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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입니다 자, 봄을 찾아 보겠습니다.
우리동네입니다 자, 봄을 찾아 보겠습니다. ⓒ 권용숙
우리동네에서 제일 먼저 마주친 꽃 '봄까치꽃' 2월에 봄꽃이 피어있으리라 상상도 못했는데,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봄은 사람들 몰래 와 어느 순간 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하도 작아서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꽃 '봄까치꽃'을 담박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겨우내 봄을 무척이나 기다렸기 때문인가 봅니다. 나도 몰래 작은 풀꽃을 보기 위해 마른 잔디 위에 무릎을 꿇고 콩알보다도 더 작은 풀꽃이 신기하여 풀꽃보다 더 몸을 납작 엎드리고 말았습니다.

봄까치꽃(큰개불알꽃)이 제일먼저 봄을 알려줍니다
봄까치꽃(큰개불알꽃)이 제일먼저 봄을 알려줍니다 ⓒ 권용숙
첫번째 봄의 전령사를 만난 후부터 사방이 봄입니다. 나도 봄 너도 봄 봄이 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 아우성입니다. 이제야 봄이 보이고 이제야 봄의 소리가 들립니다.

'돌나물' 통통한 잎을 누르면 초록물이 쏟아질듯 합니다.
'돌나물' 통통한 잎을 누르면 초록물이 쏟아질듯 합니다. ⓒ 권용숙

'매발톱'   싹이 나고 있습니다
'매발톱' 싹이 나고 있습니다 ⓒ 권용숙

작은 밤나무 아래 밤송이에 찔릴새라 초록잎새가 봄을 알립니다.
작은 밤나무 아래 밤송이에 찔릴새라 초록잎새가 봄을 알립니다. ⓒ 권용숙

막내아이 학교 담장밑에 쇠별꽃이 뽀얀먼지를 뒤집어쓴채 피어있습니다
막내아이 학교 담장밑에 쇠별꽃이 뽀얀먼지를 뒤집어쓴채 피어있습니다 ⓒ 권용숙

5층 할아버지가 겨우내 비닐을 덮어 가꾸었다는 아파트 담벼락밑의 조그만 텃밭 처음으로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2층 사는데요
5층 할아버지가 겨우내 비닐을 덮어 가꾸었다는 아파트 담벼락밑의 조그만 텃밭 처음으로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2층 사는데요 ⓒ 권용숙

명자나무 마른가지에 봄물이 올랐습니다.우렁 우렁 꽃눈을 달고 붉은빛으로 다가서는 명자의 유혹에 시달립니다
명자나무 마른가지에 봄물이 올랐습니다.우렁 우렁 꽃눈을 달고 붉은빛으로 다가서는 명자의 유혹에 시달립니다 ⓒ 권용숙
숨어있는 봄을 찾아낸 기쁨에 언제가 낙서처럼 써보았던 '그 여자의 봄'을 흥얼거려 봅니다. 바야흐로 서울도 이제 봄입니다.

그女子 의 봄

그 여자는 봄이 오기를 무척이나 기다렸다
그래서 빨리 겨울이 물러가 주기를 내심 바랐다
하지만 겨울도 만만치만은 않았다
사람들에게 잊혀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하얀 눈을 뿌려댔다
나 아직 여기 있노라고…….

그 여자는 화가 나려고 했다
새 친구를 맞이해야 하는데
너 때문에 자꾸만 늦게 오는 거라
투정도 부렸다

성급한 마음이 들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는데
그 여자는 서둘러 얇은 외투를
꺼내어 입고 다녔다
차가운 바람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
소름을 돋게 했지만
참아낼 수 있었다

그 여자는 이미 봄을 더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여자는 봄나들이도 다녀왔다
봄하고 친해지고 싶었다
봄은 무엇인지 좋은 선물들을 들고서
그 여자에게 찾아와 줄 거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 여자는 봄을 맞으려
마음도 촉촉하게 적시고 싶었다
그래서 봄비가 묻어있을 것 같은 시집도 한 권 샀다
마음이 너무 삭막해지면 봄이 왔다가
싹을 틔우지 못하고 가버릴 것만 같은
초조함에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서다

그 여자는 그러고 보니까
배신자 같기도 하다
하얀 눈의 마술에 걸렸다고
온 동네 소문도 내고 다닌 지
그리 오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여자는 그걸 배신이라 생각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고 자위한다
새로운 것에의 갈구! 새로운 것에의 목마름!

그 여자는 오늘도
노오란 개나리 빛 봄을
분홍 진달래 빛 봄을
연초록 풀빛 봄을
하얀 목련 빛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하지만 이미
저만치서 그녀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봄!
곧 그 여자는 따뜻한 햇살만 보고도 그게 바로 봄이었구나
바로 넌 내 옆에 있었구나
바로 가까이에서 숨 쉬는 봄의 숨결을 느낀다
미안하다 내 곁에 있는 널 기다리기만 해서…….

봄은 벌써 그 여자의 곁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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