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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애들은 안 왔어?"
"이젠 따라다니기 싫어해요."
"걔들이 커서 그래."

준수 녀석이 중학생이 된 후엔 가족끼리 모여 어딜 가기 쉽지 않습니다. 사춘기라 그런지 방에 처박혀 나올 줄 모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광수도 형을 따라 집에 있길 좋아합니다.

"추운데 얼른 들어가."
"별로 춥지 않은데요."
"그래, 그럼 고구마 먹을래?"

장인어른은 나뭇가지로 솥 아래 불씨를 뒤적였습니다. 그리고 까맣게 익어가는 고구마를 찾아냈습니다.

ⓒ 이기원
"익었을까요?"
"잘 익었어."
"들어가. 꺼내가지고 갈게."

장모님을 따라 집으로 들어오니 땅콩이 바구니에 수북하게 담겨 있습니다. 씨가 될 땅콩을 골라 까던 것입니다. 금방 장인어른이 군고구마를 신문지에 말아 들고 들어왔습니다.

"먹어봐. 밤고구마라 맛이 좋아."
"같이 드세요."
"괜찮아. 자네 먼저 먹어."

재를 털어내고 껍질을 벗겨내니 노랗게 익은 고구마가 입맛을 당깁니다. 뜨거워 호호 불며 조금 베어 입에 넣으니 달콤하면서도 파삭파삭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장인어른은 고구마 더 구워 주겠다고 밖으로 나가시고 장모님은 아내와 함께 이것저것 사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 이기원
교통사고로 일 년 가깝게 병원에 계시다 퇴원하신 장인어른 얘기도 했고, 요새 와서 부쩍 다리가 아프다는 장모님 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사돈댁은 어떠시냐고 물었습니다. 관절에 염증이 생겨 입원하셨다가 열흘만에 퇴원하신 어머니의 안부를 물으시는 겁니다. 경과가 좋아 퇴원하셨다고 아내가 대답했습니다.

"고구마 먹고 사우랑 가서 물 좀 떠와."

얘기 끝에 장모님이 부탁했습니다.

"엄마는 이제 물까지 떠다 바치래?"
"다리가 아파 그래. 장날 장에 갔다 몇 번이고 쉬어왔는지 몰라."

섬강 건너에는 약수터가 있어 물을 떠다 드셨는데 요즘 들어 다리가 아파 물을 떠오지 못했다는 겁니다. 퇴원한 장인어른 역시 물을 떠올 만큼 다리에 힘이 붙지 못했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아픈 곳이 늘어가는 건 장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 모레 버스 타고 원주에 와서 병원 가자고 아내가 얘기합니다.

고구마를 먹고 나서 아내와 함께 물통을 챙겨 약수터로 갔습니다. 약수터에서 물을 가득 담아 아내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섬강도 말끔히 녹아 힘찬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 이기원

ⓒ 이기원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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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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