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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집의 베란다에는 아파트 생활에 어울리지 않게도 장독이 많습니다. 이것 저것 담아두고 먹는데, 장독의 효능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장독이 숨을 쉰다는 거 다 아시죠?)

▲ 장독대
ⓒ 정학윤
마침, 저하고 '친한 사람'이 된장을 담갔습니다. 근데, 요번 된장은 숙성도 되기 전에 다 닳아서 없어질까 걱정입니다.

그 간은 그 사람 친정이나 시댁에서 가져다가 먹었답니다. 친정에서 된장을 가져올 때는 가격으로 100원을 지불합니다. 친정의 된장을 대가 없이 공짜로 가져오면 오빠가 못 살게 된다나 어쩐다나?

올해는 직접 된장을 담가 두고는, 스스로도 대견한지 틈만 나면 단지뚜껑을 열어보는 겁니다. 하도 봐대니깐 된장이 안 닳고 배기겠냐는 것이지요.

온라인바둑이나 한 판 둘까 생각하고 컴을 열어두고 있었는데 친한 사람이 뒤에 와서 궁시렁거렸습니다. 신경 쓸 일은 그만 하고, 된장이나 한번 봐달라네요.

▲ 제라늄
ⓒ 정학윤
된장을 담글 때 숯하고 붉은 고추나 대추 몇 알을 넣는 거 아시죠?

숯은 항균과 탈취의 효과가 있어서 넣는 줄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이 붙은 벌건 숯을 넣는 것이므로, 나쁜 것을 쫓는 축사(逐邪)의 의미가 있습니다. 고추, 대추를 넣는 것 역시 그런 의미지요. 귀한 된장에 부정 타지 말거라 이런 겁니다.(팥죽의 붉은 색이 나쁜 것을 물리친다고 믿는 것과 동일합니다.)

ⓒ 정학윤
메주 만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메주콩을 쪄서 불린 다음 으깨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거 아시죠?

떡처럼 많이 으깨도 안 되고, 콩의 원형이 너무 많이 남아 있어도 안 되고. 사랑방의 시렁에 걸어두고 말리던 메주에서 나던 쿰쿰한 냄새. 그렇게나 어색 터니, 이제는 오히려 그리움입니다.

참으로 세월이 많이도 갔네요. 이거 참~

올해에 쓴 메주는 '생활협동조합'을 통해서 구입했다는데, 내년에는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봐야겠어요. 사각이나 둥글게 메주의 모양내는 것이 아주 재미나지요. 마치, 흙장난 같습니다. ^^

나의 옛날에만 돌아갈 것이 아니라, 훗날, 나의 아이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는 옛날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물(四物)을 덧붙입니다. 방학 동안 온 동네가 소란했을 터인데, 어찌들 견디셨는지 미안한 마음입니다.

ⓒ 정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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