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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의 동쪽 기슭에 있는 불곡 석불좌상(일명 감실부처님)은 흡사 할머니를 모델로 한 듯 친근한 이미지가 감돈다. 이 부처상 앞에 서면 경외감보다는 왠지 평온한 마음이 앞선다.
자연석을 깎아 만든 감실에 않은 부처님은 영락없는 우리네 할머니를 본 딴 모습이다. 머리에 쓴 수건은 귀밑까지 덮고 고개를 약간 숙인 얼굴에는 살짝 웃는 표정이 엿보인다. 넉넉한 인상이 돋보이는 단아한 여인의 모습이 좋다. 손자의 응석을 받아줄 할머니의 따뜻함이 배어나오는 묘한 이미지도 깃들어 있다.
감실부처는 따뜻한 인간미가 살아있는 친근한 이미지가 좋아, 부처상 앞에 서성이는 이들이 종종 보인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답사기>에는 어느 일본인 학생이 달밤에 감실부처님을 찾아왔다가 너무도 감복하여 그 앞에 텐트치고 하룻밤을 자고 갔다는 얘기도 있다.
경주 배리 석불좌상(일명 배리 삼존불)과 감실부처는 제작시기(신라 7세기)가 비슷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두 불상은 따뜻한 인간미를 엿볼 수 있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특히 중앙 본존불은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며 활짝 웃는 표정을 짓고 있다.
배리 삼존불의 모든 불상은 코가 납작하다. 자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불상 코끝을 닳게 만든 것이다. 오른쪽 불상의 발가락 부위는 많은 사람이 손으로 쓰다듬어 약간 시커먼 색을 띠고 있다. 정감이 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배리삼존불을 볼 때마다 보호각으로 인해 자연의 빛이 가로막혀 그 아름다움이 반감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배리삼존불 인근의 삼릉계곡을 타고 경주 남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남산은 가족단위로 등산하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곳이다. 산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도 쉬이 오를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신라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