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오마이뉴스 이종호
18일 전당대회 뒤 첫 공식일정으로 19일 아침 대구를 방문한 정동영(사진) 의장과 김근태·김두관·조배숙 최고위원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경북 칠곡의 현대공원이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의 대표적인 간첩조작사건으로 불리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 당한 8인 중 도예종, 하재완, 여정남, 송상진씨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정 의장은 사형당한 8인의 유족, 사건 관련자들과 함께 참배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최악의 반인권적 사법살인을 당한 희생자들이 이 자리에 누워 계신다"며 "75년 4월 사형 당한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박정희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인혁당 재건위의 학생조직으로 조작된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3개월간 구속됐다가 강제 징집 당했던 정 의장은 "이분들의 피와 희생으로 이만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며 "독재권력의 정권연장을 위해 국가권력의 이름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아성이자 열린우리당에게는 불모지인 대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약한 고리'를 정면공격함으로서 박 대표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박 대표는 '인혁당, 민청학련 사건이 조작됐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는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원회의 발표에 대해 "근거 없는 모함"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패배주의와 절연·부패지방권력 교체"

이날 열린우리당 신임 지도부는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정면대결을 벌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한나라당의 독식구조를 깨고 부패한 지방권력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대구벤처센터의 테크노파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간 지방권력의 85%를 한나라당이 독점하고 독식한 결과, 지방은 인사비리와 개발비리로 망가지고 토착비리로 병들어 버렸다"면서 "한나라당은 지방의 '공공의 적'" 이라고 규정했다.

정 의장은 "이곳 대구는 전국에서 우리당 지지도가 가장 낮고 지방자치단체장도 한 명도 없는 곳"이라며 "의장 당선 뒤 첫 일정으로 대구에 온 것은 모든 패배주의와 절연하고 부패한 지방권력 교체를 선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주가 4·3을 딛고 평화의 섬으로, 광주가 5월을 딛고 인권과 평화의 도시로 가고 있다"며 "대구도 인혁당과 지하철참사를 딛고 민주주의의 성지로, 인권과 생명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정부 여당도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 환영나온 이재용 장관

"박 대표에게 인사가겠다고 연락했다"

정동영 의장은 KTX를 타고 대구로 향하는 약 1시간 30분 대부분을 차량과 차량 사이 통로의 간이 의자에 앉아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데 썼다.

비서진에 따르면, 정 장관의 통화상대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원기 의장, 이홍구·박태준 전 총리 등이었다. 노 대통령은 정 장관에게 "고생했다, 선거 때는 1등에게 모진 소리가 가는 법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당선 직후인 18일 저녁에 전화를 했다.

정 의장의 한 측근 의원은 "고건 전 총리 쪽에도 전화를 넣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박근혜 대표에게도 인사가겠다는 메시지를 넣었으나 회신이 오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19일 아침 동대구역에 내린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맞은 사람이 이재용 환경부장관이었다는 것도, 한나라당과의 정면승부에 대한 정 의장의 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무소속과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대구시장과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진 이 장관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열린우리당의 대구시장 후보로 유력한 인물이다.

시장출마에 대해 이 장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18일로 3주기를 맞은 대구지하철참사 때문에 내려와 있다가 정 의장 등을 환영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집권당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 의장은 지난해 10월 대구 동을 재보선에서 이강철 열린우리당 후보가 공약했던 대구시 안심면의 혁신도시 예정지를 방문했다. 방문에는 우리당의 경북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추병직 건설부장관과 이재용 장관도 함께 했다.

정 의장은 한나라당 소속인 조해녕 대구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의 과거와 현재는 한나라당이 담당했지만 안심의 혁신도시는 우리가 했다"면서 "인혁당과 지하철 참사가 과거와 현재의 불행이라면 미래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대구지하철 참사가 벌어졌던 중앙역의 사고보존 현장도 방문했다. 전날인 18일은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째 되는 날이었다. 한 유족은 정 의장에게 "여기가 아무리 대구라 하더라도 정 장관님은 큰일을 하실 분이니 추모사업에 신경써달라"며 "대구도 많이 변했다"고 울부짖기도 했다.

한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번 주초쯤 당직인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의 한 측근 의원은 "비서실장은 박명광 의원으로 잠적 확정됐고, 정 의장이 원외라는 점을 감안해 현역의원 2, 3명이 비서실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기고-정청래 의원] 당분간 어떤 당직도 맡지 않겠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