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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의 모습이 꼭 게발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게발선인장의 꽃
선인장의 모습이 꼭 게발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게발선인장의 꽃 ⓒ 서종규
어린 시절, 우리 개가 새끼를 낳으면 어머니께서는 다가가지 못하게 나무라셨습니다. 방금 태어나서 눈도 뜨지 못하고 젖을 빨고 있는 그 귀여운 강아지를 한 번이라도 안아보고 싶은데, 어머니께서는 접근하지 말라고 엄하게 꾸짖으셨습니다. 그리고 대문에는 금줄을 쳤습니다.

강아지뿐만 아니라 돼지가 새끼를 낳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흘간은 대문에 금줄을 치고 사람들의 접근을 막으셨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태어난 생명에 대한 외경입니다. 우리 어머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찮은 강아지 한 마리가 태어나도 그만큼 생명을 존중하였던 것이지요.

게발선인장은 꽃잎의 모양이 2층으로 피면서 붉은 수술들이 맨 끝까지 나와 있답니다.
게발선인장은 꽃잎의 모양이 2층으로 피면서 붉은 수술들이 맨 끝까지 나와 있답니다. ⓒ 서종규
네 개의 게발선인장 화분에서 경쟁을 하듯이 꽃들을 토해내고 있다니까요.
네 개의 게발선인장 화분에서 경쟁을 하듯이 꽃들을 토해내고 있다니까요. ⓒ 서종규
요즈음 우리 집 베란다에 소우주가 만들어졌습니다. ‘게발선인장’이 만발하여 온통 붉은 꽃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니까요. 네 개의 게발선인장 화분에서 경쟁을 하듯이 꽃들을 토해내고 있다니까요. 이 게발선인장 화분이 처음에는 하나였는데, 자꾸 커나가자 분양을 하여 네 개가 된 것입니다.

이 네 개의 게발선인장의 화분에 붉은 꽃이 가득 피었어요. 선인장의 모습이 꼭 게발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 붙은 게발선인장의 꽃은 붉은 꽃이라기보다는 핑크빛을 띠고 있어서 더욱 화사하답니다. 꽃잎의 모양이 2층으로 피면서 붉은 수술들이 맨 끝까지 나와 있답니다.

"현대의 게발선인장은 영국의 선인장 애호가인 버클리에 의해 1840년에 교배에 의하여 최초로 육성된 것이다. 잎과 줄기를 겸한 줄기마디(경절)가 이어져 있고 그 끝에 많은 통모양의 꽃이 핀다. 잎의 형태에 따라 줄기마디 양쪽의 돌기가 예각인 가재발선인장과 둥근 형태인 게발선인장으로 나눌 수 있다." -네이버 검색 사이트 <꽃이 좋은 사람들>에서-

현대의 게발선인장은 영국의 선인장 애호가인 버클리에 의해 1840년에 교배에 의하여 최초로 육성된 것이랍니다.
현대의 게발선인장은 영국의 선인장 애호가인 버클리에 의해 1840년에 교배에 의하여 최초로 육성된 것이랍니다. ⓒ 서종규
우리집 베란다에는 화분이 20여 개 있어요. 게발선인장이 네 개, 군자란이 세 개, 문주란이 두 개, 서양란이 한 개, 동양란이 네 개, 관음죽이 한 개, 산세베리아 한 개, 그리고 이름을 잘 모르는 식물의 화분 등, 나름대로 조그마한 우주를 만들고 있답니다.

이 화분은 20여 년 전부터 기르기 시작했어요. 그 중에서 문주란과 군자란, 동양란은 처음부터 길렀는데, 문주란과 군자란이 자꾸 커 나가니 분양을 하여 늘어난 것이고요. 그 뒤에 관음죽, 게발선인장, 서양란 등을 기르기 시작했고요. 최근에 산세베리아가 새로운 식구로 들어왔어요.

연한 녹색에 밝은 모습을 지닌 서양란
연한 녹색에 밝은 모습을 지닌 서양란 ⓒ 서종규
참 서양란 자랑도 해야겠어요. 이 서양란이 지난 1월에 꽃을 피웠답니다. 서양란은 꽃을 피우면 보통 3개월은 피어 있지요. 서양란 특유의 화려함이 적은 꽃이어요. 연한 녹색에 밝은 모습을 지닌 서양란이 향기도 좋고요.

