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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스폐셜
내 인생의 스폐셜 ⓒ MBC
KBS 2TV 월화극 <안녕하세요 하느님>과 MBC <내 인생의 스폐셜>이 지난 28일 나란히 막을 내렸다. 마지막 방송의 시청률은 <안녕하세요 하느님>이 11.1%, <내 인생의 스폐셜>이 11.7%로 비슷했다.(이상 TNS 미디어 리서치 결과) 반면, SBS <서동요>는 25.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여전히 월화드라마 시장의 우위를 놓치지 않았다.

두 작품은 방영 기간 내내 월화극 시장의 절대강자 <서동요>의 기세에 밀려 시청률 면에서는 이렇다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기존의 트렌디 드라마와는 다른 참신한 소재와 이야기 구성,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마니아 팬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국내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사전제작제로 완성된 <내 인생의 스폐셜>은 하마터면 창고에 묻혀서 빛을 보지 못할 뻔한 비운의 드라마였다. 그러나 애초 방영중이던 MBC 월화극 <늑대>가 주연배우 문정혁과 한지민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제작이 중단되며, 당장 이를 대체할 작품이 필요하던 MBC 측에서 부랴부랴 구원투수로 내세우는 바람에 겨우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12부작으로 제작되었던 드라마는 편성 계획을 맞추기 위해 중심인물들의 어린 시절 분량이 대폭 잘려나가며 8부로 축소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고, '땜빵' 드라마라는 부정적인 반응 속에 제대로 홍보도 하지 못한 채 첫 방영을 시작하는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첫 방송 이후, <내 인생의 스폐셜>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와 코믹하면서도 빠른 전개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호평을 얻는 성과를 누리기도 했다.

돈에 환장한 건달 형사(김승우)와 어수룩한 날라리 변호사(신성우), 무식한 조폭(성지루), 왈가닥 여검사(명세빈)의 4각 구도에서 벌어지는 발랄하고 유쾌한 스토리는, 지루하게 늘어지는 멜로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가치는 국내에 사전제작제도의 가능성을 돌아보게 했다는 것이다. 스타시스템을 앞세웠던 <늑대>가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촉박하고 부실한 제작관행속에 예고된 인재를 불러왔던 것과 대조적으로, 창고에 묻힐 뻔했던 <내 인생의 스폐셜>은 내로라하는 스타는 없었지만, 소재의 참신함과 안정적인 구성과 연출로 드라마의 연속성과 창의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요소였다.

물론, 분량이 8부작으로 압축되면서 캐릭터들에 대한 사전설명이 부족하고, 줄거리의 호흡이 가빠지며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점은 사전 제작제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안녕하세요 하느님
안녕하세요 하느님 ⓒ KBS
반면, KBS의 <안녕하세요 하느님>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모처럼 선보인 잔잔한 휴먼드라마로 주목받았다. 정신지체3급의 장애우 하루(유건)가 어느 날 뇌수술을 받고 아이큐 180의 천재로 거듭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인간다움'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따뜻한 구성으로 TV 판 '말아톤'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어수룩하지만 순수한 마음을 지닌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천재가 되어버리면서 벌어지는 정체성의 혼란을 다루며 과연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라는 화두를 던진 드라마는 말미에 이르러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하루는 지능을 잃었지만 행복을 찾았고, 주변인물들도 각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의 의미를 발견한다.

<안녕하세요 하느님>은 애초 내정되어있던 스타급 배우들의 캐스팅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멜로 구도보다는 휴먼드라마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다. 삼각관계의 치정극이나 신분격차를 둘러싼 갈등구도로 일관하는 기존 트렌디 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최대한 배제한 탓에 시청률 경쟁에서 별다른 화제를 일으키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러나 유건과 김옥빈 같은 신인 연기자들의 기대 이상의 좋은 연기로 차세대 유망주를 발굴했고, 악역 이미지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종혁의 연기 변신, 강신일, 나영희, 송옥숙, 김승욱 같은 중견 배우들의 차분한 열연이 돋보이며, 기대 이상의 앙상블을 이루어냈다. <안녕하세요 하느님>은, 자극적인 트렌디 드라마에 싫증이 난 시청자들에게 모처럼 감동을 이끌어내며 시청률과 별개로 잔잔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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