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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요리 중인 몸국 냄비입니다.
ⓒ 장태욱
강충민 기자님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 저와 가장 가까이 계시는 분입니다. 같은 제주시내에서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살고 계시기도 하거니와, 강 기자님의 고향집도 제 고향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그런 개인적인 인연을 빼고 생각을 해도 강 기자님은 제 부러움을 가장 많이 사는 분입니다.

우선 사회적 의제를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내는 그분의 글 솜씨를 경험할 때마다 '나도 언제면 저런 재치를 가지게 될까' 하고 부러움을 갖게 됩니다. 최근에 쓴 글 중 '잠이 오디?'라는 기사를 읽으면서 더욱 그런 부러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지 어색함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로 풀어내거나,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끼는 정말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18일(토) 강충민 기자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내일 시간 있으면 집에 몸국 먹으러 오라."
"그럼 가족 모두 데리고 형님 댁에 가도 돼요?"
"물론."

사실 강 기자님은 여러 차례 본인의 몸국 솜씨를 자랑했고, 기사로도 작성한 걸 읽어봤지만 설마 몸국을 제대로 끓여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몸국은 제주에서도 시골에서 집안 잔치 때나 할머니들이 만드시는 요리라서, 젊은 가정에서는 몸국을 끓여 먹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19일 저녁에 아내와 아이들 데리고 그의 집으로 가보았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저와 만나서 수다를 나눌 때마다, 강 기자님은 어머님에 대한 애틋한 사랑 표현에 부인 자랑과 아들 자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집안 분위기를 대충 파악하고 있었는데, 집을 방문하거나 가족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자 마루에 낯익은 달마가 근엄한 카리스마로 우리 예수쟁이 가족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 기자님의 어머니께서 손님이 불편해 할까봐 방안에 가만히 앉아 계셨습니다. 연세가 있어 보이셨지만 젊었을 때는 미모를 자랑하셨을 것 같았습니다. 인사를 하고 거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 기자님은 부엌에서 몸국을 끓이면서 동시에 생멸치 튀김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끼리 모여 놀기 시작했습니다. 강 기자님의 집에는 원재(아들 7살)와 지운(딸 3살)이 있고, 저희 집에는 진주(딸 6살)와 우진(아들 3살)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넷이 놀더니 나중에는 원재는 진주와 놀고, 지운이는 우진이와 놀았습니다.

▲ 아이들끼리 즐겁게 놀았습니다. 왼쪽부터 장진주, 장우진, 강원재, 강재운.
ⓒ 장태욱
어머님 방에 따로 상을 차려서 들고 가시는 형수님의 모습에서 효심 가득한 전통적인 며느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상 가득 차려준 몸국과 멸치튀김은 먹어보니 정말 생각 외로 맛이 있었습니다. 전 몸국을 세 그릇이나 먹었습니다. 며칠 전 어느 식당에서 저와 같이 몸국 식사를 하다가 문득 '이건 제대로 된 맛이 아니야'라고 했던 말이 괜한 허풍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몸국을 끓이기 위해서 10시간 동안이나 뼈를 삶았다는 말을 듣고야 음식을 만드는데 들이는 정성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상 위에 올려놓은 김치도 아주 제 맛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김치 역시 강 기자님이 담그신 것이라 했습니다.

▲ 이 몸국은 사랑이라는 조미료가 가득 담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몸국입니다.
ⓒ 장태욱
과거에 우리 제주 농촌에서 배불리 먹는 것이 소원일 적이 있었는데, 강 기자님 역시 그런 추억을 간직하고 계신지라 음식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 합니다. (물론 그런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요리를 다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어릴 때 꿈이 중국집 주방장이었는데 요리는 거의 하지 못합니다.)

▲ 식사 후에는 어머니 모시고 아이들의 재롱을 보면서 놀았습니다.
ⓒ 장태욱
▲ 원재의 행동은 아무리 봐도 부전자전의 전형입니다. 원재의 재롱을 보면서 어머님이 무척 즐거워 하셨습니다.
ⓒ 장태욱
식사를 마치고 어머님 모시고 아이들의 재롱을 지켜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연세 드신 어머님 모시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감상하고 왔습니다. 아이들끼리도 헤어지기가 무척 아쉬워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강 기자님과 그 가족을 위해 한 말씀만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는 가족 사랑이라는 조미료가 가득 들어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고 왔습니다. 이 가정에 사랑 가득담긴 음식이 그치지 않아서 각박한 세상을 밝힐 빛으로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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