보통 서양란은 한 번 꽃을 피우면 그것으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꽃이 핀 촉을 제외하고 다시 잘 다듬어 기르면 몇 년 후에는 또 꽃을 피우거든요. 제 기억으로는 처음 사 올 때 피웠던 꽃 말고도 서너 번이나 꽃을 피웠던 것 같아요. 그러니 기쁘지 않겠어요.
요즈음 우리집 베란다에 소우주가 만들어졌습니다.
요즈음 우리집 베란다에 소우주가 만들어졌습니다. ⓒ 서종규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짐승을 기른 것이 불가능하여, 조그마한 애완용 개를 기르고 있답니다. 그래서 새끼를 낳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다행히 키우고 있는 화분의 화초들이 꽃을 피우는 것이 큰 기쁨인 것 같아요.

제주도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문주란 잎인데, 하얗게 피는 꽃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제주도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문주란 잎인데, 하얗게 피는 꽃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 서종규
우리집의 조그마한 우주인 베란다를 자랑하고 있으니 몇 가지 더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관음죽이 매우 잘 자랐어요. 제가 화분들에 물을 주는 것은 꼭 1주일에 한 번씩 주거든요. 일요일 오후에 줍니다. 20여 년을 한결같이 해 왔던 일이라고 여겨져요. 한 주라도 빼먹어 버리면 관음죽이 죽는다고 함성을 지릅니다.

바로 관음죽을 보고 베란다 화분에 있는 식물의 상태를 알아챈다니까요. 그러니 얼마나 마음이 통하는 식물입니까? 2년 전엔 꽃을 피웠어요. 그런데 관음죽 꽃은 별로 예쁘지가 않답니다. 하지만, 관음죽이 꽃을 피웠다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아쉽게도 사진을 찍어 놓지 못했답니다.

물주기를 한 주라도 빼 먹어 버리면 관음죽이 죽는다고 함성을 지릅니다.
물주기를 한 주라도 빼 먹어 버리면 관음죽이 죽는다고 함성을 지릅니다. ⓒ 서종규
살아온 나날들을 길쭉한 잎끝으로
밀어올리다 밀어올리다.
동네 스피커보다 더 많은 나팔을 밀어내어
살아 있음을 외치는 군자란이
갇힌 공간 아파트 베란다에서
자랑하기엔 홀로 아쉬운 것일까.

지난 겨울 뒷동산을 한 바퀴 돌며
비닐봉지에 담아 왔던 부엽토 한 움큼
머쓱하게 자라만 가는 화분에
수북이 쌓아 주었던 정성들이
저렇게 붉은 꽃으로 피어난 것일까.

그 붉은 꽃잎들은 뚝뚝 떨어져 버렸는데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내밀고 올라오는 새싹
시든 꽃잎을 들추고 파랗게 고개 내민 생명
나의 조그마한 우주에 내려와
저렇게 저렇게 방긋이 웃고 있다니

<나의 조그마한 우주에 내려와> 전문


지난해에 지은 저의 시입니다. 붉은 군자란이 아름답게 피었었죠. 군자란의 꽃은 나팔과 같은 꽃이 여러 묶음으로 피는 꽃입니다. 떨어질 때에도 나팔째 그대로 떨어진답니다. 그런데 그 꽃잎 사이로 녹색의 조그마한 잎들이 피어나더라고요. 산에서 흙을 파다가 북돋워주었는데, 그 속에 있었던 풀씨가 싹을 틔웠던 것이지요. 그런데 다른 화분에서도 풀씨들이 싹을 틔웠답니다.

군자란이 성스러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군자란이 성스러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 서종규
생명의 경이였습니다. 올해에는 군자란이 피기 전에 벌써 그 풀들이 잎을 틔웠답니다. 군자란은 이제 꽃동이 올라오고 있답니다. 군자란의 잎 사이로 올라오고 있는 꽃동도 참으로 성스럽습니다. 나무와 숲을 아주 좋아하는 친구 정숙에게 사진을 보내어 그 풀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성질이 급하여 답변을 받기도 전에 이렇게 기사를 썼습니다.

친구 정숙에게 사진을 보내어 그 풀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제가 성질이 급하여  메일이 오기 전에 기사를 썼습니다.
친구 정숙에게 사진을 보내어 그 풀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제가 성질이 급하여 메일이 오기 전에 기사를 썼습니다. ⓒ 서종규

덧붙이는 글 | "'괭이밥'인 것 같네. 새콤한 신맛이 나는 걸 봐야 확실해. 잎과 줄기는 확실해. 생명력이 강해서 내 사무실의 난 화분 틈에서도 자란다네." -정숙이가 보낸 메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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