의 밤 문화에 어느 정도 적응하려면 폭탄주 서너 잔 쯤은 거뜬히 마실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정치부 기자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그날 밤, 그는 다만 기자로서 자신의 일에 충실했을 뿐이다.

세상은 용기 있는 자들이 바꾼다. 지난 86년, 부천 성고문사건의 피해자인 권인숙씨 역시 폭력적인 정치권력과 정면으로 대결해 승리했다. 동아일보 여기자 역시 우리 사회 뿌리깊이 박혀있던 성폭력·성추행에 대한 저급한 사회적 인식에 경종을 울린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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